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Sense] 마스크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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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마스크와 일상
  • 김진홍 대한치과기공사회 공보이사
  • 승인 2021.06.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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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 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출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Woman Sense는 여성치과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김진홍 대한치과기공사협회 공보이사의 원고를 게재한다.

 

“아~ 참!”

요즘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오늘따라 유독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면 마스크를 깜박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럴 때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다시 들어와서 마스크를 챙기고 나가야만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50년을 조금 넘게 살면서 이렇게 힘든 시기는 처음인 거 같다. 물론 앞으로 더 크고 스펙타클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고작 1년 사이에 우리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서로 대화하는 것마저 눈치를 보며,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해 헉헉거리는 일 모두가 이제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에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전 국민이 눈만 내놓고 다니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같은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는 식구들조차도 서로를 위해 각자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키고 살아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개인적으로는 디스크가 터졌다.

바로 수술을 받았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모든 면회가 금지된 상황 속에서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2주간 홀로 아픈 몸을 회복하자니 여간 외롭고 고독한 것이 아니었다. 참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느낀 기간이었다.

퇴원하고도 한동안은 사람 만나는 일을 자중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방역 지침에 의해서도 모든 종류의 만남이 쉬어가던 시기라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강제적인(?) 휴식기에 들어간 셈이다.

그 힘든 시간을 견뎌보고자 빈 시간을 채울 수 있는 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 만나는데 쓰던 시간이 텅 비어버리니 그 공허함을 견뎌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한 번도 내가 도전해본 적이 없는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전한 종목은 다름 아닌 중국어였다.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은 결과였다. ‘중국어도 한자를 기반으로 하니 쉽게 배우지 않을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금세 재미를 붙여 어느덧 1년째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게 되는 어느 날에는 중국 여행을 가서 중국어로 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생겨버렸다.

한 가지를 성공적으로 해내다 보니 더 욕심이 생겼다. 디스크가 조금씩 회복된 김에 평소 궁금했던 골프에도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크린 골프로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더 큰 흥미를 느껴 조만간 필드에도 나갈 계획이다. 오죽하면 그렇게 열심히 했던 중국어에는 약간 소홀해졌을 정도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 덕분에 코로나로 암울한 시간을 버텨나가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면서 얻을 수 있는 충족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아직도 내 친구들과 동료들, 여러 선후배가 만나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던 그때가 그립다. 평생 해온 일을 고작 1~2년 못하게 된 부작용이 이렇게 클 줄 처음에는 몰랐다.

 

30년 전 기공 일을 시작하면서 생긴 직업병이 있다.

바로 사람을 볼 때 치아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치아를 자세히 뜯어보면서 ‘저 사람은 전치가 보철이구나’, ‘이 사람은 저 보철을 조금만 손보면 더 좋을 텐데, 빼서 다시 다듬어주고 싶다’ 등 혼자 많은 생각을 한다. 종국에는 머릿속으로 다른 사람의 치아를 이리저리 기공까지 해보게 된다.

이놈의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서 사람들의 환한 미소와 그들이 웃을 때 보이는 보철물들까지 보고 싶다.

어서 빨리 당신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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