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10년 넘은 기공일…요즘 새롭게 느껴져
상태바
[Woman Sense] 10년 넘은 기공일…요즘 새롭게 느껴져
  • 제로 편집팀
  • 승인 2018.08.09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Woman Sense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윤미정 울산기공사회 여성이사의 원고를 게재했다.

윤미정
• 울산기공사회 여성이사

너무 오랜만에 잡아보는 석고 조각도가 어색했다. 치과기공사를 업으로 한지 10년도 훌쩍 지났는데 문득 필자가 제작한 치아들을 물끄러미 보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석고 카빙을 시작했다. 요즘 CAD디자인 및 3D프린트니 4차 산업 바람이 기공계에 조금씩 불고 있는데 석고 카빙이라니 그래도 지난 기공생활을 둘러보니 치아만 온전히 배우고 알기보다는 일을 위해 일만 배운 것을 깨달았다.
상악 중절치를 깎기 시작하면서 치아의 형태뿐만 아니라 석고의 질감까지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고 조금씩 깎는 속도는 더디어갔지만 처음보다 두번째 깎은 것이 더 세번째 깎은 것이 더 나아진 것을 발견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두달 지나고 일과 함께 병행하다보니 석고카빙을 하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다. 상악 중절치, 상악 견치, 상악 제1소구치, 상악 제1 대구치, 하악 중절치, 하악 견치, 하악 제1 소구치, 하악 제1 대구치를 각 10개씩 깎아보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다시 부끄러워졌다. 날이 좋거나 혹은 좋지 않아서 또는 날이 적당해서 못 한다는 온갖 핑계거리들이 생각나고 혼자 하면 끝낼 수가 없을 것 같아 울산 치과기공사회 도움을 얻어 총 6명과 함께 스터디를 만들어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초를 튼튼하게, 실력은 깊이 있게’를 목적아래 지금까지 총 4번의 모임이 이루어졌다. 다들 모르는 사이라 처음엔 어색하고 나름의 긴장감이 있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분위기도 나아졌다. 모임때마다 정해진 치아 모형을 석고 카빙해서 가져오고, 각자 자유주제로 발표도 하면서 Wax up 실습도 해보고, 최근 모임에서는 6전치를 그렸다. 

 

다음번 모임때는 무엇을 주제로 할 것이며 하고 싶은 실습이 무엇인지 함께 상의도 하고 결정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한번도 PPT를 만든 적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 본 적도 없었는데 여러번 계속 발표를 하고 사람들을 이끌면서 점점 성장하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석고 카빙을 같이 해볼까 하는 작은 생각의 시작이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도 함께 성장하게 만들었다. 처음 깎아온 상악 중절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도저히 같은 치아모형을 보고 깎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번째 상악 제1대구치를 깎았을 때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깎았던 것 같다. 2, 3, 4년차 경력을 가진 스터디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필자가 저년차일 때 이런 기회가 온다면 무슨 마음을 가지고 하게 될까 이런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열심히 하게 될지 아니면 억지로 따라가고 있을지 함께 스터디를 한지 5개월이 지났는 데 한달에 두개 이상 석고카빙을 하게 되었다. 또한 발표를 위해 다시 책을 꺼내 공부를 하게 되고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여태 알던 기공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일을 하고 운동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이런 라이프도 멋있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성취감과 즐거움은 기공일에서도 얻을 수 있다. 남들만큼 일을 하고 공부하고 여가생활을 보낸다면 점점 변화하고 있는 기공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시대가 어느때인데 석고 카빙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말은 우리가 치아를 만드는 치과기공사임을 잊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공일뿐만 아니라 다른 좋아하는 일에서도 성취를 하려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치아를 제작하는데 라이브러리 덕분에 손 쉬워진 것은 맞다.
그러나 쉬워진 것일뿐 치아를 제작함에 있어 알고 있어야하는 것은 너무 많다. 쉬워진 일에 집중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알고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석고 카빙을 언제까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끈기 있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작은 성공을 갖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친구들과 힘들면 격려하고 지치면 응원해주며 올해 스터디에서 계획한 1년의 계획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또 다른 성공을 함께 한다고 믿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