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임상] Dental 3D Printing Study Group 임상증례 ⑪

RPD의 DIGITAL 전환, 그리고 자동화 공정

2025-12-08     YB아트센터치과기공소 임영빈 소장

 

선택과 집중의 기록
0과 1의 세계, 디지털: Zero에서 다시 시작하기
35년 전 처음 치과기공소를 시작해서, 으레 다른 기공소장들이 그러하듯 새벽별을 보며 일어나 영업을 뛰고, 밤에는 첫차가 올 때 쯤까지 작업에 매달며 살았다. 그렇게 불합리한 현실과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맞서며 12년을 버틴 끝에, 기공소를 매각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치과에서 근무했다. 치과에서의 근무는 전국 권투 대회에 출전해서 스무살은 어린 선수와 겨뤄볼 만큼 워라벨 역시 좋았다. 

그러다 다시 치과 기공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하지만 이미 이 길을 오래 걸어온 터였기에 첫 기공소의 과정과 결과는 내가 가장 잘 알았고, 치과기공사로서의 보수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결정의 계기는 이른바 ‘세렉CEREC’으로 대표되었던 디지털 워크플로를 본격적으로 접하면서였다. 원내 기공실장으로 시스템을 운용하며 한 가지를 확신했다. 내가 겁을 내서 멀리했을 뿐, 직접 손에 올리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것. 

문제는 재시작이었다. 디지털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세렉 계열 장비, 그리고 메탈 프린터 같은 설비는 당시로서는 리스크가 큰 선행 투자였다. 장비의 정밀도나 프로그램의 성숙도 역시 지금 기준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높은 벽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재오픈 당시 그때까지의 모든 커리어를 통해, 모으고 빌려 장비에 투자했다. 커스텀 장비까지 포함해 디지털 기반의 체계를 주력으로 삼았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장비 투자였지만, 역설적으로 장비의 보유가 곧 경쟁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디지털을 우선한다는 말은, 장비를 숭배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부심을 가진 기공사라면 핸드피스를 잡은 손끝이 하는 말을 가장 신뢰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디지털 기술 투자를 우선했지만, 첨단 장비가 알아서 해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나, 그 말에 늘 따라붙곤 하는,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는 낭만섞인 말을 맹신하지 않았다. 디지털이 준 것은 재현 가능한 절차와 데이터의 언어일 뿐이다. 

그렇다면 방향은 어디를 가리켜야 하는가? 수요 대비 공급 과잉, 그로 인한 가격 경쟁의 심화는 치과 병원들 사이에서 더욱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치과 기공소만 이 경쟁에서 예외로 두기는 어렵다. 이 환경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버티는 것은 사람·시간·품질을 갉아먹을 뿐이다. 

먼저 진입한 선도적 기공소가 있듯이, 앞으로는 해외로 시야를 돌려야 한다. 해외 협업을 통해 판로를 넓히고, 내부 포트폴리오는 라미네이트와 심미 보철을 선택하여 집중해야 한다. 계획을 비대하게 만드는 대신, 작은 실행을 연속시키는 방식을 택하며, 각 작업 과정을 짧은 호흡으로 나누고, 각 구간의 책임과 기준을 묶는다. 또 대내/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확인하고 조율해 의사소통의 잡음을 줄이고, 품질 포인트를 반복적으로 정의해 재현성을 확보한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해외 협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과의 언어는 달라도, 기공물의 언어는 디지털 기공이 선물한 데이터와 기준으로 충분하다. 

돌아보면 운도 있었다. 그러나 운만으로는 오지 못했다. 선택과 집중, 사람이 만드는 품질, 그리고 두려움을 넘기 위해 삼킨 피와 땀이 있었다. 디지털은, 그리고 3D 프린팅을 포함한 모든 제조 기술은 사람을 통과한다. 그 진실을 인정하고 나면, 해야 할 일은 단순해진다. 지금 가능한 크기로, 오늘부터 실행해야 한다. 

자연치 삭제를 1에서 0으로, 무삭제 라미네이트 
라미네이트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무삭제 라미네이트 역시 근래 등장한 신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그동안 기공소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되지는 않아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SNS 등을 통해 최소침습적 보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었고, 실제 수요 역시 이를 따라가고 있다. 

무삭제 라미네이트의 장점은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지만, 그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구강 스캔이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치과들 역시 이를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이유와 비슷하다. 환자들이 편하고, 첨단의 이미지를 주기 좋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치과 드릴 소리나 마취 주사 없이도 아름다운 미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심미 보철 분야의 성장세는 매우 뚜렷하다. 미용 치과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336억 달러 규모였으며, 2030년에는 약 890억 달러로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0년대 동안 연평균 약 13%가 넘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반면 치과 임플란트와 같은 전통 보철 시장은 연평균 6~7% 수준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며, 시장 규모도 2030년대 초반 약 90억 달러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심미 보철 시장이 임플란트 시장보다 성장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고, 규모도 훨씬 크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위 조사가 글로벌 치과 시장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에는 이미 가격 경쟁이 극한에 이른 임플란트 보철이나 지르코니아 크라운 분야가 있다. 이에 반해 라미네이트를 비롯한 심미 보철은, 환자들이 부가가치를 크게 느끼는 영역이라 비교적 가격 방어가 수월해 직접 체감이 적고, 숙련된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이루기가 용이하다. 무삭제 라미네이트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물론 무삭제 기법에는 그만큼의 난이도와 유의점이 따른다. 먼저, 만능 기법은 아니므로 적절한 증례 선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치아 크기가 작고 사이에 약간 공간이 있는 경우처럼 추가된 두께를 수용할 여지가 있는 증례에서, 초박형이면서도 강도가 높은 세라믹을 사용하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치열이 심하게 불규칙하거나 변색이 심한 치아는 무삭제만으로 충분한 개선을 이루기 어려워 일부 최소 삭제나 다른 보철 방법을 병행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얇은 베니어를 적용하기 때문에 작업 정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치은 연하까지 이어지는 얇은 마진을 기공사가 랩 단계에서 매끈하게 완성해야 하는데, 만약 마진 처리가 부실하거나 베니어 형태가 두꺼워지면, 접착 후 잇몸 염증이나 퇴축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무삭제 라미네이트 케이스에서는 시술 전 모의 왁스업을 통해 추가될 쉘의 형태와 두께를 미리 예측하고 치아와 조화를 이룰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사전 준비를 충분히 거쳐 정밀하게 제작한다면, 무삭제 라미네이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디지털로의 전환과 새로운 심미보철 분야 개척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기술 활용이야말로, 치과기공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작은 실행들의 꾸준한 축적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핸드피스를 잡는다. 디지털 기공소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치과기공 환경 속에서 본질을 잃지 않고 혁신을 이어가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전하는 것이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