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하이브리드, 치과 세계에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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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하이브리드, 치과 세계에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다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1.02.25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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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장점만 결합해 생체 친화성, 색, 가공성 높여

흔히 결혼을 두고 서로의 부족함을 장점으로 채워 함께 발전해 나가는 최고의 관계라고 한다. 하이브리드가 그렇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기능을 결합해 우수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하이브리드는 전 산업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치의학 분야에도 하이브리드가 성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레진과 세라믹이 바로 그것인데, 생체 친화성이 높고 자연치와 유사한 색을 가진 세라믹과 탄성이 좋고 가공성이 우수한 레진이 만나 서로의 장점만 결합해 치과보철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고 있다.  
<ZERO>는 3월호 기획특집을 맞아 시장에 출시된 다양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살펴보고 임상 활용법을 공유한다.

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하이브리드는 자동차만 있나?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탓도 있지만 기존의 내연 엔진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해 일반 차량에 비해 합산 출력과 연비가 크게 개선됐고 유해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점이 구매자의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이 크다고 분석된다. 
하이브리드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서로 다른 요소의 장점만을 선택적으로 결합해 성능이나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치의학 분야 역시 하이브리드 시대를 함께하고 있다. 
치과용 하이브리드 역시 2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해 단점을 개선한 제품인데 그 기준은 지금도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세라믹의 비중이 높으면 하이브리드 세라믹, 레진의 비중이 높으면 하이브리드 레진으로 통용되고 있다.  

치과기공에는 왜, 언제 도입되었나
치과기공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도입된 건 최근의 일이 아닌 십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반부터 VITA-enamic, 3M-ESPE, 베리콤-Polyglass 등의 하이브리드 블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때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블록은 많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재료 중 하이브리드 세라믹 블록은 CAD/CAM 시스템과 만나 탄생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본래 세라믹은 생체 친화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화학적 내구성과 색조 안전성이 좋고, 자연치와 유사한 투명도를 띄는 특징이 있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치과 수복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세라믹은 전통적인 기공 과정으로도 제조가 가능하지만, CAD/CAM 시스템의 발달로 기존에 비해 훨씬 쉽게 제작이 가능해졌다. 
세라믹 블록의 시초는 Vita Mark, IPS Empress 등의 장석계 류사이트 결정화 유리였지만 이들은 굴곡강도가 160㎫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리튬 디실리케이트를 결정화시켜 굴곡강도가 450㎫에 달하는 IPS e.max CAD 등이 출시돼 제작 방식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세라믹 블록은 강도 이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탄성이 자연치아와 같지 않아 파절이 쉬웠던 문제가 남아있었다. 

하이브리드 세라믹의 정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재료가 바로 하이브리드 세라믹이다.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세라믹과 고분자 레진의 장점을 접목해 우수한 심미성을 유지하면서 가공성까지 향상시키고자 개발됐다. 세라믹은 심미성 뿐 아니라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지만 파괴 인성이 단점인데, 레진은 가공성이 용이하고 파괴인성이 높아 세라믹과 레진을 복합화하면 이상적인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제조사별로 성분과 비율 등은 상이하지만 보통 세라믹과 레진을 8:2의 비율로 구성됐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201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전후로 Vita의 Enamic과 3M의 Lava Ultimate, 덴츠플라이시로나 Celtra DUO, 베리콤의 MAZIC Duro 등 물성이 더욱 개선된 제품들이 출시됐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하이브리드 시장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시장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출시 초기에는 높은 가격과 낮은 인식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구매자들이 효용성을 낮게 느끼고 있어 판매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세계가 고유가 시대를 거쳐 친환경 에코 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국가마다 그에 맞는 친환경 차량 지원 제도 등이 마련됐고, 구매자들 역시 경제성 면에서 효용 가치를 높이 판단하기 시작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산업만큼 치과용 하이브리드 시장도 들썩이고 있을까?
모든 산업은 서로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치과 시장도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가 인식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었다. 수 년 전만해도 하이브리드 재료는 국내에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제조사마다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만큼 제품 라인업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료의 물성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국내의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유저들의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데이 보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그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범위를 넓혀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글로벌리서치 &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치과용 CAD/CAM 하이브리드 세라믹 산업의 글로벌 시장은 평균 49%의 성장률로 빠르게 발전했다. 
유럽은 치과용 하이브리드 세라믹 재료의 가장 큰 시장이며 북미가 그 다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의 성장은 이 두 지역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치과용 하이브리드 세라믹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600만 달러로 평가되고 있으며  2019~2024년의 예측기간 중 26.3 %의 CAGR(연평균 매출액 증가율)로 2024년 하반기에는 1억 9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리서치 & 데이터는  유럽과 북미, 일본 등 전통의 선진 시장의 성장뿐 아니라 중국,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및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성장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재료가 주는 이점
보통 하이브리드는 성능이나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치과용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유저들에게 어떠한 이점을 주는지 알아보자. 
우선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기존 세라믹 재료와 비교했을 때 CAD/CAM 시스템을 이용해 제작함으로써 제작 기간이나 작업 과정이 빠르고 간단하다. 
더불어 인레이 제작 시 레진에 비해 강도 및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며 세라믹과 레진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어 보철물이 파절되더라도 파절 부위를 레진으로 신속히 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쉐이드 면에서도 자연치와 흡사한 색조 재현이 가능해 심미적인 요구를 만족시켜준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세라믹 블록은 버(bur) 한 세트로 5∼10개 밖에 가공할 수 없는 기존 세라믹 블록에 비해 100개 이상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가공성이 우수하고, 가공 시 치핑의 발생도 적다. 경도가 낮아서 저작 시 응력이 낮으며, 대합치의 과다 마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세라믹 혹은 지르코니아와 달리 밀링 후 소결 과정 없이 바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의 인레이나 크라운을 지르코니아로 제작하면 소결 시간에 10~1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하이브리드 세라믹은 스테인과 글레이징, 레진은 광중합 과정만 거치면 완성할 수 있어 전체 치료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로써 응급 상황이나 피치 못한 원데이 치료 케이스에 아주 유용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하이브리드는 대세  
향후 치과용 하이브리드 재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그동안 국내에서 치과용 하이브리드 재료는 인레이나 온레이 같은 충전 수복물 위주로 사용되어 왔다. 쉐이드와 강도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전, 구치부 크라운에도 두루 사용될 전망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강도가 한층 높아졌고 다양한 쉐이드를 구비했다. 이와 동시에 레진 계열에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과 글레이즈 제품도 등장함에 따라 쉐이드에 민감한 전치부 크라운에도 사용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레진의 활용도도 다양해졌는데, 치은부위까지 재현해야하는 풀지르코니아, PFM 보철에서 지르코니아 혹은 메탈 프레임을 대체해 치은을 재현하는 테크닉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포세린 작업은 퍼니스가 필요하지만 레진 계열은 퍼니스가 필요하지 않고 긴 소성과정을 거치지 않아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체적이 큰 롱브릿지의 경우는 무게 경감 효과도 높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디지털 인상채득부터 디자인, 가공, 완성까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 시대에서 원데이 보철이 보편화된 지금, 하이브리드 재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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