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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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밥
  • 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 승인 2017.03.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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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미라클 CAD/CAM 센터장
예전에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오래전 일이라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6.25 전쟁을 몸소 겪었던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람의 왕래도 잦지 않은 시골에서 태어나 주인공의 유년시절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남쪽으로 내려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어려운 생활 중에도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결국엔 큰 기업의 대표까지 되면서 현대사를 재조명했던 내용이었다. 꽤 오래전에 보았던 드라마였는데 주인공의 성장기와 성년이 되어 활동하면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그런 내용이 머릿속에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드라마의 내용 중에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어려울 때마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었다. 바로 “이(책) 안에 밥도 있고, 돈도 있고 그리고 나의 미래도 있다”이었다.
모두가 힘들어하던 시기에 어떠한 순간에도 손에서 절대 책을 놓지 않았던 주인공은 갑작스레 다가온 위기의 상황에서도 항상 문제 해결의 해법을 책 안에서 찾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이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굳건한 모습이 나의 머리와 가슴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인지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어느 대기업 총수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주인공은 이른바 요즘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Role model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시절 나를 아껴주셨던 모교의 교수님께서 미래를 그리는 방법을 보여주셨던 기억이 난다. 하고자 하는 일과 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그려보라고 말씀 해주셨다. 학교를 졸업하고 치과기공사로서 생활하면서 꿈꾸며 그렸던 과정대로 모두 실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상황에 맞게 적응해가며 원하지 않게 수동적(?)인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그렇게 치과 기공소라는 집단에서 생활하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편안한 옷을 입은 것처럼 적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속해있는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해 힘들게 생활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곳에 가지고 있었던 미래를 서서히 잊어가는 것은 그보다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과 가치 기준을 잡는 도구 중하나가 바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단 모든 책이 진리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에게는 처세와 참고서의 의미밖에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이야말로 마음속 기준의 영점을 잡는 훌륭한 수단과 도구라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밥으로 대변되는 진리와 생활은 분명 반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하나만을 떼어서 놓으면 서로의 가치가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존재인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밥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는 굵은 네임펜으로 흰색 종이 위에 그어놓은 줄처럼 명확히 이분할 수 없는 시대인 것 같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큰 원칙은 책 속에 밥이 있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지금 치과기공 업무를 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책을 찾고, 그 안에서 노하우를 찾으며, 원칙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원칙이 바탕이 되어 밥을 갖게 되고 혼돈의 상황도 말끔히 정리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치과 기공업무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전공서적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책과 문서, 한글파일 또는 PDF 파일로 열어서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그 안에서 얻는 소중한 진리와 원칙은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 한 고유한 빛을 내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더 나아가 술식이나 방법 또는 노하우만을 얻는 것이 아닌 생각의 방향성과 범위 그리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커다란 도화지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책과 밥, 밥과 책 그 어떤 것이 더 우선이라거나 목표인지에 대한 기준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어려운 치과 기공의 현실에서도 책을 먼저 열어볼 수 있는, 그리고 그 안에서 밥을 찾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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