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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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 이하빈 대한여성치과기공사회 협력이사
  • 승인 2021.04.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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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이하빈 대한여성치과기공사회 협력이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20살, 대학에 입학한 뒤 막연히 언젠가 대학원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위해 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처음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는 공강의 여유와 캠퍼스 생활을 즐기며 아주 잠시나마 다시 대학생이 된 것 마냥 살았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이 아니라 ‘대학원생’이었다. 이내 곧 내가 논문이라는 것을 쓸 수 있을까? 이 고려대의 수재들 속에서 뒤처지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학기가 시작되자 예상 그대로 난관이 닥쳐왔다.

 

명문 학교에 온 것이 실감이 나는 듯 모든 교수님의 수업자료가 영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 수강해보는 통계학은 내용도 너무 어려웠고 과제도 당연히 영어로 되어 통계 문제를 풀려면 영어를 먼저 해석한 후에 과제를 해야 했다. 게다가 입학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전공 수업에서는 교수님이 논문을 써서 제출하라고도 하셨다.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 뭔가를 쓰긴 써서 제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논문은 아니고 논문 비스름한 ‘글’이었던 것 같다.

첫 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부터는 과제용 논문이 아닌 저널에 투고할 진짜 논문을 쓰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세워둔 연구 계획에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데 학교에 있는 밀링장비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전에 일했던 로얄 기공소에 찾아갔다. 일할 때 “나중에 학교 간다고 그만둘 거면 지금 당장 그만둬!”라고 말씀하셨던 ‘츤데레’ 매력을 가지고 계신 박건영 소장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기공소 장비를 빌려 시편을 제작할 수 있었다.

 

시편 제작 후 학교에 돌아와 실험과 통계를 진행하고 논문을 써서 김지환 교수님의 지도 아래 국내 논문이 출판되었다. 논문 저자 목록 속 교수님들 사이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그렇지만 뿌듯함도 잠시, 졸업을 준비해야 했다. 졸업 시험공부를 하며 학위 논문을 쓰고 학위 심사를 준비하다 보니 몇 개월의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갔다. 그 와중에 학위 심사 시 심사위원으로 지도교수님을 제외한 학과 내 두 명의 교수님을 정해야 했는데, 두 분 모두 하버드 출신에 대단한 연구를 하고 계신 분들이셔서, 그분들께 부족한 내 논문을 심사받는 게 너무 부담되고 긴장되었다.

 

그렇게 졸업에 대한 모든 것을 마치고 ‘이 석사’가 되었다.

학위를 받고 박사 입학에 성공해 다시 21학번의 새내기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석사입학 때의 나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4학기 만에 처음으로 생긴 후배와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소소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보니, 나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연구 주제도 실험 규모도 큰 심지어 언어도 영어로 쓰는 국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석사 생활을 잘 마쳤듯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으로 박사 학위를 멋지게 얻을 수 있도록 고생하는 나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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