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Re......Emotion
상태바
[ZERO LETTER] Re......Emotion
  • 최범진 박사
  • 승인 2020.02.28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무엇을 한다는 의미의 접두어인 ‘Re’는 우리 일상에 너무도 흔하게 듣고 사용하는 용어의 표현이 되어버렸다. 다시 한다는 의미(Again)와 뒤로(Back) 또 새로운(New)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어 우리는 이 접두어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거의 모든 동사에 이 접두어를 붙여 무언가 다시 시도해보고 도전해보자는 의미로 회사의 시무식 슬로건이나 목표에 사용하곤 한다.
세계적인 SNS 매체인 트위터의 기능 중에도 리트윗(RT-Retwit)의 기능이 있다. 그 활용은 실로 어마어마한 경우가 많다.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의 일상이 임기 말에 트위터 RT가 엄청난 횟수로 올랐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SNS 계정도 여러 가지 이유로 RT 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유명하신 분의 결혼식 주례사를 동영상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내용이 모두 기억 나지는 않지만 주례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요약하면, 결혼해서 살아가는 부부가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는 부분은 그 주변인들로부터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다투고 무엇인가 삐걱대는(?) 결혼 생활을 하면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안타깝게도 그런 소문은 ‘누구의 결혼 생활이 힘들다더라’, ‘이 결혼 안 하면 죽고 못 산다고 하더니 결혼 후에는 죽이겠다고 하더라’,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더라’ 등등 소문에 살이 붙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오늘 결혼하는 부부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생활 중에 무언가 트러블이 있고 힘들게 맞춰 가는 경우에도 주변인들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은 전광석화와 같이 소문이 빠르게 난다.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해명하거나 또 설명하는 내용의 소문은 빠르게 나지 않는다. 바로 그 과정과 내용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우리의 이성적인 부분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 트위터의 RT나 Facebook의 추억 돌아보기 또한 이런 부분에 있어 계정을 가진 당사자와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은 이유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무언가 일을 하면서 그 과정에 사람의 감정이 이입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끝낸 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당사자 외에도 많은 주변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넣어 상황을 해석하고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자체의 색깔과 성격을 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거나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치과기공사로서 의뢰받은 보철물을 제작하는 경우에도 하는 일의 과정은 물론 일 자체에 많은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업무에 대한 사명감으로 잘 맞는 보철물을 제작해야 하고 또 환자가 본인이거나 지인이라면 더욱더 이러한 부분이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위의 경우는 보철물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업무 자체에 감정이 이입되는 한 예지만 이것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더욱 잘 맞는 보철물을 만든다는 것은 비단 거래처와 그 보철물을 입안에 넣고 사용할 환자를 위한 것만이 아닌, 치과기공사로서의 자기만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하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 이 부분에 적어도 내가 만드는 보철물 자체에 대한 애착과 업무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테크니션으로서의 뿌듯함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을 다니면서 배우는 것을 넘어 한 명의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큰 사명감이 분명 작용하게 되는 결과인 것이다.

치과기공사로서 보철물을 제작하면서 가끔 다시 보철물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리메이크(Remake) 케이스다. 언젠가 우스갯소리로 치과기공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노래는 ‘리메이크 곡’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공들여 제작하고 치과로 보냈던 보철물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일은 아닐 것이다. 성의 없이 만들어서가 아니고 체어 사이드의 문제, 아니면 랩 사이드의 문제로 인해 다시 보철물을 만들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리메이크 케이스를 접하면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때로는 분노와 반성, 그리고 새로운 다짐까지...... 케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보철물을 제작하는 사람과 기공소를 경영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이 마음을 다잡는 Re-Fresh의 계기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다시 한다는 것이 오늘도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사의 입장에서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한 명으로서 단순 반복의 의미가 아닌 더 발전하는 계기로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