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선수(善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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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선수(善水)
  • 최범진 박사
  • 승인 2020.06.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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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는 커피나 탄산음료가 아닌 시원한 물 한 모금이 더 간절할 때가 있다. 이러한 때 들이키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은 치아
를 포함한 입안 구석구석과 식도를 타고 내려가,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이 물을 마시는 이에게 큰 행복으로 바뀌어 다가오기도 한다.

 

언젠가 우연히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삶의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산과 계곡 그리고 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디오 방송에서 나왔던 내용의 전부는 기
억나지 않지만 깊은 산과 계곡을 흐르는 물에 대한, 특히 물의 섭리와 인생에 대한 내용이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야기 중 옛날 중국의 위대한 학자이며 사상가인
노자(老子)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라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노자의 이야기 중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대한 이야기로 풀이를 하고 있었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뜻은 ‘최고의 선(善) 즉, 삶의 가치는 물(水)과 같다’는 의미로 물이 가지고 있는 흐름과 그 성격을 우리의 인생에 대입시켜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과거부터 현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물론 많은 CEO와 유명인사들이 삶의 교훈과 좌우명으로 삼고 생활에 반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라디오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에는 가장 높은 ‘선(善)’, 다시 말해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물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물은 일정한 형체가 없고,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한다. 한 가지로 고정되고 경직된 모습이 아니며, 이렇게 저렇게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더욱이 물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억지로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흐름을 유지하다가 모자란 곳이 있으면 부족한 곳을 메꿔주고 지저분한 곳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해석으로 세상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억지로 자신의 모습을 규정지으려 하지 않고 억지로 자신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 물의 속성을 자연스레 사람의 슬기로운 생활에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일반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치과기공계에도 업무를 하는데 무리수를 두거나 편법을 쓰지 않고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그 의미를 다시금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대표하는 물의 존재에 대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치과기공 분야에서 어떻게 새로운 흐름과 시대에 대응하고 새로운 분야를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 생
각해 보아야 한다. 물이 가진 겸손함과 유연함 또 새로움과 여유로움이 우리의 업무를 진행하는데 어떻게 작용하고 또 생활에 반영되고 있는지 다시 돌이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치과기공소를 경영하는 소장님의 입장에서 또, 열심히 주어진 업무를 행하는 일반 치과기공사의 입장에서도 일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부분에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 보철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을 위한 치과 재료와 CAD/CAM 시스템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물의 순리대로 재평가해 본다면 비단 결과만을 위한 빠른 처리는 중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는 소지가 생길 수 있고, 기계적 기술만의 발전을 통해 개인과 시스템의 과열된 양상으로 치닫게 되어 우리 치과기공사들 간 상호 피해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더욱 중요한 부분은 기술과 시스템의 발달을 통해 얻게 된 여유 시간이 우리 치과 기공사들의 자기발전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시간 죽이기’나 ‘추가 업무량의 증가’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다. 이 시대는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그 개발을 통해 직장과 사회에서 개인의 삶과 가치가 존중받는 시대이다.

 

우리의 중요한 업무인 치과보철물 제작은 천편일률적인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인체 중에서 중요한 치아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당연히 우리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누리고 찾을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 흐름의 섭리처럼, 마음의 여유를 찾고 이를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치과기공계의 분위기는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다. 더운 여름 바쁜 업무 중에도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며 물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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