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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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도전
  • 최범진 이사
  • 승인 2021.06.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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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라는 단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새로운 미션에 시도를 할 때 외치는 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첫 키스의 경험만큼 설레는 단어이기도 하다. 휴일이면 소파와 한 몸이 되어 TV만 보던 중년의 가장이 이것저것 캠핑과 관련된 장비를 준비해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어 골프나 낚시 등의 활동을 시작하거나 요리학원 취미반 코스에 등록하는 등 최근 나만의 여가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활동 역시 관심이 별로 없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분야에 흰색 꼬깃한 종이에 ‘도전장’이라는 단어를 적어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를 새로이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도전은 시작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언젠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대충 씻은 얼굴로 새벽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서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무엇에 홀렸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강을 위한다는 의미라기보단,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의무감 같은 것이 컸던 것 같다. 어쩌면 남들이 하니까 그냥 일찍 일어나기 위한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 90년대에 전 세계를 주도했던 ‘아침형 인간’,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 ‘새벽형 인간’ 등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성공의 철학이나 습관 같은 내용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줬다. 대기업의 총수 누구누구는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시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일을 해서 오늘날의 건재함을 구축했고, 누구는 고시에 합격했고, 또 누구는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지런함이 가진 강력한 포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부지런함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부지런함 이전에 대전제로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올바른 방향성이다. 목표가 뚜렷한 상태에서의 부지런함과 노력이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근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배를 움직이고자 할 때 바람이 없다면 노를 열심히 저어 나갈 수밖에 없지만 바람이 잘 부는 상황에서는 돛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추진력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배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바람이 아닌 바로 돛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과 돛의 방향이 일치한다면 더욱 쉽겠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방향성을 잘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부단한 노력을 통해 도전이라는 과제이자 추구하는 목표를 실행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와 후자 중 어느 하나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도록 조율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치과기공사 업무를 시작했던 기공소에서 소장님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시종일관 포세린 분야라고 대답을 드렸고 기초부터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것 같다. 또한 일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경력과 실력을 쌓고 직장에서 가능하다면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눈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약간 과한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로 이 부분을 이루려면 즉 인생을 위한 도전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캐드캠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디지털 덴티스트리 보철물 제작 시대가 아니었고, 거의 모든 보철물의 제작 과정이 아날로그 시대의 핸드메이드 방법을 기반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는 개인의 노력과 시간 투자가 중요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일반 보철물 제작 방식이 디지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루고자 하는 일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필요성은 그 패턴이 조금 달라졌다. 과거보다는 보철물을 제작하는 시간과 방법이 다소 줄어들고 쉬워진(?) 덕에 방향성을 잘 잡지 않으면 들어간 노력에 비해 결과가 충분치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노력, 방향성을 잡고 추진하는 진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을 좇는 과정에서 가야 할 방향을 잡고 진행한다면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살면서 추구하는 바를 얻는다는 것은 분명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지만 얻고자 하는 결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소위 Vivid Imaging의 추구는 도전의 필수항목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복잡한 업무들과 밀당을 하며 더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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