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ZERO, ‘종이 한 장 차이’의 뜻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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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ZERO, ‘종이 한 장 차이’의 뜻을 깨닫다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0.01.28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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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차이가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른다
 
오사카 특별 현지 취재를 맞아 지난 1편에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사카 세라믹 트레이닝 센터의 하루를 담았다면 이번 2편에서는 일본의 치과기공과 한국의 치과기공, 양국 모두 겪고 있는 어려움과 닮았지만 무엇인가 다른 차이점을 논해보고자 한다. 또한 지난 호에 모두 담지 못한 트레이닝 센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본 치과기공계의 경영난을 올곧은 철학과 신념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Takahiro Tsuji ‘dental BiOVISION’대표의 굴곡졌던 기공 인생 스토리, 이번 기획특집의 1등 공신인 최준태 기공사의 ‘트레이닝 센터 경험기’ 등을 함께 나눠보며 한국 치과기공계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 오사카=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지난 호에 이어>
일본의 치과기공과 한국의 치과기공은 묘하게 닮았다. 두 국가 모두 현재 사회의 고령화와 기공소의 경영 악화로 인해 기존의 기공인력 뿐 아니라 신규 인력까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현실과 저수가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 또 양국의 젊은 치과기공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으로 인한 전체적인 취업의 질에 대한 문제로 이직률이 매우 높은 상황까지 어찌보면 서로가 판박이인 형님과 동생을 보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치과기공을 포함한 한국의 치과산업 자체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왔을 정도로 국내 많은 기공사들의 걱정거리 중 상위 순위가 아닐지 싶다.
현재 일본 치과기공계의 상황을 살펴보면, 기공소의 78%가 소장 1명이 운영하는 1인 기공소로 장시간 노동과 저가의 기공료로 힘든 업무환경을 이어가고 있다. 저가 기공물의 원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공소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치과기공물의 가격 하락은 내부 경쟁이라는 요인도 크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치과계의 붕괴’라는 요소가 대전제로 깔려있다.
 
최근 일본내 치과의원 수는 자국 편의점 점포 수인 8만여 개보다 월등히 많은 10만여 개에 달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본의 국민들 또한 ‘편의점 보다 많은 것이 치과’라는 우스갯 소리를 할 정도로 번화가에 위치한 하나의 빌딩마다 세, 네 곳 이상의 치과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공료를 깎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 처해진지 오래다. 이런 모습은 작금의 한국 치과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된 풍경이 되어버렸다.
 
현재 일본 치과기공시장은 전체 인구의 감소 문제와 더불어 신규 인력 유입의 급감과 실제 활동하고 있는 치과기공사 감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해를 거듭할수록 신규 인력 유입이 급감하고 있어 실제 활동하고 있는 기공사의 평균 연령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기공소마다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젊은이들의 얼굴을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차이
치과의사는 기공료가 저렴한 기공소로 일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치과의원에서 경영이 어려워지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출 내역 중 가장 우선순위로 칼을 대는 부위는 외부로 지출돼 눈에 확 띄는 기공료일 것이며 이는 비단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치과기공, 같은 평행선을 앞뒤로 달리고 있는 두 기차인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지켜보면 앞서가고 있던 한 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우 1인 기공소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그 중에는 고가의 코스메틱 심미 보철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공소가 꽤 많은 편이다. 이들 중에서 일부는 싱글 케이스 한 개당 100여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의 기공료를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점이 특화돼 치과의사들도 고가의 기공료를 수긍할 수 있게 된 것일까?
단순히 타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능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만으로 이러한 경지에 다다른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기자의 답은 이렇다. 아니다.
4일간의 현지 취재 동안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이들이 무협영화 ‘의천도룡기’의 주인공인 ‘장무기’처럼 절대무공인 ‘구양신공’을 손에 넣은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큰 부와 명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을 강조했으며 치과기공의 본질인 치아의 올바른 형태를 익히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실로 맺어진 지식을 기단삼아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한 개인마다 확고한 철학을 잊지 않기 위해 수십 년간 아침마다 다짐하는 모습은 국가간의 관계를 넘어 존경심마저 들었다.
 
이는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할 뿐, 테크닉을 인정받아 일반적인 기공료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기공료를 인정받는 기공사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기공사와 잘하는 기공사는 불과 종이 한 장, 한 발자국 차이다. 100을 만드는 것은 어느 기공사라도 할 수 있지만 110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잘하는 기공사다. 사소한 것, 그 작은 차이가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른다’라는 말을 국내 기공사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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