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아내 엄마 그리고 기공사,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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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아내 엄마 그리고 기공사, 나의 이야기
  • 제로 편집팀
  • 승인 2018.10.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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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Woman Sense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김소리 여성회 총무이사의 원고를 게재했다.

김소리
•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총무이사

이 글을 쓰려면 2017년 작년 한해를 빼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한명, 그리고 한명 더 포함해서, 둘이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내라는 이름표를 얻자마자 엄마라는 이름표까지 동시에 얻게 되었으며, 박사 학위 취득이라는 큰일까지 앞두고 있었다. 거기에 기공소도 일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내가 잠시 쉴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내가 놀랍다.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함께한 선·후배가 부부가 되면서 우리에게 바로 아기가 찾아왔고,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늦어진 졸업 준비를 해야 했다.
입덧 그리고 바빠진 기공소에 나의 졸업 준비는 불가능했다. 기공소를 잠시 그만 두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부모님과 같이 하는 기공소여서 더욱 불가능했다. 그러던 와중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 10일 정도 쉴 수 있는 최고의 긴 연휴기간이었기에, 나 그리 고 신랑까지 방콕을 했지만 양가 부모님의 배려 덕분에 졸업 논문을 잘 마무리했다.

 

졸업 논문 심사를 앞두고, 출산 예정일은 12월, 그리고 졸업 논문 심사는 11월이였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졸업 논문 심사를 받게 되는 상황속에서 심사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우셨을까 생각이 든다. 아직도 심사받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심사를 받는 순간, 대학원에 들어가려고 교수님들 앞에서 면접 받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긴 시간이 지나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면서 나 홀로 감동 받았다. 그리고 심사가 끝난 바로 다음 달인 12월, 완성된 논문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 부부의 사랑스러운 딸인 하 은이를 만났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온몸으로 와 닿았다. 

 

감동의 순간도 잠시, 하은이가 태어난 후 한번도 푹 자지못하고, 2시간 만에 한번씩 일어나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를 반복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없었던 철이 저절로 생겼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지면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맞벌이에 혼자 집에 있던 시간이 많았고, 동생이 태어난 후, 혼자 동생을 돌보면서 조용했던 집안이 싫었던 아이였는데, 내가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나의 부모님이 더 힘들었을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은이를 생후 5개월부터 어린이 집을 보내고 나는 일을 하러 나갔다. 아마 내가 어렸을 땐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여서 무조건 맞벌이를 해야 했을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더 큰 이유인 내가 아이 때문에 나의 일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어서 더 크게 느낀 점은 자유롭게 생활하던 내가 하나의 책임감으로 묶였다는 것 외에도 한 사람으로써의 경력 단절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나마 같이 일하는 부모님의 이해 덕에 조금이나마 덜 눈치보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런 일들은 나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 한다. 주위에 많은 여성 기공사들이 겪을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이야기만 들어도 아이 때문에 일하던 것들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만 볼 수밖에 없는 경력이 단절된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 너무 속상한 일들이 많다. 마음놓고 맡길 만한 곳이 필요하고 더많은 지원과 격려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를 낳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제일 중요한건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부모님, 남편, 교수님, 나의 선후배,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과 직장동료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기에 부끄럽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감사한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육아로 힘든 모든 엄마들에게 큰박수와 응원을 해주고 싶다. 항상 아기의 건강만을 걱정하고 챙기는 엄마들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기공사 대표로 힘내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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