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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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아름다운 도전
  • 차정희 실장
  • 승인 2020.10.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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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유경덴탈워크 차정희 실장의 원고를 게재한다.   

필자는 47세다. 28세에 결혼해서 지금 1남1녀를 두었다. 뒤돌아보면 내 20대의 삶은 지리멸렬했던 것 같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는 듯 어지럽고 힘들었다. 
30대로 넘어오면서 마음속 깊은 곳 그 어디에선가 스멀스멀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에게 던지는 아우성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살면 안돼! 이렇게 살아서도 안 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배움에 대한 갈망이 내 세포 하나하나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감지했다. 
내 안에 반란이 두려웠다. 그리고 난 결국 그 두려움을 극복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겁도 없이 원광보건대 치과기공과에 원서를 넣게 되고, 합격이라는 가슴 떨리는 통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남편의 동의를 얻어내는 큰 과제가 남아 있었다. 

남편은 물론 시댁에서도 나의 계획을 알지 못했다. 아셨다면 분명히 반대할 것이 뻔했을 일이다. 아직 4살, 6살 아기 엄마가 선택해야 되는 것은 너무나도 선명해보였다.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남편도 아이들도 아내와 엄마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감내하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것이 너무도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난 완강했다. 결국 치과의사인 아주버님이 남편을 설득시켰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학이라는 곳에 입학했다.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물론 그 기쁨과 행복의 대가는 실로 엄청 고달팠다. 아이들이 아팠을 때,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때, 아직 어린 딸에게 더 어린 아들의 등원을 부탁해야 할 때 그리고 학원버스를 놓쳐 무서웠다는 큰 아이의 말에 또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던지, 그럼에도 아이들은 참 예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인 한 여자가 젊은 동기들과 보폭을 맞추어 걷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3년 내내 내 수면 시간은 4시간이 넘지 않았다.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들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잠이 들면 새벽에 일어나 전날 배운 것들을 공부했다. 나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허락한 유일한 시간이 그 시간이었다. 그 시간엔 아이들의 작은 뒤척임에도 얼마나 예민했는지 모르겠다. 
그 습관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스란히 몸에 배어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운재 교수님의 추천으로 치과의사협회가 지급하는 교외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다닐 때처럼 기상 시간에 눈이 떠지니 말이다. 그래도 그땐 몸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지낸 것 같다. 
졸업 후 주위 여러 고마운 분들 덕분에 2010년에 지금의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유경덴탈워크는 내 첫 직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자랑스러운 직장이다. 당시 내 나이 36세였다. 그 때 유경 소장님은 면접 보러온 나이 많은 신입을 뭘 믿고 보듬어주셨을까? 
어리버리한 늙은 신입은 느렸다. 나이 어린 선배들은 날 어렸워하는 듯 보였고, 늙은 신입은 실수투성이였고 답이 없는 것만 같았다. 빠르게 변하는 이 세상에 느림이 웬말이냐 하시겠지만 그런 늙은 신입은 10년동안 느리게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기공사의 사명은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
전체회의 시간에 유경 대표님이 꼭 하시는 말씀이다. 나의 치과기공은 국민건강에 이바지했고, 내 인생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내 치과기공은 웹툰작가를 바라는 딸 아이의 꿈이고 먼 훗날 내 아들의 미래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천천히 서둘러서 디지털에 관심을 갖고 배움에 정진하면서 그렇게 오늘을 살 것이다.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실패는 과정일 뿐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다다를 때까지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과정이 고단할수록 승리의 짜릿함은 배가될 것이다. 학업을 시작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생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수많은 기공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며, 나는 36세에 이 일에 들어섰고 47세인 지금도 느리지만 당당하게 걷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치과기공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자는 길을 찾고, 용기를 내라고 격려하고 싶다. 치과기공사 여러분, 함께 힘내서 걸어갑시다. 사랑합니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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