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시작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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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시작의 다짐
  • 정유승 원광대학교 치과병원 기공사
  • 승인 2021.03.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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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원광보건대학교를 졸업한 후, 이제 막 기공 일에 발을 들인 풋풋한 1년 차 치과기공사이다. 중학생 때부터 진로에 관심이 많아 '내게 맞는 직업이 무엇일까'하며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면서 나를 찾아갔다. 그렇게 찾아본 '나'는 반복적이지 않고, 새로운 일상과 활동적인 것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했다.

나는 늘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막상 대학 진학을 앞두고 나니 많은 고민이 들었다. 먼 미래를 봤을 때 어떤 상황에도 구애 받지 않을 직업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내 성격을 살려 안정적이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많은 고민에 휩싸여 막막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안정적이며 나이가 들수록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자’라는 생각이 치기공과를 선택한 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막상 선택을 하고 나니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곧잘 적응했고 걱정과는 달리 재미도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직종이다 보니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겼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살려 과 대표, 학생회, 동아리 활동 등 학교 안에서 많은 교내활동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은 내게 제일 큰 영향을 주었다.

과 특성상 한 학년마다 8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다 보니 졸업하고도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너무나도 좋은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공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학술활동도 하며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해보며 내가 좋아하는 일도 같이 겸했다. 어쩌면 이 활동들이 내가 치기공과에 잘 적응하고 재밌게 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 탈 없이 학교에 다니던 내가 기공일에 대해 처음으로 회의감이 든 적이 있었다. 2학년 동계방학 때 실습을 나갈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나를 포함해 남자 선배 2명과 함께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실습하면서 단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배들이 먼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도 알 수 없는 기분과 감정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임상에서 일하고 계신 선배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조언도 얻었다. 그러다 같이 실습을 나갔던 선배들에게 "나도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기회가 오지 않는 게 속상하다"라고 얘기를 했다. 그 뒤로 선배들이 해보지 않겠냐며 일을 주었고, 나도 선생님들께 내가 하겠다며 먼저 말하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진취적인 모습을 갖추고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안고 원광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요즘 디지털화가 많이 이루어져 있어 CAD/CAM 장비로 보철물 제작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적인 방식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 임상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대학병원 특성상,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등 여러 직종과 일하며 배울 수 있어서 좋다. 또 한 파트만 담당하지 않고 여러 파트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어느 정도 기초를 쌓고 나서 한 파트에 집중하고 싶다.

 

대부분의 여성 기공사들은 빌드업 파트 위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내게 맞는 파트를 찾지 못했지만, 지금 관심 있는 파트는 덴쳐 파트이다. 덴쳐는 여성 기공사가 소화하기엔 쉽지 않다고 들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배워보고 싶다. 각종 세미나를 들으며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건이 되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 빨리 회복이 되어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아직 1년차라 배울 게 많고 부족하지만, 배우려는 열정과 노력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할 수 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 우리 집 가훈이자 아버지가 늘 내게 해주시던 말씀이다. 내가 어느 자리에 있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와 기회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많은 고난이 있겠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이겨 나갈 것이다. 이 원고를 쓰면서 미래의 내가 기대됐다. 10년 뒤에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훌륭하신 많은 선배 치과기공사분들을 본받아 내가 좋은 케이스가 되어 훗날 후배 치과기공사분들에게 영향력 있는 치과기공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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