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치과기공사는 노력하면 배신하지 않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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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치과기공사는 노력하면 배신하지 않는 직업
  • 제로 편집팀
  • 승인 2020.08.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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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7월 열린 경기회 학술대회에서 수상을 이나영 치과기공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내가 치과기공사의 길로 들어선 건 의외의 선택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을 잘 몰랐고 주변에도 치과 계열에 일하는 사람도 없었다.
고3을 앞두고 있던 내게는 여러 일들이 있었고 원래 염두에 뒀던 직업군에서 안정된 취업을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던 중 취업 걱정이 없는 직업으로 주변사람들이 치과위생사를 추천했다.
하지만 고민끝에 치과기공과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중에 치과기공을 하고 있는 과친구들이 부러웠고 해당학과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 같아 주눅들었다. 또한 여자들이 하기에는 지저분한 것도 많이 만지고 손도 자주 다치다보니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빡빡한 대학 시간표도 우울함을 증가시켜서 자퇴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치과기공사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싫증을 금방 내고 모든 부분에 호기심이 많은 성격인데 치과기공과는 파트도 다양하고 일도 끝이 없기에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을지 의문마저 들었다.

 

물론 1년차에는 힘든 순간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던 일을 할 수 없었고 퇴근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또한 여자로서 치과기공사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같은 여자 치과기공사를 만나기 쉽지 않아 외로움도 느꼈다. 학교 다닐 때는 여자와 남자 비율이 비슷했지만 졸
업 후 일하고 있는 기공사들은 남자가 상대적으로많았다. 그리고 치과기공과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메인기사급은 여자 기공사들을 뽑지만 저년차는 여자보다 남자를 선호했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고 있는 동기들이 적어 우울했지만 좋은 사수들을 만나면서 위로가 됐다. 그리고 학창시절 친했던 친구들이 계속 스펙을 쌓으면서 취업 준비에 한창일 때 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기공사는 첫 취업 후 겪는 괴리감과 허탈감이 큰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오기 있는 성격이라 버티다보니 극복한 것 같다.

 

치과기공사로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손재주가 타고난 친구들도 많지만 결국 관건은 기술이기에 숙련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 대다수가 가장 고민하는 건 내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나도 치과기공과에 들어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간단한 예로 일반 회사는 자신이 아무리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라도 현실적인 여건으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치과기공사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과거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3년 이상 하면서 느낀 점인데 감정노동을굉장히 많이 한다. 치과기공사도 사람을 잘못 만나면 감정노동을 하지만 타인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청년취업으로 사회문제가 제기될 때도 우
리 직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노력하면 배신하지 않는 직업이라 가장 마음에 든다.

 

요즘 종종 치아 형태 연습을 하면서 저년차에 다녔던 주말 세미나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우리 직업은 치아 형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업무의 90% 는 되는 것 같다. 또한 디자인을 배우면서도 느끼게 되는데 아무리 좋은 라이브러리가 생겨도 결과물은 굉장히 다양한 것 같다. 학교와 달리 현장의 임상 케이스는 비슷한 교합, 배열을 가진 환자는 거의 없고 풀 임플란트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본에 따라서 수술 식립도 다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임상케이스에 상관없이 좋은 퀄리티의 보철물을 만드는 일이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늘 어렵기에 질리지 않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직업이다.
나태해졌을 때 세미나나 학술대회를 다니면 열정 많은 사람들을 보며 반성하고, 다시끔 치과기공사로서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기공소와 기공실에 모두 근무해본 입장에서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 기공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내가 만든 치아 보철이 실제 구강내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피드백을 받고 더욱 발전하려고한다. 현재 정해진 파트도 없다보니 더욱 다양하게 기공을 공부하며 즐겨보려고 한다. 짧다면 짧은 4년차 치과기공사의 길을 걷고 있는데 힘든 점도 많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좋은 점도 많은 직업이라 즐겁게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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