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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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셔츠
  • 최범진 미라클 CAD/CAM 센터장
  • 승인 2017.09.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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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센터장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CAD/CAM 센터장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인 와이셔츠는 잘 못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콩글리쉬이기도 하다. White shirt의 일본식 발음인 ‘ワイシャツ(와이샤츠)’에서 유래되어 그와 발음이 같은 Y- Shirt 가 우리에게 익숙한 와이셔츠가 된 것이다. 정식 영어 표현은 Dress shirt 또는 그냥 Shirt라고 해야 맞는 것이다.
색상과 문양 그리고 디자인이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변하고 있는 이 옷은 남자들의 대표적인 옷이며 여성들의 대표적인 옷인 블라우스와 대조적인 느낌의 의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 편 한 옷도 아니며, 한 번 입고 나면 세탁과 다림질을 통해 구김이나 주름을 펴 줘야 비로소 옷의 모양이 살아나는 조금은 번거로운 옷이기도 하다.
아마 대학을 졸업하고 치과 기공소에 처음 다닐 때 기공소에서 주름 하나 없이 말끔하게 다려진 흰 색 셔츠를 입고 출근하시는 분이 세 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공소 소장님과 실장님 그리고 크라운 왁스업 파트장님이었다. 비록 타이를 매고 일하시지는 않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깔끔한 옷차림으로 일하셨다. 물론 하의도 그에 맞게 바지도 정장바지 차림으로 출근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옷차림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하시는 일도 깔끔하게 보였고, 퇴근하실 때에도 출근할 때의 모습으로 정돈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과 기공소에서 근무했던 초년시절에는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했던 기억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가끔 가족 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일 년의 몇 번을 제외하고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그리고 편한 운동화가 주된 출근 복장이었다. 그리고 크로스백 작은 것 한 개..... 초년시절 수많은 모델작업등 기초 작업 위주의 업무를 하다 보니 항상 옷에 석고와 왁스 그리고 정체 모를 재료가 묻게 되었다.
업무도 미숙하고 사용하는 재료도 많고, 일도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출퇴근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느새 캐주얼한 옷차림에 몸이 익숙해져가면서 가끔씩 복장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기공소 업무의 특성상 기공소장님을 제외하고 다른 직원들은 거래처 미팅이나 방문 등의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요즘은 과거에 비해 파트별 실무자들의 직접 통화나 미팅이 가능하고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위해 그러한 상황도 점차 늘고 있다.  
처음 근무했던 기공소의 실장님께서 이야기해 주셨던 부분이 생각난다. 어느 날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 사모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고가 브랜드의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여 개인용무를 무사히 잘 마치고 귀가하셨다. 그런데 이틀 후 사모님께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으시고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셨다. 이유인즉, 셔츠를 세탁하고 다림질을 하는데 가슴 주머니에 초록색 물이 번지면서 오염이 되었다는 것이다. A/S를 맡길 수 없을 정도의 오염이라 그냥 버릴 수밖에 없어서 두 번 입은 셔츠를 버리시면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다. 요즘과 달리 과거 지나친 업무와 처리개수가 많았던,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줄여가며 일하던 시기에 왁스업할 때 사용한 초록색 왁스 찌꺼기가 가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고, 세탁할 때도 빠지지 않고 다림질을 할 때야 그 존재를 보였던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짜증나고 기공 업무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솟구치는 이야기임에 분명할 것이다. 업무할 때 작업 가운을 입지 않고 일하던 시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사건으로 마음이 상했던 사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짜증을 넘어 화가 날 수 있는 부분으로 공감하는 데 충분한 이야기일 것이다.
출퇴근 복장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를 제시하는 직장이 많다. 직업과 직장에 따라 출퇴근 복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무복장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러한 작은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과 직장 분위기도 공존하고 있다. 치과 기공소라는 직장에서 어느 시점이나 나이 또는 단계가 되어야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만드는 하나의 소소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정장 차림으로 출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복장이라는 부분이 개인의 기공 업무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공 업무 정도와 능력이 시스템과 장비의 발달 등에 의해 개인의 인생 전부가 아닌 상황으로 해석되는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스스로의 가치 변화를 위한 시작은 나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복장이든 아니면 다른 표현 수단이든 외부와 소통이 적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더욱 중요한 부분이며 작게는 스스로의 가치를 대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단 우리 치과기공사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직업군의 대다수에게 분명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오늘도 스스로의 가치개발과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셔츠의 단추를 채우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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