1년 호주여행, 평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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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호주여행, 평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 이슬 여성회 회원
  • 승인 2017.07.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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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회원
과거 치과기공사들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이 섬세한 기공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Woman Sense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이슬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회원의 원고를 게재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많은 사람에게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시기인 슬럼프가 찾아 온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대게 3년, 6년, 9년 이렇게 슬럼프가 찾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기공일을 시작하고 3년 동안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3년 차 당시 그만큼 심하게 슬럼프가 찾아왔고 6개월간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 2주 뒤 나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기 위해 머리도 식힐 겸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처음 나가는 해외, 처음 타보는 비행기. 모든 것이 처음이라는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떠난 곳은 호주였다. 호주라는 나라는, 초등학교 때 뒤에는 새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잔디밭에 누워 책보고 뒹굴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이 곳이 지상낙원이라 생각했고 꼭 가봐야지 생각했었다. 대학생 땐 생각만 하고 꿈만 꾸던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부모님께는 호주에 가서 기공일을 할 것이라고 하얀 거짓말을 했지만 그 당시 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기공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고 떠난 것 이다.
1년 정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할 수 있을지도 찾아 보고 싶었다.
영어공부도 하고 과일 농장에서 일도 하고 돈 모이면 여행하고 호주 곳곳을 누비며 기공사가 아닌 다양한 직업과 각기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당연시 여겨지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나의 사고방식이 다양성으로 넓어지는 전환의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적극 동의한다. 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마음 한 켠에는 남들은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더 성장해가겠지만 나는 뒤쳐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wax-up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나는 빌드업기사다. 그러던 중 나중에 호주까지 와서 시도도 해보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 같아서 밑져야 본전 이라고 생각하며 Google에 Dental lab이라고 검색하고 나오는 기공소에 E-mail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서 보냈다.

내일은 뭐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기공소였다. 내일 테스트를 보러 오라고 했다. 그 시기는 경제적·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한국에서는 다니지 않던 교회도 다니고 있었는데 믿음이 강하지 않던 내가 하나님께 어찌나 감사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것도 잠시 100 여개의 기공소에 메일을 보낸 탓에 어디서 연락이 온 지 몰라 전화 온 개인번호를 가지고 기공소를 찾느라 애썼다. 다음날 무사히 기공소에 찾아갔고 테스트 후 다음날부터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해본 일이 호주에서의 기공생활을 만들어주었고 평생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대학생 때 해외 취업을 생각한 적이 있었기에 성취감도 들었지만 그보다 기공일에 지쳐 떠나왔으면서 먼 나라 타지에서 치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무엇보다도 호주에서의 기공생활은 내가 치아 만드는 일을 좋아하지만 한국에서의 기공환경에 지쳤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우리가 어느 환경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비록 당장은 어려운 환경에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처해진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풀어나가느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으며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모든 이가 행복이 가득한 인생을 만들어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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