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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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
  • 최범진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 승인 2017.12.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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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센터장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던 학창시절, 모교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던 것 같다.
치기공학과 수업이 과목별·시간대별로 그리고 실습 여부에 따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며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조금 여유롭게 수업을 듣는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점심식사 직후의 수업 특히, 실습이 없는 이론수업 시간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듣기는 쉽지 않았다.
교수님 중 강의 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 ‘그릇’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던 교수님이 계셨다.
물리적인 의미의 그릇이 아닌 무형의 철학적인 의미의 내용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모두 자기 그릇이 있는데, 태어나면서가 아닌 성장해가면서 그 그릇의 크기도 바뀐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그릇을 키워가는 것이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큰 그릇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준비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소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내용의 접근방식이 기술적이고 산술적인 접근과 해석에 친숙했던 기공과 학생 입장에서는 조금 생소하고 난해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내용을 돌이켜보면 사람이 지금 가지고 있는 또한, 현재 키워 가고 있는 자신의 그릇을 채워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누군가는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스펙을 쌓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사고 범위와 깊이를 늘리고 깊게 하는데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바쁘고 더디지만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자면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스펙이나 자격증 또는 기술적 능력의 증진은 그릇의 용량을 늘리기 위해 깊이와 넓이를 크게 만드는 것이고, 인성을 다듬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그릇의 두께와 빛나는 견고함을 더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역량 향상 위해 그릇 키워야
자신만의 그릇을 그 형태와 크기, 그리고 견고함을 더해가며 만들어가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안에 자신의 삶을 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자신의 그릇에 담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처음 치과기공업무를 시작할 때와, 경력이 쌓이면서 기공소 내에서 조금 더 난해하고 스킬을 요하는 고부가가치의 일을 담당하게 되는 것과도 비슷한 부분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그릇으로 표현되는 ‘역량’의 크기를 언급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서서히 커질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되지만, 그릇의 넓이를 더 넓히고 깊이를 깊게 만들고 동시에 내구성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즉,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쉬는 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그릇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범위와 난이도를 결정짓는 전제에는 개인의 역량, 즉, 맡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의 크기가 큰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치과기공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새로 채우기 위해 비움 필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그릇을 확대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더 많은 일을 담는 경우도 있고 이미 담겨진 것중 우선순위를 고려해 그만큼 공간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담는 경우도 있다. 튼실하지 못한 구조물에 무리하게 담아 어려움에 봉착하는 사태를 만드는 것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내실을 튼튼히 하는 ‘채움’인 것이다.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가진 것을 비우고 그런 행위의 반복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발전을 기하는 것이다.
넓혀가며 채우는 것, 비워내며 채우는 것, 넓힘과 견고함을 동시에 행하며 채우는 것, 어느 하나 잘못됐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조금씩 자신의 그릇을 넓히고, 그 그릇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튼튼하게 유지하며 채움의 행위를 반복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역량의 크기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어 밝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시기에 ‘채움과 비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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