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격동의 시기, 21년 만에 광장으로 나선 치과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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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격동의 시기, 21년 만에 광장으로 나선 치과기공사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0.10.2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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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몸부림, 뒷심 부족은 아쉬워

 

치과기공계에서 2012년은 다사다난 했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기공사협회 내부의 문제와 틀니,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 정책 시행, 대구 테크노 파크의 치과기공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굵직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이번 페이지는 그 중에서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노인틀니 기공수가 분리고시 결의대회’를 되짚어 본다.

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현실로 다가온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또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공계에는 치과보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갔다.
과거의 치과 치료는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한 항목이 전무하다시피 해 환자들의 부담이 매우 높았던 분야 중 하나였다.
노인틀니 보험급여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틀니 의료보험 급여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노인복지대책의 일환이었다. 이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1996년 ‘노인 및 장애인 복지 종합대책’을 통해 논의되기 시작하며 부상과 잠항을 거듭했다. 그러던 2009년 6월 17일, 75세 이상 노인이 틀니치료를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을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2009~2013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안’이 발표되며 레진상 완전틀니를 시작으로 2012년 7월 1일부로 본격 시행됐고 이어 2015년에는 금속상 완전틀니까지 확대되면서 정착하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2016년에는 보험적용 대상자의 연령대가 65세 이상으로 완화되고, 2017년 본인부담률이 종전 50%에서 30%로 낮아지면서 실질 덴쳐 치료환자의 수는 증가했다.

 

보험수가, 치과기공사 제작 행위 포함해야
그러나 보험적용으로 수요가 늘 것을 기대했던 치과기공계는 크게 반발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이 법안에는 치과기공소가 책정된 보험수가의 기공료를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치과치료의 최일선에서 보철제작의 업무를 담당하는 치과기공사의 제작 행위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험 수가 내에서 제작 행위별 기공료가 별도로 산정된 것이 아닌 총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간접 수령 방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특히 치과에서 보험청구가 가능한 항목 중 수리와 관련된 부분도 있지만 기공소에서는 이를 인지하기 어려워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치과기공사를 노인틀니 사업에 주체 중 하나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보험 위원회를 설립해 관련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기공수가가 별도로 산정됐고 레진상 완전틀니의 원가는 230,715원, 금속상 완전틀니는 312,473원으로 산출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치과기공소가 요양기관이 되어야만 국가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가 서로 의견 도출을 시도했다.
해외 치과치료의 보험 적용 사례 중 기공료를 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이 아닌, 치과의사를 통한 간접수령 방식을 채택해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치과기공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면 기공료 분리 고시를 통해 직접 수령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했다. 간접 수령방식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공식 산정된 기공 수가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 한편 치기협은 노인틀니 보험정책 성공을 위해 치과기공사가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알리고 치과기공사, 치과의사, 복지부가 합심해 정책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호소했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 회원들도 발 벗고 나섰다. 송영주 대표가 보험틀니 제작 기공료 직접 수령과 기공료 현실화를 주장하며 2011년 11월 18일 대한치과의사협회 1인 시위를 시작하며 12월에는 탑골공원 시위 등 작은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1,000여명의 기공사, 광장으로 나서다
노인틀니 건강보험 정책은 해를 넘어 논란이 지속됐다. 2012년 5월 16일 열린 제1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건강보험 지불방법인 ‘5단계 진료단계별 포괄방식’에서 치과기공과정은 결국 배제됐다. 이에 따라 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각 시도지부장, 고문단, 감사단, 임원 등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투쟁에 돌입했고 6월 5일, 전국 16개 지부의 1,000여 기공사와 함께 ‘노인틀니 기공수가 분리고시 결의대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하며 노인틀니 기공수가 분리고시를 외쳤다.
당시 송영주 대표가 기공장비를 해머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고 손영석 前협회장은 삭발을 감행하며 투쟁 의지를 굳게 다졌다.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한 결의대회는 독립문까지의 행진으로 이어지며 당시, 치과계 언론뿐 아니라 지상파 등 많은 언론에서도 집중보도했을 정도로 한 마음, 한 뜻으로 큰 목소리를 외쳤다.
하지만 치과기공사들의 염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6월 9일에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노인틀니 수가 치과기공료 분리고시 안을 부결시키면서 사실상 노인틀니 수가 분리고시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치과기공사가 기공수가를 직접 청구하게 되면 환자를 직접 진료하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일부 있었다.

 

결의대회 이후 8년, 지금은
치과기공계와 언론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1991년 한강고수부지에서의 대규모 집회 이후 21년 만에 광장으로 나선 치과기공사의 간절한 뜻은 그렇게 사그라져만 갔다. 물론 이 때를 기점으로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또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일반 국민들에게 퍼져나갔고 평소 단합되지 않는다는 내부의 평이 많았던 치과기공사가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노인틀니 건강보험 정책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이익 증대는 지금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치과기공사를 외면하는 현실도 문제였지만, 치과기공계 내부에서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협회는 치과기공사 직역과 틀니보험에서 치과기공 행위 포함의 당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시도했으나,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해 적극적인 힘을 얻지 못했다. 더불어 당시의 3만여 모든 치과기공사가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점과 뒷심 부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2020년 지금도 보험틀니의 기공료는 획일화되지 않았고, 옛 방식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결의대회의 정신은 계속 이어져 치과기공사 노동조합이 2019년에도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현재까지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과연 2020년대에는 치과기공사들의 희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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