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r Interview] 서지컬 가이드와 함께한 14년 인생 “기회는 늘 내 곁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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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r Interview] 서지컬 가이드와 함께한 14년 인생 “기회는 늘 내 곁에 있더라”
  • 윤준식 기자
  • 승인 2021.08.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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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기회와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 믿어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기공실을 홀로 총괄하고 있는 김대환 기공실장은 14년이라는 세월을 서지컬 가이드에 바쳐온 디지털 가이드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디지털 가이드 세미나로 치과기공사 앞에 섰다. <ZERO>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긍정의 웃음이 가득한 반전매력을 지닌 김대환 실장을 강원도 원주시 현지에서 만났다. 

윤준식 기자  zero@dentalzero.com

어떤 계기로 치과기공사를 접하게 되셨나요?
당시 치과대학에 다니고 있던 동생의 권유로 원광보건대학교 치기공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솔직히 사고뭉치였죠(웃음). 사실 기공과 관련된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영화 엑스트라 출연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기억에 남아요. 그게 바로 황산벌입니다. 10번 정도 갔었는데 200컷 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에서 아주 잘 찾아보시면 풋풋했던 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웃음). 

임플란트 가이드 플래닝을 위한 초기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개발과 관련된 스토리와 실장님께서 걸어오신 기공 인생 이야기를 함께 듣고 싶습니다. 
대학 졸업 후 수원에 위치한 기공소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디지털 시스템이 거의 없었던 시대라 모델 작업부터 골드 크라운, 메탈 작업과 배달을 위주로 밑바닥부터 시작했었죠. 여느 기공사와 같은 초년 시절을 보내다가 당시 여자친구가 원주에서 기공일을 하고 있어서 여자친구와 가깝게 지내고자 원주로 옮기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주가 제 기공인생에 한줄기 빛을 내려준 땅인 것 같아요. 때마침 운이 좋게도 이곳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공실을 맡고 있어요. 디지털화에도 성공했습니다. 

플래닝 시스템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신 최병호, 정승미 교수님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아날로그 시스템이었죠.
CT를 보고 분석한 후 이를 기계로 옮기는 방식이었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아주 정밀했습니다. 단점이라면 숙련된 기공사가 아니면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에 보급이 많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 어느 순간 모 업체에서 요청이 들어와 교수님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플란트 플래닝과 서지컬 가이드의 디지털화가 시작됐어요.
저로서는 힘들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수술적인 진단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CT 데이터를  전혀 볼 줄 몰랐는데, 이제는 오히려 반대로 CT를 봐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웃음). 

실장님의 기공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무엇이었는지요.
원주로 이사왔던 것 자체가 기공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덕분에 지금의 병원에 입사하게 됐고, 초기 플래닝 시스템을 두 교수님을 도와 함께 개발하면서 컴맹 그 자체였던 제가 디지털에 눈을 뜨게 됐거든요. 기공일이 힘들어 그만두려던 찰나에 플래닝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기공에 대한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 업체와 협력도 해봤고요. 물론 가장 큰 영향은 여자친구였어요. 저를 이곳 원주로 이끈 그 여자친구가 지금 제 아내입니다(웃음). 아내가 없었다면 원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이런 기회를 잡지도 못 했을 겁니다. 기공 인생뿐 아니라 제 인생에서 아내를 만났던 것이 전환점이자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제 인생에 기공은 없었을 거에요(웃음). 

실장님만의 세미나 컨셉 등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서지컬 가이드에 대한 연구와 임상 경력이 올해로 14년째입니다. 처음에는 디지털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내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가이드는 일반보철과 많이 다릅니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이미 저보다 더 잘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완벽한 가이드 제작을 위해서는 치과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죠. CT데이터 분석과 수술 용어 및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하고, 수술 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등을 미리 예측하며 진단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들을 배우기 위해 수술실을 2년 동안 들어가서 참관하기도 했어요. 그렇기에 저는 실패를 예측하는 노하우를 통해 이를 사전에 판단하고 위험 요소들을 치과의사 선생님에게 안내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보다 이것을 잘하는 기공사가 정말 실력 있는 기공사라고 생각합니다. 

세미나 강사 혹은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 온 분들 중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기억나는 강사보다는 함께 일한 선배님들과 동료, 그리고 아내가 제 스승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왜 강의를 하는 분들의 노하우만 인정하고 기공소에서 당장 내 옆에 계신 숨은 고수분들을 인정하지 않을까? 라고요. 기공이라는 것만 10년, 20년을 넘게 하고 계신데, 어느 하나 배울 것이 없는 분들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컴퓨터도 직접 하나하나 눌러가며 배웠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배울 부분이 하나라도 있어서 이를 배울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강사로 활동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또 하셨던 강의 중 기억에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순간은 언제신가요?
노력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그 운에 따라서 작은 노력을 더했을 뿐입니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환경이기도 했고요.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인생은 운이 따라야한다는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
또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한데 저는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아내한테 혼나기는 하지만요(웃음). 실패를 계속했던 적이 많지만 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게 정말 많아요. 그러면서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세미나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원광보건대 강의가 정식으로 첫 강의였어요. 사실 그때 많이 모자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많이 떨렸고, 준비했던 내용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죠. 지금도 후회가 많이 남지만 이때의 경험이 지양분이 돼 지금처럼 익숙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본업과 세미나를 하시는 게 힘드실텐데, 실장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나 체력 관리법이 있나요? 
체력과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그 비결이 바로 런닝과 자전거타기에요. 처음에는 딱히 관리하지 않았었는데 최 교수님이 마라톤을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혼자 운동장을 뛰어봤어요. 그런데 스트레스가 풀리지 뭡니까? 이 방식이 제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던 거죠. 휴일에 아내와 자전거도 함께 탑니다. 2시간 정도 타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체력도 좋아져요. 거기에 스타크래프트도 간혹 즐깁니다(웃음).

강단에 오르는 것을 꿈꾸는 학생이나 후배 기공사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공일을 해오면서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기공사 선생님들이 겪어 보셨을 텐데, 보철물을 잘, 빨리 만들길 원하는 환자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결국 보철물을 빨리, 잘 만드는 것은 기공사잖아요. 그래서 이틀 만에 제작해서 잘 세팅하고 가셨는데, 환자분이 교수님과 진료실 선생님들께만 감사의 인사와 음료수를 전하시더군요. 제 몫은 없었어요(웃음).
사실 그때 많이 섭섭했고 회의감을 느꼈죠. 요즘말로 현타도 왔었어요(웃음). 그걸 아신 교수님께서 제가 서운해 할까봐 음료수를 따로 사주셨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우리 치과기공사는 사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쁘게 얘기하면 들러리 같은 직업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직업이지만, 열심히 했고,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제서야 기공에 재미가 붙은 것 같아요. 세상에는 우리 기공사 말고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너무 들러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기회와 행복은 분명히 따라올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걸 정말로 강조하고 싶어요. 

향후 세미나 계획과 개인적인 목표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병원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제야 기공에 정말 재미가 붙었거든요(웃음). 세미나도 조금씩, 새로운 테크닉과 장비들이 나올 때마다 소개해드릴 계획입니다. 

추가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많은 기공사 선생님들이 하루하루 보철물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지치기도 하실 겁니다. 거기에 코로나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쳐서 많이 힘드실 거에요. 하지만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해서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으면 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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