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스프링보드(Spring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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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스프링보드(Spring Board)
  • 최범진 이사
  • 승인 2020.12.2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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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프링보드’라고 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올림픽의 다이빙 종목 중 탄성이 있는 판 위에서 두세 번의 수직 운동으로 도약의 힘을 받아 높게 뛰어올라 공중회전 등의 동작을 하며 입수하는 종목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프링보드는 다이빙 종목 말고도 체조뿐 아니라 초·중·고교 시절 체육 시간에 열심히 넘었던 뜀틀 종목의 탄성이 있는 구름판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 높고 멀리 도약하기 위해 구름판을 밟고 솟아오르는 체조선수들이 멋진 동작을 취하며 장애물을 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자신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이른 새벽에 외국어 학원으로 향하기도 하고, 헬스클럽에서 땀방울을 흘리기도 하며, 수영장에서 각종 영법을 연습하기도 한다.
물론 시간과 노력의 행위에 확실한 결과나 성과가 보장된 것은 없지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관심 분야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임하고, 평소 마음속에 꿈꾸던 일을 새로이 시작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렇듯 평소 갈망하고 원하던 일에 도전해 보는 것이야말로 새하얀 캔버스에 밑그림과 붓터치를 시작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릿속에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연필로 밑그림의 첫 선을 긋는 것은 높은 건물을 올리기 위해 튼튼한 기초공사를 하는 과정과 비슷한 부분일 것이다. 연필로 찍은 점 하나, 선 하나는 위대한 걸작의 한 부분이 되고, 떠 놓은 한 삽
의 흙은 마천루를 올리는 튼튼한 기초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보철물 제작 업무를 하면서 반복되는 업무로 자기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단 이러한 부분이 우리 치과기공사들의 업무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어떠한 일을 습관적으로 지속된 반복은 업무의 숙달과 완성도 높은 제작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 될 수 있고, 동시에 그냥 주어진 보철물 제작을 사용하는 재료를 이용해 정형화된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의 업무는 각 케이스의 특징마다, 개개 환자의 구강 내 조건 등을 고려한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이다.
하나하나의 보철물마다 그 형태와 색상은 모두 다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보철물 또한 똑같은 것은 없다. 아무리 닮은 쌍둥이의 경우도 손가락의 지문이 다르듯, 우리가 제작하는 보철물은 환자에 따라 다른 형태와 형상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개수의 보철물을 제작하다 보면 보철물마다 조건과 특징은 다르게 표현하더라도 업무 행위만큼은 비슷한 느낌의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적합을 보고, 컨택과 바이트를 비슷하게 맞추고 마무리 과정에서 크라운의 교합면에 오렌지색 스테인을 살짝... 이런 부분에서 단순 반복되는 일상으로의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익숙함과 숙련됨의 경계에서 자칫 판단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프링보드 위에서 더 높이 도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뜀틀을 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에서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늘 도움닫기를 해왔고 달려와서는 다음 과정을 위한 발판 즉 구름판 앞에 서 있게 된다.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열정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양 등이 그 도움닫기 속도와 거리를 정하게 되며 스프링보드를 밟는 순간의 속도와 힘의 분배에 따라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뛸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행하는 치과보철물 제작의 업무는 도움닫기만의 속도로 앞에 놓인 뜀틀을 무난하게 넘게 되지만 가끔은 더 높고 넓은 장애물을 만나게 되면 스프링보드의 도움을 받아야 깔끔하고 멋있게 그리고 안전히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스프링보드를 밟는 순간의 힘과 가속도를 처음에는 가늠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또 좋은 스승을 만나 코치를 받으며 힘과 속도를 조절하게 되는 능력이 성장함에 따라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도 자연스레 향상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앞에 놓인 목표물을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구름판을 밟고 보다 높고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순간이 되었고, 매끄럽고 우아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장애물을 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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