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진정성과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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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진정성과 전문성
  • 남신은 대한여성치과기공사회 보험이사
  • 승인 2021.07.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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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남신은 대한여성치과기공사회 보험이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몇 해 전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나 역시도 해당 도서를 정독하며 90년대생 학생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애썼던 기억이 있다. 올해 3월, 드디어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에 태어난 신입생들을 맞이했다. “우리 2002년 월드컵 때 말이야.. 붉은악마 옷 입고.. 거리 응원할 때..”를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00년대생이 온 것이다. 90년대생을 넘어선 00년대생과 교감하고 신뢰를 쌓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가.

최근 교수법 개발을 위해 책을 펼쳤다가 마음에 와닿은 글귀가 있다. ‘진정성과 전문성이 함께 있는가’. 한 학기를 마치고 아쉬움이 남았던 즈음이라 그 문구를 보니 학생들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진정성과 전문성이 충분하다면 치기공이라는 연결고리로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나의 진정성과 전문성에 대해 자문해 보았다.

 

먼저 교수자로서의 전문성은 갖추었는가. 전일제 석·박사 학위 과정과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담당 교과목인 치아형태학과 구강해부학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하고 관련 실험 및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특히, 디지털 기반 치아형태와 교합을 연구하는 연구실에서 수학했던 덕분에 디지털 치과기공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전공 관련 논문을 매년 발표하고 있고, 학생들의 기발한 질문에 다시 대학원 시절 원서를 꺼내 보며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수자로서의 진정성은 어떠한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 2010년 박사 수료 후 감사하게도 모교에서 첫 강의를 맡게 되었다. 3시간의 강의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매주 왕복 6시간 KTX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첫 주 서울역에서 KTX가 출발하던 순간의 벅찬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긴 시간 준비해왔던, 그렇게도 하고 싶던 일이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었다는 가슴 벅참과 감사함, 준비한 것들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등이 뒤섞여 서울을 벗어날 때까지 한참 동안 창가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강의를 맡은 초년기에는 잘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나에게 집중해 주는 시간 동안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고, 교과 내용을 짜임새 있게 전달해 우리 교과목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함께 나누고 싶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2015년에는 우수 강사에 선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열혈 강사로 지내다가 출산 후 첫 강단에 섰을 때 교수자로서의 터닝 포인트를 겪었다. 여느 날처럼 힘차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교단 앞에 촘촘히 앉아있던 학생들이 학습자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존재로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가 그랬듯이 태어나서 눈만 깜빡여도 뒤집기만 해도 온 가족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을, 그러한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학생들이 올망졸망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교과목 특성상 1학년들과 주로 수업을 하게 되는데, 그 어린 학생들이 시험 성적이 남들보다 낮으면 어떻고, 석고 카빙을 책과 좀 다르게 하면 어떠하리.

물론 가르치는 입장에서 애가 탄다. 하지만 새롭고 낯선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지적보다는 칭찬과 지지이다. 어느 실습수업에서 “내가 봐도 이게 치아일까 싶을 만큼 엉망인 과제물을 보여드려도 먼저 칭찬해 주시고 후에 문제점이나 고쳐나가야 할 점을 지적해 주셔서, 조각의 질이 점점 높아져 가고 더 노력해 좋은 결과물을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시는 것 같다”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너무나 솔직한 학생의 평가에 한참을 웃었지만 스스로 좋은 결과물을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었다는 말에 한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응원과 지지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 가르치려는 목표에,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고 귀하게 대하려는 진정성이 더해졌다.

 

전임교원이 된 지 이제 5학기가 지났다. 여전히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는 중이고 선임 교수님들의 경험과 연륜 등 배워야 할 것투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에 대한 진정성을 더한다면 00년생 아니 그 이후 학생들과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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