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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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깐부
  • 최범진 이사
  • 승인 2021.11.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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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깐부’라고 하면 특정 치킨 브랜드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 최근 OTT플랫폼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에서 이야기된 단어로 알고 있지만 원래 이 단어가 가진 의미는 ‘친한 친구나 짝꿍, 동지’ 등을 뜻하는 은어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같은 뜻의 ‘깐보’나 ‘깜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 구슬치기를 할 때나, 종이로 만든 딱지를 가지고 놀던 시절에 친구들과 “누구누구는 깜보(깐부)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가지고 있던 유리구슬도 공유하고, 딱지도 공유하고 그래서 둘이 가진 재산을 합쳐 그 세를 과시했던 아련한 기억이 난다. 당연히 구슬치기나 딱지치기에 탁월한 재주가 있어 많은 수량을 가진 친구들과 깐부가 되려고 했고, 연합이 잘 안되었을 때에는 친구들과 놀면서도 어렵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만 했다. 

“오늘 동네 점방에서 어떤 과자를 사먹을까?”
“오늘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다녀올까?” 아니면
“오늘은 개구리를 잡으러 어디로 갈까?”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도 그 결정을 하는 부분에 인기 있는 친구들의 의견은 제법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어린 시절이나 어른이 되고 생각해보니 비단 가지고 있는 딱지나 구슬의 개수보다는 나름대로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친구들이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리더쉽이 뛰어나거나 다른 친구들보다 무언가를 잘 하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이 많거나...... 비단 특정 놀이나 게임 그리고 가지고 있는 구슬이나 딱지의 개수 같은 것에만 국한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어울리며 무언가 남다른 진심어린 노력과 전략를 바탕으로 소위 공감대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치과기공소에서 일하던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출신 학교도 다르고 주된 업무 파트가 달라도 소위 입사 동기라 불리는 친구가 있다면 한결 마음도 편하고 서로 의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동갑이든 아니든 직장 생활을 함께 시작하는 1년차 동기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 하려면 어려운 법이다. 특히, 기술적인 전문성을 요하는 치과기공사의 길은 기초적인 작업부터 시작해서 실전 임상 케이스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 보철물 제작의 첫 과정부터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즉시 보철물의 성패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철물을 제작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과정과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임상케이스의 경우 100이면 120의 변수가 있음을 치과기공사의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치과기공사의 일을 시작하고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시기에 학교 동기들과 만나면 처음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이성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의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석고를 얼마나 큰 러버보울에 믹싱해서 한 번에 마운팅을 몇 개를 하는지부터, 임프레션에 스톤을 어떻게 부어야 기포가 없는지, 캐스팅할 때 불대의 세기는 어느 정도를 해야 골드가 끓지 않는지, 왁스업을 할 때 마비스만 쓰는지 다른 왁스를 같이 섞어 쓰는지, 브릿지 조인트 부분을 어떻게 고정해야 틸팅이 없는지......정말 우리의 업무 중 수도 없이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상황으로 마무리됐다. 그 모든 것들이 직/간접적인 무형의 재산이었고 자산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깐부란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존재가 아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다. 비단 같은 공간, 같은 기공소나 기공실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같은 시기에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게 되는 초년 시절의 경우 대부분의 업무는 많은 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달리 해석하면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같거나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 깐부가 되는 것이다. 딱지나 구슬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고, 돈이나 재화는 아니어도 더 소중한 업무 중 겪게 되는 경험과 업무의 노하우를 공감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연과 지연이 없는 동년차 기공사 선생님을 만나도 바로 깐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깐부가 되는 것은 그 기저에 친구 사이에 반드시 필요한 동질감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해 각자 가지고 있는 유형, 무형의 자산을 공유함으로서 완성이 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면서 함께했던 깐부라는 단어를 계기로 바로 우리가 가진 그 소중했고 또 소중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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