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기공소 오픈을 치열하게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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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기공소 오픈을 치열하게 준비하며
  • 김수란 여성회 공보이사
  • 승인 2020.03.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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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올 3월 란치과기공소 오픈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심정을 지면에 고스란히 담은 김수란 대한여성치과기공사회 공보이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기공사라는 직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내가 책상앞에 앉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은 너무 좁고 지루했다.
벗어나고만 싶던 그 책상 앞으로 나를 데려다 앉혀놓은건 소장님께 강제로 보내진 어느 빌드업 세미나였다. 누구하나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묻고 또 묻고, 보고 또 보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리라 적고 또 적는 사람들 뿐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뭘하며 지내온 걸까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세미나를 등록했다. 의지가 약해질때, 일에 권태로움이 밀려올 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어디든 어떤 세미나든 상관없었다. 그저 자기일에 열심인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원동력이 되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계기도 됐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들이 함께 모여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기공소 오픈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가 사람들과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던 가장 큰 부분은 기공소 인테리어였다.
그저 일하기 좋은 기공소, 일하고 싶은 기공소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평수가 너무 커서,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어서, 하다하다 쓸데없이 깨끗하고 예쁜 것조차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기공사였다.

기공사에게 기공소란 왜 작고 지저분하고 겉치레가 사치스러운 공간이 되었을까?
지난 한달동안 나는 어느때보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부정적인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너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기 때문에 평소처럼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직접 파티션을 나누고 동선을 짜고 벽지부터 마감재, 심지어 화장실 변기 하나까지도 정성스레 골랐다.
기공소라는 특수성때문에 인테리어와는 별도로 전기배선이나 배수공사에 전문가를 섭외해야 했고, 집진기를 전문으로 하는 책상 업체를 또 따로 선정했다. 이 모든 수고스러움을 지나 막연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오픈이 다가왔다.
아직도 사람들은 길어야 두달이거나, 곧 기공소같은 기공소가 될 것이라는 등 진심 섞인 농담을 던지지만 나는 이 기공소가 그런 좋지 않은 이미지를 벗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오길 바래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기공일은 그저 책상앞에 앉아 손톱만한 보철물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기공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혹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그랬듯이 그 안에서 꼭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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