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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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도마
  • 최범진 미라클디지털덴탈아트센터장
  • 승인 2018.09.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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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디지털 덴탈아트 센터장

요즘 공중파를 비롯한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요리사가 직접 요리를 하거나 게스트를 초청하여 요리를 하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꼭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큰 도마 위에서 식재료를 멋진 모습으로 손질하거나 경쾌할 정도로 규칙적인 소리가 나도록 칼로 썰거나 재료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기회가 닿아 횟집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조금 생소한 분야였지만, 그 당시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동기들이 기공소에서 무상실습(?)하거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그리 작지 않은 횟집 주방에서 일했다. 그냥 알바 수준으로 치부하기엔 조금 전문적인 분야였다. 주방일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 처음으로 진 지하게 배웠던 것이 바로 고기를 수족관에서 건져 주방 아래 놓인 큰 도마에서 대가리를 치고, 내장을 빼고 지느러미를 자르고 비늘을 벗겨 위에 놓인 깨끗한 도마에 올려주는 일이었다. 모든 횟집 주방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횟집 주방에는 처음 물고기를 건져 기본적인 손질을 하는 아래도마와 깨끗한 가운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며 올려준 고기의 포를 뜨고 썰어내는 윗도마가 있다. 도마가 놓인 위치에서 비롯된 어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래도마와 윗도마에서 일하는 조리사들은 경력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제 막 횟집 주방 업무를 시작한 사람에게 특히, 고기의 기본적 손질을 담당하는 업무는 아래도마에서 그 주된 일을 하게 되고, 일정 기간 경력을 가지고 자신의 회칼이나 포 뜨는 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실장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윗도마에서 일을 하게 된다. 아래 도마에서 일하며 고기를 잡고 손질하는 과정에서는 피도 튀고 물벼락도 맞고 때로는 고기 손질용으로 제 작된 큰 칼을 써야 하므로 힘도 많이 드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었다. 윗도마는 항상 깨끗한 조리복을 입고 고기를 직접 손질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장화와 긴 방수 앞치마도 필요 없고 기본 손질된 고기만을 가지고 생선회를 준비하게 된다. 바로 관련 업무 분야에서의 경력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 이기도 하다.
복학하고 학교 과정을 마친 후 처음 치과 기공소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졸업하고 처음 치과 기공소에 취직해서 일하면 주로 기본적인 보조업무 위주로 일을 하게 된다. 그 당시 대부분 학교를 막 졸업한 기공사의 업무는 주로 본격적인 치과 보철물 제작을 위한 모델 작업과 마운팅 그리고 레진을 이용한 기본 작업이 거의 주를 이루었다. 기본 작업을 충실히 하면서 치과 기공사로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본을 배우고 업무 환경의 분위기도 익히고 앞으로 사용하게 될 재료들의 특성도 파악하는 목적이 컸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직의 특성상 환자의 구강 안에 세팅될 임상 케이스를 가지고 임상 기공 경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완성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업무의 특성상 결과물이라는 것은 구강 내 셋팅이 되거나 아니면 리메이크라는 양분된 결과만이 있기 때문에 더욱이 기초를 다지고 모델과 친해지고 재료의 성질을 파악하여 임상 보철물을 만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때로는 모델 작업을 하다가 옷에 석고도 튀고, 레진 리퀴드를 묻히기도 하고 캐스팅 실패도 하면서 그렇게 한 명의 치과 기공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치기공 분야의 업무는 많은 부분이 발전했고, 업무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이 부분은 비단 학교를 막 졸업한 새내기 치과 기공사들에게만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며 소위 기술직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동소이하게 적용되는 부분일 것이다.
십수년 이상을 전통적인 기공 업무에 종사하던 치과 기공사 에게 디지털의 시대가 보편화 되면서 또 새로이 배우고 익혀 야 할 분야가 생겼고, 사용하는 재료와 시스템 또한 크게 변 화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과거 최고의 세라미스트를 꿈꾸며 포세린 빌드업과 컨터링에 매진하고 관련 세미나를 수도 없 이 듣고 노력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디자인과 컬러링 그리 고 보다 심미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한 디지털 작업의 과정과 부분을 배우고 있는 상황도 늘고 있다. 아마 현실 업무의 디 지털 관련 업무가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 에 깊이는 조금 얕아지고 범위는 더 넓어지는 업무의 패턴도 생겨나고 있고 핸드 테크닉에 의존하던 것에서 디지털 장비 의 활용에 빈도와 중요성이 커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기도할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발전과 변화가 아닌 장비와 재료의 변화 그리 고 시스템의 변화에 의한 전체적 업무성향이 변하고 있는 것 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말 중요한 부분에 대해 느끼는 부분이 있다. 우리 의 업무인 치기공 분야에서 업무의 기초를 놓치지 않는 마음 으로 현실에 충실하며 미래에 더욱 변화할 업무 환경과 분야 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끼며 예전에 아래도마에서 윗도마까지 일하던 시기를 가끔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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