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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수다(Small Talk)
최범진 소장  |  dentool00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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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4  16: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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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수다를 떤다라고 하면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또는 이제 막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그려보곤 한다. 특정 주제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 다소 전문가의 입장이 가미된 내용까지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수다라는 단어의 느낌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편하게 두루두루 이야기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처음 치과 기공 업무를 시작했던 시기에 치과 기공소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정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일하고 있는 파트를 막론하고 일하던 기공소에서는 항상 라디오 소리만을 주로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본격적인 디지털 업무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모든 치과기공작업이 손끝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시기였기에 더욱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업무 자체가 순간적인 집중력을 요구하는 과정이 많고, 한순간의 실수로 전체 과정의 업무가 모두 허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실이다.

그 당시 거의 모든 치과기공 작업은 특정 파트를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우리 기공사들의 손이 직접 가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기공소 안에 들리는 라디오 소리조차 방해가 되어 볼륨을 줄여가며 일했던 파트도 있었고, 섬세한 빌드업 과정이나 롱스팬 브릿지 왁스 패턴의 조인트 부분을 연결할 때에는 잠시 숨을 고르며 작업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 번의 붓놀림과 조각도의 움직임으로 포세린 소성 결과와 캐스팅 바디의 적합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신중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 현실에 비해 그 당시는 업무량이 많았던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성스레 만든 보철물이 어떤 이유에서건 리메이크가 되는 상황이 되면 관련 파트의 담당자들은 본인이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게 일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 만약 기공소의 책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반복될 업무를 생각하기 이전에 ‘내 잘못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요즘은 기공소 내에서 업무 중에 같은 파트에 속한 동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의 하나이다. 기공소 내의 분위기도 과거와 비교해서 많이 바뀌었고, 보철물 제작의 전체 과정 중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었을 때 바로 전단계의 업무로 회귀할 수 있는 CAD/CAM 관련 업무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치과기공 분야 업무의 전반적인 컨셉이 디지털화된 시점에서 수작업의 비율이 줄어들고 디지털 공정의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작업 과정 중에 실수로 인한 전단계로의 회귀에 대한 부담감(?)은 매우 적은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치기공 업무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수다라는 부분은 득과 실의 모든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만의 일방적인 혼잣말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수다는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특히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과정이거나 임상 기공업무를 시작한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더욱이 수다라는 행위를 통해 많은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곤 한다. 비단 수다에만 그 솔루션을 집중시킬 수는 없지만 결국 문제의 해법은 대화와 행동 양식에 있고, 그 대화와 행동의 분위기를 만드는 시발점이 수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주인공 앤이 입양되어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한 마릴라 아주머니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짧은 기간에 친숙하게 될 수 있었던 방법이 바로 수다였던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마릴라 아주머니와 이야기하고, 그 과정 중에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고 또 서로를 알아가고......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 마릴라 아주머니는 화도 내보고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했지만, 잔잔한 수다에서 시작하여 대화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기공 업무를 하면서 수다라는 행위가 분명 절대적인 권장요소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치기공 업무를 하면서 수다로 시작하여 대화로 이어지고, 또 그 대화에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로 연계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과중한 업무로 힘들어질 때 가끔 동료들과의 수다라는 방법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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