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r Interview] “치과기공, 손보다 머리로 하는 교육 분야, 학문과 기술은 사고파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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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r Interview] “치과기공, 손보다 머리로 하는 교육 분야, 학문과 기술은 사고파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것”
  • ZERO 취재팀
  • 승인 2021.12.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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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Joyful Dental Studio 대표는 치과기공계에서 드물게 활발한 테크닉과 소재 연구자로 정평이 나있다. 기술 발전에 도움된다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스피커로도 정평이 나있는 이중희 대표는 지난 한 해 ZERO 임상코너를 통해 ‘ONE STEP 가공’이라는 디지털을 선보이며 국내외 많은 임상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덧 50대 지천명 중반에 들어선 이대표는 지난 30여년간 경험해온 치과기공사로서의 삶과 기공계 발전을 위한 목소리가 자식 세대와 후배들에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는 또 다른 경험의 궤적’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로 취재팀  zero@dentalzero.com

 

 

대표님의 프로필과 경영 철학을 소개하신다면
올 해로 치기공대학을 졸업한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아들도 같은 모교를 졸업했으니 치기공 한 세대 차이죠. 저는 상업계 고교를 다니며 3학년이 되서야 대학진학을 결심할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았어요. 그래도 학력고사 점수를 잘 받은 덕에 치기공과를 선택해서 동남보건대로 진학하게 됐죠. 대학 생활은 ‘더 많이 배우자’, ‘자유’, 그리고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자(^-^)’ 정도가 관심사였던 것 같아요. 치기공과도 좋아 보여 스스로 선택했지만 대학시절에는 음반을 낼 정도로 음악을 많이 좋아했죠. 군 제대 후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고 일을 했으니 치과기공사로 산 삶이 벌써 만 30년이 넘었네요. 
 
새내기 치과기공사 1, 2년차 시절은 그냥 단순하게 선배들 따라하고 물어봐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치의학 용어를 알기 위해 제일 먼저 용어집도 샀어요. 당시 월급이 30~40만 원이던 시절인데 배우고, 알고 싶어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어요. 1998년대 IMF를 지나면서 기공소 근무를 마치고 미국 시카고 전시회를 가게 됐는데 처음으로 선진 문물에 대한 견문을 높이는 기회가 됐어요. 이후 독일과 일본을 오고 가며 전 세계 치기공계 흐름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아오시마 선생님과 함께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아오시마 선생님과 함께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Willi Geller 선생님과 함께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Willi Geller 선생님과 함께

 

이후 2000년 3월에 기공소를 오픈하고 오늘에 이르게 됐어요. 당시는 세라믹이 굉장히 유명했기 때문에 윌리겔라, 아오시마, 야마모토, 뮤타티스, 사카기바라 등 훌륭한 스승과 선배를 뵙고 테크닉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당시 테크닉을 배우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기공을 할 것인가에 대한 초심을 배우는 계기가 됐어요. 그분들은 저를 기억할지 모르지만 좋은 스승과 선배를 많이 뒀어요. 한 가지 에피소드로 윌리겔라 선생님이 저에게 한 얘기가 기억납니다. “너도 알고 있는 것을 왜 나한테 물어보니?”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클 수도 있으니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마라”라는 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테크니션의 거성 사카키바라 선생님과 함께
일본 테크니션의 거성 사카키바라 선생님과 함께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뮤타티스 선생님과 함께
전 세계 3대 세라미스트인 뮤타티스 선생님과 함께

 

그래서 지금 제가 후배들한테 많은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자꾸 입바른 소리를 하고 표현하는 것은 위계질서나 상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좀 더 각자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죠. 
학문과 기술은 ‘공유’하는 것이지 돈을 주고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장 생활할 때 세미나에 참석하면 비용을 늘 지원해주셨어요. 저는 일부러 안받았어요. 책을 사고 세미나에 가면서 제 돈을 안쓰면 참석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당시엔 세미나비가 상당히 고가였지만 힘들고 배고파도 그런 모습으로 시간이 지나다보니 30대는 정신없이 지났고 40대는 왜 내가 기공소 운영을 좀 더 윤택하게 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삶에 대한 슬럼프가 온 적도 있죠. 저는 배고픈 기공을 한 세대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기공소 운영도 빚을 내서 할 정도로 쉽지 않았어요. 한 동안은 책도 안 쓰고 공부도 안 하고 동료들과도 교류하지 않는 시절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이 둘 모두 저와 같은 치과기공사가 됐어요 (이대표가 치과기공계의 미래에 대해 더욱 담론을 제기해야 할 이유가 생긴 듯 했다).

일본 IDA 1년 교육 수료후 스승님인 다무라 선생님과 함께
일본 IDA 1년 교육 수료후 스승님인 다무라 선생님과 함께
일본 야마모토 선생님과 함께
일본 야마모토 선생님과 함께

 

치과기공사로서 삶의 중심을 잡아가다
1999년도에 저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해외에 진출할 기회도 많았고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제안을 받았어요. 과연 내가 그곳에 가는 것이 나을지, 또는 현실 도피는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를 다른 후배에게 양보하기로 마음 먹고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나만을 위한 삶을 살기보다 고되어도 한국에서 끝을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돌아와서 근 3~4년간 치과기공 테크닉과 소재의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변화하면서 예전에 묻어놨던 것들이 다시 꿈틀거리며 지금의 제 모습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배움에 있어서는 나이나 서열은 중요치 않아요. 최근에도 10년이 넘는 대학 후배와 설전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그 친구가 옳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하게 사과했어요. 그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많이 배운 친구인데 제가 저만의 강한 색깔만 내세우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 오히려 이제는 오히려 돈독한 사이가 되었어요. 

저는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자꾸 파고드는 습성이 있어요. 알고자 하는 갈증을 느끼면서 부딪히기도 하죠. 저는 본질적으로 치기공은 손으로 하는 것은 도구일 뿐, 머리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테크니션이 되고 좋은 기공을 하려면 끊임없는 자아발전과 습득 그리고 많은 테크니션들과의 지식 교류를 나눠야 합니다.

독일 연수시절 
독일 연수시절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부족한 자료나 임상 술식을 이야기하는 것도 제 스스로 어떤 스타나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지금의 제 모습이 많은 선배들과 좋은 테크니션으로부터 받았던 영향력이 쌓여 지금의 제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역시 후배들한테도 귀감은 아니어도 그냥 벽돌 한 장 올리는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해요. 후배들이 한참 지난 후 돌아봤을 때 각자 자기 조건과 환경에서 성장하는 모습으로 기공계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기능 기부 세미나
제주 기능 기부 세미나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온라인 보수교육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온라인 보수교육 

 

지금은 디지털 변화의 시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현재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공방 같은 기술적 부분뿐 아니라 시스템적인 부분까지 변하고 있는데 디자인에서 CAD/CAM 장비까지 따라가기 힘겨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어요.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기술적인 부분의 현대화나 최신화는 어느 정도 따라가야합니다. 이것은 비단 치과기공 분야에 국한된 변화는 아니고 현대의 삶을 사는 모든 이에게 같이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준비할 것은 다른 것보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웃음). 다행히 국가지원 사업  (스마트공방, 팩토리 등)들이 있어서 의지만 있다면 우리 기공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디자인과 CAD/CAM 부분에서 큰 발전이 이루어지며 기술이 중요하게 평가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입니다. 최근 각종 플랫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플랫폼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치과기공사 중심의 플랫폼이 나와야 합니다. 편해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죠. 다만 플랫폼에서 기공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제 인공지능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자고 나서 다음 날에는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도 궁금합니다.

향후 목표와 계획 그리고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기공사가 기술이 좋은 것과 경영을 잘하는 것이 비례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공소를 운영하는데 인력이나 5인 이하 및 5인 이상의 근로기준법 등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요. 국가의 지원정책이 있어도 실제 치과기공소까지 전달되는 부분이 적으므로 새해에는 작업환경개선지원금이나 고용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최근 홀인원을 기록한 싱글 수준의 골프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공유, 배려와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홀인원을 기록한 싱글 수준의 골프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공유, 배려와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치과기공사 개인도 관심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첫 번째로 세상이 항상 변한다는 것은, 지금 내 또래의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렵거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죠. 세상은 빨리 변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변하기도 합니다. 언제 변화가 찾아올지 모르고 그 변화는 숙제와 같아서 미뤄두면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변화는 후회와도 같아서 언제 건 다시 늦게 찾아오게 되어 있어요. 자신만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랜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도 현시대에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현재에 만족하는 삶은 나태한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는 태만하고 변화없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만족하는 삶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뒤돌아볼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들이 선행된다면 개인이 만족하는 바람직한 삶이 될 겁니다. 현재 치과는 1.5세대 디지털, 치과기공계는 오히려 4세대에 준한 디지털화로 앞서가고 있어요. 이제는 오히려 제대로 된 아날로그 실력이 돋보입니다. 디지털의 거센 바람속에서도 아날로그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있는 치과기공인이 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중희 대표는 치과계의 쓴소리, 바른 소리를 하는 ‘미스터 쓴소리’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 주목하는 이대표의 바람은 치과기공소도 이제 기술과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실력과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것. 거래 치과도 이대표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가 외에 정확한 보철물 제작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정보 제공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치과기공계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공계 스스로가 철저한 연구와 아낌없는 교육발전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이대표는 치열한 연구 결실인 기술과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삶을 통해 자아성찰을 꿈꾸고 있다. 최근 홀인원을 기록한 싱글 수준의 골프를 통해 삶은 골프처럼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 그리고 4인 플레이지만 본인이 한 것은 책임져야하는 자신과의 싸움, 이대표는 기부와 골프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공유, 배려와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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