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악안면보철, 침체된 치과기공계에 활력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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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악안면보철, 침체된 치과기공계에 활력 불어 넣는다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1.06.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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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 공략해 부가가치 창출 이끌어야, 체계적인 교육 과정 필요할 것

몇 년 전 SNS에서 관심을 이끈 게시물이 하나 있다. 미군 특수부대원이 파병 중 불의의 폭발사고에 의해 안면부를 비롯한 전신 부상으로 수 차례의 대수술을 거쳐 기적적으로 회복해 훈장을 수여받았던 일화다. 이 전사의 치료과정 중 눈에 띤 것은 절단된 팔과 다리를 대체하는 의지보조기구와 폭발로 손상된 안면을 위해 착용된 악안면보철물이었다. 
악안면보철은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성 결손을 재건하는 보철물의 일종으로 구강악안면외과의 한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악안면보철물을 제작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치과기공사지만, 관련 법규가 존재함에도 그 활동이 대체로 미미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실이다. 
<ZERO>는 6월호 기획특집을 통해 악안면보철의 미래와 치과기공사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악안면보철의 정의와 범위는?
치과기공사뿐 아니라 일반 환자 역시 ‘구강악안면외과’라는 단어를 주변에서 자주 접해봤을 것이다. ‘악안면’을 흔히 ‘악골’과 ‘안면’의 합성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악안면의 영역은 두정부(정수리 부위)에서 턱의 끝 부분까지의 안면부를 중심으로 그와 인접한 경부를 포함한 두경부 조직을 포함한다. 이 두경부 조직에서 악골 부위를 두부, 안부, 비부, 이개부, 구부, 협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악안면은 턱과 얼굴을 뜻하는 것으로 악안면보철은 턱과 얼굴에 선천성 기형이 발생했거나, 종양이나 외상에 의한 후천성 결손을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기능, 형태적으로 수복하고 재건해 심미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보철물의 일종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익숙히 들어 온 ‘의안’과 구개 폐쇄 장치(Obturator)와 같은 악안면보철 외에도 피부 외부의 결손 부위를 심미적으로 회복해주는 인공보전물 역시 악안면보철의 범위에 포함된다. 

악안면보철의 역사적 흐름을 찾아서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악안면보철을 적용해 왔을까?
치과 보철과 마찬가지로 인류는 상고시대부터 인공 안구를 제작해왔는데, 피라미드가 세워질 시대에 정교히 제작된 의안이 박혀 있는 유골이 발견돼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의안은 천연 타르와 동물성 지방 물질을 혼합해 제작됐는데, 시대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정교하게 제작됐다. 
근대에는 프랑스의 외과의이자 치과의사인 Pierre Fauchard가 악안면보철에 있어 창조적인 구내·구외 보철물과 구개 폐쇄 장치 등을 다량 제작해 적용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유리로 의안을 만들었지만 PMMA 재료가 개발되면서 이를 이용한 의안의 제조 방법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현대적인 악안면보철 분야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바로 제1, 2차 세계대전이다. 
총과 포의 화력과 살상력이 근대에 비해 획기적으로 증가해 신체는 물론 악안면 부위가 손상된 병사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면서 이를 수복할 악안면보철물과 총상 부위를 피개할 인공보전물의 제작,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 같은 시기에 실리콘과 레진이 개발돼 더욱 자연스러운 악안면보철 제작이 가능해졌다. 그 이후 임플란트의 탄생은 악안면보철에 뛰어난 유지력과 안정성을 부여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임플란트가 등장하기 전에는 보철물의 유지를 접착제 등으로 얻었지만 유지력이 떨어지고 자가 탈착이 어려웠기 때문에 임플란트의 적용은 이를 보완하기에 충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에는 수작업으로만 제작됐던 악안면보철 분야에 치과 보철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캐드캠(CAD/CAM) 시스템이 도입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악안면보철의 현주소
국내의 악안면보철은 1961년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가 창립하고 1962년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악안면보철 분야에서 국내 치과기공사의 활동은 현재 매우 미미하다. 
세계를 보면 미국, 대만 등지에는 치과기공 교육 과정에 악안면보철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치과기공사가 악안면보철뿐 아니라 의지보조기구까지 제작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2018년 12월 20일 시행)에 악안면보철물이 치과기공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어있지만 업권 보호를 위한 치과기공사의 활동과 체계적인 학술, 대학 교육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악안면보철 제작은 흑색지대와 다름이 없다는 의견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2019년 11월 악안면보철기공학회가 출범했고 연수회, 교재 편찬 등의 사업을 추진해 어두웠던 국내 악안면보철기공 분야에 작은 촛불을 밝혔다. 
이어서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구보건대학교에 악안면보철학 과목을 신설하며 체계적인 대학 교육에 첫발을 내딛을 전망이다. 

치과기공사가 알아야 할 것은?
퀄리티 높은 악안면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부색과 안면부의 형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함양돼야 한다. 치과보철물이 환자 개인마다 다르듯이 인간의 피부색과 안면부의 형태 역시 개인, 인종, 성별마다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각적은 측면에서 피부색과 안면부 형태는 사람의 이미지와 인상을 좌우하는 데 깊이 연관돼 있다. 안면부 각 부위의 비율과 코, 이마, 입술 등 오목하게 돌출된 부위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코는 가장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으며 얼굴 정중앙에 위치해 상, 하, 좌, 우의 전체적인 얼굴 균형을 잡아주는 큰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악안면보철물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치과보철물 제작과 유사한 작업 과정 역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치과기공계 미래 먹거리 될 분야
악안면보철 분야는 침체의 늪에서 수십 년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 치과기공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법적인 제도 아래 업무범위가 과거보다 더 명확해졌고 치과기공사가 지닌 전문 지식과 손 기술로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를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안과에서는 시력을 잃거나, 종양, 눈이 망가져 안구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 국소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의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동공이 정상적인 눈과 동시에 움직이게 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제작된 의안이 개발돼 시술에 적용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 총상 등의 외상에 의한 안악면 부위의 결손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데다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의 수요도 꾸준하게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의학 분야에서 3D 모델링과 3D 프린팅을 통한 악안면보철 제작 기술 상용화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악안면보철물 틈새시장을 치과기공사가 더욱 활발하게 진출해 제작 의뢰는 물론 해외 악안면보철물까지 수주한다면 치과기공소에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 일상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치과보철물을 넘어 악안면보철물 분야로 시장을 확대해 치과기공사의 영역을 보다 넓히고 확고히 한다면 침체된 국내 치과기공계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치과보철물만 바라보고 있는 치과기공사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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