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김현호 회장, 치과기공소가 살아야 치과기공이 산다
회원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경영 환경 개선에 집중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치과기공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 발전 이면에는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인력난, 과도한 가격 경쟁 등 치과기공소가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제자리 걸음을 이어온 기공료는 치과기공소 경영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고 있으며, 소규모 기공소를 중심으로 생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치과기공소경영자회 김현호 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해 온 현장 경영자다. 1991년 치과기공소를 개업한 이후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그는 현재 치과기공소가 처한 현실과 회원들을 위한 기공료 현실화와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김현호 회장을 만나 치과기공소가 마주한 현실과 경영자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 그리고 치과기공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1년 서울 숭인동에서 치과기공소를 개업해 현재는 경기도 여주에서 하이안치과기공소를 운영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에서 치과기공소를 경영해 왔으며, 현재는 대한치과기공소경영자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회원들의 권익 향상과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경영자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과의 소통이라고 본다. 회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 듣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경영자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치과기공소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기공료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치과기공소는 구조적으로 치과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치과에서 요구하는 가격에 맞춰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정상적인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디자인 데이터를 제작하고 국내에서는 밀링만 진행하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불법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저가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지나친 가격 경쟁이 결국 재료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최종적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영자회는 회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큰 과제는 기공료 현실화이다. 지난 20년 동안 재료비와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기공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치과 보험 수가는 매년 일정 수준 인상되고 있지만 기공료에는 그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30년 넘게 기공소를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경영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기공소들이 직원 수를 줄이고 대표가 직접 더 많은 업무를 맡으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치과기공 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어려운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공료가 현실화되어야만 기공소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며 환자에게도 양질의 보철물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적정한 기공료는 치과기공사뿐 아니라 환자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면?
국내 시장만으로는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출산율 감소와 인구 구조 변화로 치과 시장 역시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치과기공 인력은 꾸준히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경영자회는 해외시장 진출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 기공소들은 해외 거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경영자회는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 위한 정책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치과기공소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3~4배 높은 기공료를 받는 시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장에 우리 치과기공소들이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국내 가격 경쟁도 완화되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치과기공소 경영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인력 수급과 과도한 가격 경쟁이다. 이전에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어렵게 채용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기공료 수준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 대형 기공소 중심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대형 기공소는 별도의 영업 인력을 운영하며 거래처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고, 가격 할인이나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단순히 거래처 확보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공료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거래처 하나를 잃는 것은 곧 기공소의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결국 직원 감축이나 대표가 직접 더 많은 업무를 맡는 구조로 이어지고, 다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지금 치과기공소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기공료 현실화라는 하나의 과제로 연결된다.
기공료가 정상적으로 책정된다면 학생들의 취업난도 완화될 것이고, 지방 대학의 치과기공 관련 학과 역시 지금보다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산업 전반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에 가장 우선적으로 건의하고 싶은 정책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정부 부처 간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맞춤형 지대주(Custom Abutment)이다. 복지부에서는 치과기공소의 전문 영역으로 바라보는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의료기기 업체가 제조 허가를 받아 생산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맞춤형 지대주는 환자의 구강 상태와 치조골, 연조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작해야 하는 맞춤형 보철물이다. 치과기공사의 전문적인 설계와 제작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다. 현재 기공료 문제의 심각성은 여러 기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 협의하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현실적인 해결이 어렵다. 공정한 거래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치과와 치과기공소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디지털 시장이 확대되고, 이러한 변화는 국내 치과기공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의 한계가 보이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예방 중심의 치과 진료가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 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해외시장은 국내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갖고 있으며, 기공료 역시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장에 우리 치과기공소들이 진출할 수 있다면 국내의 과도한 가격 경쟁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이 활성화되면 학생들의 취업 기회도 늘어나고 지방 대학 역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치과기공계 전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경영자회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해외 물류와 플랫폼 구축을 위한 TF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공소들이 직접 해외 치과와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중간 유통 구조를 줄이고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치과기공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현재와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일부 대형 기공소만 살아남고, 전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기공소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재 치과기공소의 상당수는 1인 또는 5인 이하 규모이며, 이러한 기공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의 다양성과 경쟁력도 함께 약화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영자회도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고, 치과기공소 역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전국의 치과기공소 경영자와 후배 치과기공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협회는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밖에서 평가만 하기보다 협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시고, 필요한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셨으면 한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야 치과기공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젊은 치과기공사들에게도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치과기공은 혼자 성장하는 직업이 아니라 함께 발전해야 하는 전문 직업이다. 협회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고, 치과기공이라는 직업의 미래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경영자회 회장으로서 회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치과기공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치과기공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