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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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 평준화
  • 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 승인 2017.02.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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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미라클 CAD/CAM 센터장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조기교육을 포함, 교육열이 세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운하다고 느낄 정도로 높은 나라이다.
높은 단계를 뛰어넘어 한계를 정하지 않고 치솟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그것도 꽤 많은 커리큘럼을 운영 중인 곳을 찾아서 선착순으로 등록하기 위해 유명가수 콘서트장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줄을 선다.
전에 치기공과 학생이었을 때인가, 치과 기공학 개론시간에 치과 기공학이라고 정식으로 명명되지 않았을 때, 그냥 기공술식이라고 불릴 때부터의 역사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도제교육[徒弟制度, apprenticeshipsystem]을 통해 수공업적 기능을 양성하는 제도의 틀 안에서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수련에서 수련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며 이루어진 교육제도였던 것 같다.
이러한 제도의 특징은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과 연마를 통해서 장인(匠人, Master)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역사와 기술전수의 문화는 삼국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찬란한 예술 분야나 기술 분야의 대가들이 대한민국에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자 뿌리로 작용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인정받는 사실이다.
언젠가 학교 후배로부터 기공 술식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질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PFM Framework를 담당하고 있는데, 연결부와 두께 그리고 케이스별 디자인에 관련된 것이었다. 물론 후배가 일하는 기공소 소장님께 먼저 여쭤본 후에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기공소에서 일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겪었던 부분을 떠올려 부족한 대답을 해주었다.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의료기사에 대한 법률 조항에도 없지만 기공 업무의 영역과 일의 순서에 대한 부분은 불문율 아닌 불문율로 인식되며 하나의 영역으로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처음 기공소에 들어가면 매우 기본적인 일부터 해야 하고, 또는 청소나 배달부터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모델작업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에 학교 선배님들께 들었을 때는 더욱더 기본적인 일부터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 나를 비롯한 많은 졸업 동기들이 밑작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기억도 난다. 물론,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따라 연차별 능력별로 차등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분명 맞는 말이다. 임상적인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일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리메이크를 줄이고 잘맞는 치과 보철물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기공소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직장에서의 재교육에 대한 평가와 의견도 상이하게 달랐던 것 같다.
하지만 과도기적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치과 기공소에서 많은 부분이 새롭게 평가되고 해석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Beginner의 업무 영역과 분야 그리고 경중에 따라 부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하게 인식되던 것들이 이제는 그 보이지 않는 불문율을 깨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의 일환이 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체의 일부분을 만드는 숭고한 업무가 과거 Hand-made의 수단밖에 없을 때와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을 하면, 기공 술식과 원천기술의 발달 그리고 장비와 기계의 발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은 매우 자연스럽지만 과거 학창시절에 접하지 못했던 영역의 업무 분야가 새롭게 생겨나고, 사람의 손이 하는 분야가 줄어들고 있다. 환자에게 유리한 재료보다는 수지타산이나 경영에 맞는 재료와 그에 수반된 시스템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더욱 발전된 시스템이 소개되고 실제 업무에 다양하게 활용되리라는 것도 충분히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장비와 기계의 발달과 다양한 보철 제작을 위한 시스템의 발전은 우리 업무 영역에 상향 평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치과 보철 제작이라는 숭고한 업무를 하는 치과 기공사의 기본 의식과 장인 정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고,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치과 보철물과 구강건강에 일익을 담당하는 우리 치과 기공사들에게 현재보다 더 발전할 상향 평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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