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처복이 없어도 너무 없었던 왕 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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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처복이 없어도 너무 없었던 왕 문종
  • 권영국 소장(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
  • 승인 2021.06.2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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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우리 역사 속 많은 왕들 중에서 가장 평가 절하된 인물을 뽑으라면 조선의 5대왕인 문종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 세종의 그늘 아래 30년의 세자 생활이 너무 길었고 왕의 재위 시절은 2년 정도 집권하고 40살도 되지 않은 이른 나이에 승하했으니 별로 업적도 없는 것 같고 그리 큰 영향력이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문종은 문무가 뛰어났고 세자시절 세종을 대신해 8년간의 수렴청정 기간이 있었으며 신기전. 측우기와 같은 신박한 발명품이 지금까지 모두 세종대왕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세자시절 문종의 작품이었다.
문종은 수염이 풍성해 그 외모가 후한 삼국지의 관우를 닮았다고 기록돼있을 만큼 인물 또한 탁월해서 외국 사신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그가 지나가면 수많은 궁녀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하니 역대 왕 중 가장 인물이 출중했던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문종은 아버지 세종을 닮아 밤샘 공부를 좋아했고 특히 태조 이성계를 닮았는지 활을 잘 쏘아 백발백중의 놀라운 신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무예가 출중하고 성격이 매우 강했던 동생 수양대군도 문종 앞에선 감히 얼굴도 못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문종도 징크스가 있었으니 처복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세자시절 맞이한 첫 번째 부인은 문종보다 나이가 많은 휘빈 김씨였다. 그녀는 인물이 많이 떨어졌던지 실록을 보면 얼굴이 박색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종은 여자보다 공부를 너무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김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좀처럼 빈의 처소에 들지 않았다.
여자가 궁에 들어와 해야 하는 첫 번째 소임이 왕위를 이어갈 왕자의 생산인데 이거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니겠는가?
김씨는 짚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이었을까? 문종이 자신의 처소를 찾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를 모시던 시녀가 사특한 제안을 한다.
제안인 즉슨, 문종이 좋아하는 후궁이 있는데 그 여인의 신발을 불에 태워 갈아서 문종에게 먹이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김씨는 그 말을 듣고 시도를 했지만 문종이 찾아와야 술에 타서 먹이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겠는가?
두 번째 제안으로 뱀이 교접할 때 그 정액을 받아다 품고 있으면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리도 해보았는데 결국 이 해괴한 짓들이 발각돼 세종의 귀에까지 들어가 왕실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그 시녀는 사형에 처해지고 휘빈 김씨는 궁에서 퇴출되고 만다.

세종은 두 번째 세자빈은 인물을 보고 책봉 했는데 그녀가 바로 순빈 봉씨이다.
그런데 봉씨는 인물은 좋았지만 생각이 없었는지 아이도 없는데 아이를 가졌다고 기만하지 않나, 궁안에 몰래 술을 들여 고주망태가 되어있지를 않나, 가까이 데리고 있었던 궁녀와 동성애를 하는 등 말도 안되는 짓들을 벌이다 발각돼 궁에서 퇴출된다. 궁궐 안의 궁녀만 해도 500명이 넘었을 것인지라 지금의 SNS 보다 소문이 더 빨랐을 것인데 순빈 봉씨는 왜 그리 우매했는지 모르겠다. 
문종의 첫째, 둘째 부인이 퇴출되고 셋째 부인은 후궁 중에서 간택이 되었는데 그녀가 바로 현덕왕후 권씨이다. 그런데 그녀도 훗날 단종이 될 아들을 낳고 산후 후유증으로 사망을 하게 된다. 
문종은 그 후로 정비를 들이지 않았고 39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승하한다.
잘생긴 왕으로 기억되고 있는 문종. 처복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겠는가?

이렇듯 문종이 여복이 없는 바람에 그 아들 단종이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이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귀한 아들 단종이 채 성장하기도 전에 할아버지인 세종도 할머니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세상에 없었으니 그의 주변에는 그를 보호하고 왕권을 강화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의 처참한 운명의 행보가 짠하며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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