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서오릉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상태바
[ZERO Speech] 서오릉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권영국 대표
  • 승인 2020.10.27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다. 서울 근교에 40기. 북한에 2기로 총 42기의 왕릉이 지금까지도 큰 훼손없이 잘 보존되고 있다.
왕가의 무덤은 세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왕과 왕비의 무덤을 ‘릉’이라 하고, 세자와 세자비의 무덤을 ‘원’. 그리고 기타 후궁 및 왕자와 공주 등 왕실과 관련있는 이들의 무덤을 ‘묘’라고 명칭하고 있다.
서오릉은 궁궐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다섯개의 능이 모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서오릉하면 학창시절 소풍 장소가 먼저 떠오르며 인근의 맛집과 카페, 장희빈묘가 있는 곳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능에 잠들어 있는 그들의 스토리를 잘 설명해줄 수 있다면 식견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카인 어린 단종을 폐위시키고 정통성도 없이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유년에 일어난 큰 정변이라고 해서 계유정난이라고 하는데, 왕이었던 어린 조카를 영월로 유배시켜 죽인 것도 모자라 권력 유지를 위해 그를 반대하는 김종서, 황보인, 사육신 등의 충신들을 모조리 싹쓸이 해버렸던 조선 초기의 중요 사건이다.
그 세조의 맏아들인 의경세자가 먼저 이 서오릉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세조에게는 두명의 아들이 있어 큰 아들에게 세자책봉을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의경세자다.
야사에는 세조가 어느 날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나타나 저주를 퍼붓는 꿈을 꾸다가 깜짝놀라 깼다. 그러자 환관의 큰일 났다는 보고를 받고 의경세자에게 가보니 이미 세자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세자가 다음 보위를 이어야 하는데 겨우 20세에 요절했으니 그 슬픔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현덕의 저주’라고도 회자되고 있다.

세조는 죽은 아들이 묻힐 최고의 명당 자리를 직접 찾아 나서게 되고, 최적의 장소로 선택된 곳이 바로 이 서오릉인 것이다. 

세조의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조가 죽고, 그의 둘째 아들이 왕위에 올랐다.

예종 역시 몸이 병약해 1년여 집권하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해 오릉에 두번째로 들어오게 되니 그의 능호가 바로 창릉이다.
세조는 죽기 전까지 극심한 피부병으로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가 피를 뿌리며 왕위를 찬탈하고 천년 만년 권력을 잡고 부귀영화를 누릴거라 생각했겠지만 겨우 13년 집권하고 지독한 피부병으로 생을 마감했으니 인간의 욕심이란 이렇듯 허망한 하룻밤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세개의 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숙종의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세번의 환국을 주도했고 신하들을 손아귀에 넣어 떡 주무르듯 갖고 놀았던 카리스마의 제왕 숙종. 환국이란 서인과 남인을 교대로 등용한 사건을 말하는데 이 과정 중에 장희빈은 물론 헤아릴 수 없는 정치인들이 귀양을 가거나 죽게 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익릉은 두 딸을 낳았지만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정작 본인도 20세에 천연두로 사망하게 되어 이곳으로 온 비운의 여인, 숙종의 정비인 인경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명릉은 숙종과 둘째 부인 인현왕후 그리고 셋째 부인인 인원왕후도 같이 묻혀있다.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가 묻혀있는 홍릉도 바로 이곳에 조성되어 있다.
서오릉은 경릉, 창릉, 익릉, 명릉, 홍릉 이렇게 다섯기의 능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누구의 릉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해도 훌륭하겠다.
그밖에 명종의 아들인 순회세자가 잠들어 있는 순창원. 그리고 사도세자의 생모가 잠들어 있는 수경원 그리고 장희빈이 묻혀있는 대빈묘가 바로 이곳에 형성되어 있다.

장희빈의 묘는 1970년 경기도 광주에서 이장되었다. 죽어서도 숙종은 팔자가 늘어진 왕이 아닌가 싶다. 세 명의 부인과 장희빈까지 함께 잠들어 있으니 말이다. 기회가 있어 서오릉에 그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면 이전에 무심하게 보아온 능이 아마도 애틋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