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기공사 인생 숨가쁘게 달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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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기공사 인생 숨가쁘게 달려와
  • 강지우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부회장
  • 승인 2017.08.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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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우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부회장
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이 섬세한 기공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Woman Sense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강지우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부회장의 원고를 게재했다.

우연한 기회에 선택한 기공사의 길
한여름 뜨거운 폭염을 뒤로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풀덴쳐 인공치 배열을 하다말고 문득 상념에 젖어본다.
1982년 집안 형편이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던 터라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님은 4남매 중 가운데였던 나에게 대학교 학비를 마련해주시기가 어려우셔서 대학교 진학을 말리셨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주저앉히시기는 미안하셨는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좀 있던 내게 2년제인 대전보건대 치기공과 진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치기공과에서 어떤 학문을 익히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입시원서를 들고 대전보건대에 입학했다.
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익히고 실습시간마다 교수님들께 칭찬받는 재미로 즐겁게 학업에 정진했다.
특히 수업을 마치면 예비역들이 작업용 모델을 들고서 WAX UP을 가르쳐달라고 줄을 서 있어서 날마다 저녁 늦게까지 WAX UP을 반복했다.
총의치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내 앞에 플라스크를 들고서 줄을 서 있고 교수님이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진행시키기도 하셨다.
2학년 여름방학부터 대전 을지병원 치과기공실에서 실습생으로 치기공일을 시작했다. 지금 현재까지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함께 1997년 대전에서 치과기공소를 오픈했다. 2002년부터는 대전보건대학 치기공과 겸임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그동안 내가 임상에서 보철물을 만들며 겪고 발전시킨 내 나름의 노하우와 독일과 일본에서 배운 치기공 테크닉, 우리나라에서 활동하시는 쟁쟁한 실력을 갖추신 강사님들의 세미나에서 전수받은 치기공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올바르게 전달해주고자 노력 중이다.
돌이켜보니 30년이 넘는 시간을 숨 가쁘게 지나온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
그 동안 기공소에서도 학교에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세미나에서 같이 공부했던 원장님들하고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일, 15년 전 대전에 엄청나게 내린 폭설에 갇혀 직원들과 함께 기공소에서 쪼그리고 잤던 일, 겨울에 수도관이 터져서 일을 못하고 수도 공사했던 일, 비가 오는 날이면 기공소 옥상에 모여서 직원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던 일, 벚꽃이 만발한 봄이 되면 음료수랑 과자 사들고 강의실을 벗어나서 대전보건대 옆의 우암사적 공원에서 학생들과 야외수업 하던 일 등이 눈에 선하다.
또한 2학년 수업시간인데 3학년 학생들이 강의실 밖 복도에서 도움을 요청해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3 학년 강의실로 변신했던 일 등에 대해 회상에 젖어있는 동안 창밖에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시원하게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은 정말 쉼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나는 학교에서도 기공소에서도 내가 있는 그곳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서 누구에게라도 가슴 피고 당당하게 나 이렇게 살았노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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