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사회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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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사회적 거리
  • 최범진 박사
  • 승인 2020.03.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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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번져나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큰 이슈로 주목받은 지도 시간이 다소 흘렀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경우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어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까지 심각성도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참 그 기세를 떨치고 있던 시기에 개인위생의 방법으로 권장되었던 것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의식적으로 개인적인 거리를 충분히 둔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실질적인 방법에 있어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특히 밀폐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을 경계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설명되고 있다. 실제 가장 심각한 전파 경로를 보였던 부분이 밀폐된 실내 공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이나 행사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여파로 일상에서의 생활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할 때 악수하고 인사하던 부분도 주먹이나 팔꿈치끼리 부딪혀(Elbow bump) 인사하는 방법으로 대신하게 되고 아예 가벼운 신체적 접촉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나한테 당신을 해하고자 하는 그 어떤 무기도 없다’라는 대인 간 신뢰의 표현인 악수도 이제는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물론 요즘의 분위기가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많은 부분이 개인적으로 독립된 영역 안으로 좁혀지고 있고 또한 직접 만남의 기회나 횟수가 점차 줄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단체의 정기 회의들도 화상회의나 온라인 회의 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과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예로 인간관계에 있어 일정 거리를 가깝게 하느냐 아니면 멀리 하느냐, 아울러  점차 가깝게 하느냐, 점차 멀리 하느냐는 인간관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리적인 거리도 있지만,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거리도 포함되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님에 틀림없다.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드라마가 있었다. 제목이 ‘상도(商道)’라는 드라마였는데 주인공은 조선 시대 의주에서 활동하던 만상의 한 사람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주인공이 조선 시대 고위 관직에 있는 관료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 신념처럼 삼았던 것이 바로 물리적, 정서적인 거리를 의미한 ‘不可近不可遠(불가근불가원)’이었다.
물론 인간사에 가족보다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사람과 지내는 경우도 있고 가족임에도 남보다 더 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개인의 생활 패턴이나 활동 양상에 따라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사람 관계에 있어 일회성으로 필요에 의해서만 그렇게 지내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치과 기공일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아침 이른 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해보면 가족들과 있는 시간보다도 직장 동료들과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에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After 6 Life’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즉, 퇴근 후에 개인의 발전과 여가를 위한 삶을 추구하거나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높아졌다. 법정 근로 시간이 공표된 이후 이러한 부분의 생활 패턴과 의식은 매우 구체화되고 또 현실화되고 있다. 삶의 질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런 부분은 더욱 당연시되는 추세임에 틀림이 없다.
치과 기공 업무를 행하는 공간에서, 모든 작업이 직접 연결되는 파트와 밀접한 연관 관계로 행해지는 것이 업무의 특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담당 업무의 실무자 간 소통과 사회적 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사무적인 관계의 거리를 떠나 때로는 밀접한 업무 협조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술자와 환자 모두 만족하는 보철물이 나오게 마련이며 이 점이 바로 기공소의 가격을 넘어서는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솔루션에 기반을 두면서 과거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할 때보다 밀접한 소통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부서 간 거리가 멀어질 순 없으며, 멀어져서도 안되는 것이다. 긴밀한 협조와 의사소통이 보다 정확하고 고 퀄리티의 보철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개인 간 물리적인 거리를 조금 더 멀리하는 분위기지만 정서적, 업무적인 거리의 줄임과 소통의 원활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동료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권하는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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