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메신저 세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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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메신저 세계로의 초대
  • 덴포라인 편집팀
  • 승인 2014.10.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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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트

 
 









‘사생활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Ta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라는 문구는 어느 사회 운동가의 외침이 아니다. 소셜 메신저 앱 텔레그램 메신저(Telegram Messenger)의 첫 페이지 문구다. 독일에 서버를 둔, 그러나 러시아인이 개발한 이 앱은 이 짧은 문구로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 필자도 요즘 핫이슈인 텔레그램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하루에 10~15명씩 텔레그램에 가입했다고 신호를 보낼 정도로 눈에 띄게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의 기능보다 우수하지 않기에 얼마나 이동할까 의심을 했었지만, 텔레그램이 가진 비밀보장이라는 매력은 부족한 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만큼 큰 흡입력이 있었다.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톡과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 둘은 무엇이 다를까?

텔레그램은 태생부터 보안을 중점적으로 신경 써서 만든 메신저다. 때문에 텔레그램의 대화 내용은 암호화되며, 서버가 독일에 있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원한다고 해도 그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면 카카오톡은 현재 일주일 정도 이용자 대화내용이 국내 서버에 저장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를 영장을 통해 요청할 경우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서버에남아있는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텔레그램의 한국인 이용자가 160만 명을 넘어서 사이버 망명이 급증했다.

사건의 발단은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 사이버 상 ‘아니면 말고’식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지적하자 대검찰청에서 “사이버 상 허위사실유포 등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포털사이트 등의 공개된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수사대상”이라고 밝혔다. 이후 사생활 침해에 관한 여론을 본 검찰에서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촉발이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카카오톡에서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 되는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텔레그램이 애플 앱스토어 무료어플리케이션 부분 1위에 오를 정도로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금까지 메신저의 흥망성쇠가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에서 이뤄진 반면, 사이버 망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이번 현상은 이처럼 정치적인 영역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설치하는 동기는 단순하다. 대화 내용을 저장하는 서버가 독일에 있어 정부의 압수수색과 감시·사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복하고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여타 메신저들과 비교할 때 최근 기세가 심상찮은 게 사실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메신저가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중국에서는 위챗, 일본과 동남아에선 라인, 서구권에선 와츠앱, 바이버,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메신저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이 카카오톡의 위세에 눌려서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모으지 못하는 현상을 보면서 예측이 맞는 듯했다. 그런데 텔레그램은 이런 예측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텔레그램 이슈는 신드롬이 돼가는 듯하다.

최근 보여주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텔레그램의 실제 사용자는 카카오톡 실제 사용자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카카오톡에서 스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타인에 의해서 강제초대가 되어서 관심 없는 대화에 참여 하거나 게임 광고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계속 노출되는 상황을 무료메신저라는 이유만으로 참아야 했다. 그러나 사이버망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이번 텔레그램 신드롬은 정치적인 이슈가 만나면서 폭발이 되었다. 카카오톡이 자신의 대화 내용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대화 내용을 저장하는 서버가 독일에 있어 정부의 압수수색과 감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게다가 다음과 카카오톡이 합병을 하면서 카카오톡에 이런저런 서비스가 주렁주렁 달리면서 사람들을 불만도 카카오톡을 버리게 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텔레그램은 카카오톡의 빈틈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향후 추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정부가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하는, 일종의 편의를 위한 규제가 기업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필자가 최근 텔레그램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적어보면, 속도가 매우 빠르며, 비밀 채팅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을 때 매우 유용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도 곧 이런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그램의 장점은 메리트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을 통해서 느낀 점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다른 기능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카오톡이 앞으로 이 부분만 해결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며, 더욱더 글로벌 메신저로 재탄생하길 기대하면서 자판에서 손을 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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