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도레미
상태바
[ZERO LETTER] 도레미
  • 최범진 박사
  • 승인 2019.12.26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o-Re-Mi
Let's start at the very beginning
A very good place to start
When you read you begin with A-B-C
When you sing you begin with do-re-mi
Do-re-mi, do-re-mi
The first three notes just happen to be
Do-re-mi, do-re-mi
 
이렇게 시작하는 ‘도레미 송’은 영화 ‘Sound of Music’의 대표적인 곡이다.
1939년 오스트리아 찰츠브르크를 배경으로 젊고 활발한 성격의 마리아와 그녀가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었던 트랩 대령 집안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집안 전체의 분위기는 물론 트랩 대령의 성격까지 모두 변화시켜 행복한 결론을 맺는 내용이다.
어린시절 TV에서 보았던 영화를 얼마 전에 다시 보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의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트랩 대령은 일곱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 전체를 군대식으로,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권위적인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마치 군대에서 점호를 하듯이 인원 파악을 하고 식사 시간은 물론 아이들의 놀이까지도 정확한 형태의 틀에 매여있는 상태로 모든 부분을 권위적으로 대하고 틀을 맞추려고 한다.
 
‘권위’라고 하는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또는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으로 표현되곤 한다.
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치과기공소에서 일할 때 실장님으로 계셨던 분이 생각난다. 그 당시 이미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는데 그분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20여 명 가까이 되었던 직원들 모두에게 권위적인 모습은커녕 너무나도 수평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막 치과기공업무를 시작했던 시기에 임상 케이스를 접하며 인상체부터 직접 대면해야 하는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쉽지 않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대우였던 것 같다. 우리 치과 기공사 업무의 성격상 기술을 습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작업모형의 제작부터 보철물의 완성을 하게 된다.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는 세심한 배려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라는 업무의 특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특히 임상 케이스를 제작하는 경우 인상체에 석고를 주입하는 과정부터 최종 보철물의 폴리싱이나 글레이징 과정까지 어느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는 과정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따라서 소위 치과 기공사로서의 경력과 스킬이 매우 중요하며 주로 위에서 아래로의 업무지시와 내용전달 그리고 제안과 충고 등이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업무 과정에 있어 모두 상급자와 경력자의 권위가 수반된 지시와 충고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결과물을 납기 시간내에 완성하고 배송까지 해야하는 치과기공소의 업무상 다른 직업군에 비해 다소 권위적인 업무과정이 수반된 체계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고 당연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환자의 신체 일부가 되는 치과 보철물을 만드는 테크니션의 업무 과정이라서도 그렇지만 이러한 수직적인 체계는 일의 진행에 있어 과정의 실수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부분에 유리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치과 기공사의 업무 특성상 시스템과 장비 그리고 재료 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큰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업무의 근간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며 지금도 이러한 부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CAD/CAM 시스템을 이용하여 처리하는 많은 일의 양과 일정한 퀄리티의 보철물을 제작하고 있지만 반드시 숙련된 치과기공사의 테크닉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또 임상경험이 많은 분들의 고견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한편 이러한 부분이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완성도 높은 보철물을 제작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에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업무의 진행에 있어 상하관계와 수평관계는 두 가지 방향과 흐름을 조화롭게 하는 부분에서 그 중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권위적이지만 후배와의 소통이 업무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특정 개인의 만족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내가 몸담고 업무를 행하는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공감하고 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 우리에게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영화속 주인공 마리아 수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