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준 나의 작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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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준 나의 작은 천사
  • 오민지 치과기공사
  • 승인 2020.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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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반려묘와 함께하며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는 오민지 치과기공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바람 잘 날 없었던 폭풍의 시기를 지나 되돌아보니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치기공’이라는 전공을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원래 배우고 싶었던 전공은 따로 있었는데, 사정상 진학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여러 학과를 찾아보다가 ‘처음 듣는 전공이라 어떤 내용을 배우는 과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일단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에 원서를 넣은 곳이 치기공과였다.
그렇게 큰 의미 없이 지원했던 원서 하나가 기공사로 살아가게 된 첫 단추였다.
졸업 후 정식 치과기공사가 되어 처음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자면 그저 막막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보다 더욱 심화된 과정 뿐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외로 실수도 많았다. ‘저년차에 많이 실수해라, 모르는게 있다면 질문을 해라, 지금 모르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5,6년차가 지나도 모른다, 목표를 만드는 것이 좋다, 취미생활을 해라’ 등등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일단 시작은 했지만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시점에서 거의 모든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전 직장이 되었지만 그 때 말씀해 주셨던 내용들이 현재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내가 누군가를 알려줄 때 많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일에 지쳐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던 무렵에 선배님들의 조언을 다시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고양이를 식구로 맞이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고양이를 키워야지,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데려오면 고양이가 힘드니까 받아들일 준비가 어느 정도 됐을 때 데려와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전 직장에서 퇴사 후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먼 곳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보자마자 너무 좋았고 생각보다 몸집이 아주 작아서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특히 적응하기 전까진 침대 밑이나 구석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었었는데 그 모습이 또 귀엽기도 했다. 이제는 나보다 더 잘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니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고양이를 돌보다가 기공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이제는 휴식시간의 반 이상을 고양이와 함께 보내게 됐다.
밥을 적게 먹으면 어디 아픈건지, 너무 울면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걱정을 많이 하게 됐다. 이런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싶기도 하다.

처음 적응 기간 시기에 고양이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낯선 환경 때문이었는지 몸을 떨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누워있던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었다. 그 때 마침 몸이 저려서 실수로 움직였다가 애써 다가왔던 고양이가 도망가버리곤 해서 참고 기다렸더니 천천히 다가와 스킨쉽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렇게 귀여운 장면은 처음이어서 너무 흐뭇했다. 그런데 친해지기 위해 누운 바닥에서 잠이 들었고 어느 순간 추워서 근처에 있던 담요를 덮은 채 다시 잠들었었는데, 그 담요에서 꾹꾹이(고양이 안마)를 해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서도 같은 담요위에서만 꾹꾹이를 한다. 나한테도 해줬으면 하지만 같은 담요에서 꾹꾹이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흐뭇해서 그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물 맞는 것도 좋아하고 뱃살을 만지는 것도 허락해주는 사랑스럽지만 독특한 우리 고양이 몽찌가 있어 활력을 다시 얻게 됐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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