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상처입은 치과기공계, 베릴륨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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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상처입은 치과기공계, 베릴륨 파동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0.10.2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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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치과기공사

 

지도치과의사제도 폐지의 환희를 비롯해 2011년의 치과기공계는 ‘격동’ 그 자체였다.
그 중심에는 지금까지도 치과기공사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있는 ‘베릴륨 파동’이 있다.
지상파 뉴스에 크게 보도되면서 그 해 여름 치과기공사에게 상처를 안겨준 ‘베릴륨 파동’과 그 이후의 변화를 살펴본다.

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난데없는 베릴륨 논란, 왜?
2011년 상반기, 저렴한 임플란트 시술 등을 앞세워 크게 성업 중이던 네트워크 치과병원들과 기존 개원 치과의사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때맞춰 2011년 8월 16일, M BC PD수첩은 ‘의술인가 상술인가’ 편에서 일부 네트워크 치과에서 무자격 치과기공사를 채용해 발암물질로 분류된 베릴륨이 포함된 포세린 메탈로 보철물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내용 중에는 마치 값이 싸고 제작이 수월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위해 치과기공사가 치과기공물 제작 중 사용해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양심을 파는 직업’으로 비춰졌다.
이 보도를 시작으로 모 네트워크 치과에서 무자격 치과기공사를 채용해 발암물진인 베릴륨으로 보철물을 제작해 환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가 확산되면서 해당 네트워크 치과, 거래 치과기공소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익명의 기공사 등장했던 기자회견

사태가 커지면서 식약청은 그 해 8월 22일 “베릴륨은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베릴륨 분말 또는 먼지를 장기간 흡입하는 작업자의 경우 유해하나 주조 후 장착되는 환자에게는 유해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이는 치과기공계의 분노를 샀다.
치기협은 이와 관련해 사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치과기공물을 제작하고 있는 치과기공사만 유해하며 환자들에게는 무해하다면 3만여 치과기공사들은 유해환경에 노출돼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도 이후 모 네트워크치과병원은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가린 기공사를 등장시켜 모든 치과기공사가 불법을 저지른 비도덕적인 집단인 것처럼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여지를 만들었다. 이 얼굴없는 치과기공사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베릴륨, 환자에게는 안전
손영석 당시 치기협 회장은 그해 8월 26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치과전문지기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고체상태에서 환자의 구강에 보철물로 사용 시 100%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주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등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기공사에게 암이나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 기공사에 대한 유해성을 우려해 식약청이 2009년 6월부터 수입을 금지했지만 이전에 수입된 제품은 사용을 허가했다”며 “현재 유통되는 포세린 메탈은 2009년 6월 이전 수입된 것으로 전량 합법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PD수첩의 ‘네트워크치과 발암물질’ 보도는 심각한 정보 왜곡이 있었다.
바로 베릴륨의 성분과 그 위험성이다. 베릴륨이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금속인 것은 사실이나 주조과정에서 용해될 때 생기는 가스 등에 노출될 경우 위험할 가능성이 있을 뿐 주조가 끝난 고체 상태에서는 인체에 영향이 없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의 종식, 그 이후의 기공계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어났던 2011년 여름의 베릴륨 파동은 식약청이 베릴륨 함유 메탈에 대한 전량 회수조치와 함께 정기적인 품질검사, 수입금지 등 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을 밝히며 일단락 됐다.
사태 이후 기공계는 상처를 치유하며 시련을 딛고 다시 적응해나갔다. 물론 논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던 초기에는 적절한 용융점을 맞추기 어렵거나 기존 베릴륨 메탈과 비교해 산화막이 다량으로 형성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나지 않아 베릴륨 메탈에 비해 낮은 본딩력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재료가 연구, 개발되었고 성분 비율을 일부 조정하는 등 점차 익숙해져 갔다. 또한 캐드캠을 포함한 지르코니아 보철의 확산과 동시에 PFM의 수요가 줄어들어 시장 규모가 작아졌다.
현재도 일부는 소위 ‘어둠의 경로’로 불리는 명확하지 않은 해외 유통경로를 통해 베릴륨 메탈을 구매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기공사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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