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교정 분야 중 투명교정은 2000년대 초반 일반 개원가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된 분야다. 2003년부터 국내 치과계에서 투명교정에 관심을 갖고 치과와 기공소간의 협업을 통해 투명교정을 시작한 선구자가 있다. 차현인 백상치과 원장이 그 주인공. 차현인 원장은 불모지와 같았던 투명교정 보급을 위해 DICAO 투명교정연구소를 설립하고, 아날로그 투명교정에서 시작, 2017년경부터 디지털 교정 분야로 확대하며 디지털 교정시대의 투명교정을 널리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제로 취재팀 zero@dentalzero.com
투명교정을 시작하던 시절과 지금까지의 연구 및 임상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제가 처음으로 투명교정을 접한 것은 2003년경이었습니다. 당시 여의도에 개원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일반 교정 치료는 전혀 시술하지 않고 보철 위주로만 치과를 운영하던 때였습니다. 당연히 여러 환자들로부터 교정 치료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때로는 치아를 움직여야 좋은 치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때마침 신문에서 투명교정 세미나 광고를 접했고 여기에 참석한 후 주최측과 관련된 투명교정 기공소와 거래를 하면서 투명교정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이 전세계인을 매료시키던 시기였고, 또 미국의 얼라인 테크놀로지사(社)에서 ‘인비절라인’을 출시한 직후였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이 투명교정 시술법을 치의학의 역사를 바꿀 엄청난 혁신이라고 믿고 열광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공소에서 제공 받은 투명교정 장치를 환자의 치아에 끼워주는 식으로만 시술을 진행했고 대부분의 치료 노하우는 기공소에 의존했습니다. 당시에는 투명교정에 대한 교육이 내용 면에서 매우 빈약했고, 학계에서 이런 방식의 교정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세게 배척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투명교정 관련 서적도 찾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단지 잔기술이나 경험적 지식만으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던 중 ‘이래선 안되겠다’, ‘나부터라도 임상적인 관점에서 결과 비교 분석을 해서 정확한 시술법을 개척해야겠다’라는 결심이 들어서 투명교정 장치 장착 시 단계별 변화 등에 대한 모형 관찰을 통해서 다양한 각도로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것이 투명교정 장치를 다루는 임상의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 투명교정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며 차기 성장 시장으로 부상 중인데 개원가에서 체감하는 투명교정 시장 현황은?
투명교정 임상 경험을 가지고 학문적 연구만을 주로 하는 저에게는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 투명교정과 관련된 치과 산업은 생각보다 방대한 업종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투명교정 환자 내원 시 구강 내 치열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스캐닝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것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제작된 투명교정 장치를 환자의 구강 내에 장착하기까지 전체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과 많은 인력이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품을 예로 들자면, 구강 스캐너, 모델 스캐너, 디지털 셋업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투명시트, 음압성형 기기, 투명교정 장치 완제품, 치간인접면 삭제기구(스트리퍼)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 제품들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다양한 주체들 즉 치과위생사, 치과의사, 치기공사, 치과산업 종사자 등이 여러 영역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투명교정 산업이 예전에는 치과인들만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과의료기기 업종에 상장한 대기업들이 투명교정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뉴스 하나로 주가가 급변하는 등 일종의 미래 가치 사업으로 회자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명장치 설계 프로그램이나 투명장치 생산 기기 등에서 A.I 기술, 플랫폼 비즈니스 기법 등 첨단 IT 기술의 참여와 자본 유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산 및 공급 분야에서 인적, 물적 자원이 대거 투입된다 하더라도 투명교정 시술을 직접 담당하는 최종 소비자 즉 치과 측 입장에서는 많은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임플란트 시술처럼 성공률이 90퍼센트 이상인 경우는 사용 빈도가 높고 대량 소비가 가능하여 시장의 확장이 폭발적일 수도 있지만 투명교정장치 시술은 성공률이 천차만별이고 환자마다의 개별적인 관리가 크게 요구되어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의존하므로 시장이 단기간에 도약적으로 확장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투명교정은 전통적인 일반 교정이라는 거대하고 굳건한 경쟁자가 군림하고 있어서 독자적으로 메가 트렌드를 형성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가집니다.
이렇듯 불리한 투명교정 생태계를 유리하게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물론 투명교정 관련 제품의 기술적 혁신도 혁신이지만 이를 담당하는 주체들 즉 치기공사나 치과의사들의 시술법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의 수립이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명교정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체계화, 전문 서적의 지속적인 발간, 온-오프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과 혁신 등 다각도의 인적, 물적 투자가 선행되어야만 경제 생태계 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이른바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투명교정에서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는?
교정 효과가 뛰어난 투명교정 장치가 잘 만들어져서 환자에게 제대로 된 방법으로 시술되기 위해서는 기공 파트의 역할과 임상 파트의 역할 둘 다 중요합니다. 또한 이 두 파트가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고 긴밀하게 소통해야만 하는 것이죠. 이상적인 것은 교정 환자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치과의사가 임상과 기공 전 과정을 총괄하고, 치기공사는 투명장치 제작 과정에 좀더 디테일하게 매진하면서 총괄하는 치과의사를 뒷받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실정은 치과의사가 장치 설계와 제작에 대해 워낙 무관심하다 보니, 치기공사의 노하우에 셋업 디자인이나 심지어 치료 계획까지 의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은 앞서 언급한 이상적인 역할 분담과는 크게 상반되기 때문에 교정 시술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됩니다.
기공 측에서 환자의 임상 현실을 모른 채 치아 이동 설계를 전적으로 맡게 되어 전혀 의도치 않은 교정 결과가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서 때로는 상호 분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임상 경험과 기공 경험이 원활하게 공유되어야 서로가 선순환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이 시스템의 작동으로 시술 노하우가 점차 향상되면서 좋은 치료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죠.
치과의사가 환자 보느라 바쁘기는 하겠지만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투명교정 원리를 탐구하고 치아 이동 설계에 손수 참여한다면 전체적인 시술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리드할 수 있고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투명교정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투명교정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주목할 사항은?
투명교정은 디지털 교정의 발전을 이끄는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그 임상적 의의와는 상관 없이 하드웨어 면의 혁신이나 노하우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투명교정 장치 판매 기업이나 기공소 등이 투명장치 완제품의 시장 확대와 매출 증가에 치중하고, 치과 장비 기업들도 투명교정 관련 제품군, 즉 구강 스캐너, 모델 스캐너, 3D 프린터 등의 마케팅에 집중하다 보니 각종 매체의 광고나 기사 노출 빈도에 힘입어 하드웨어 분야에 경제적 자원이 편중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투명교정 장치의 품질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환자와 임상의 등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프트 파워 즉,
‘디지털 셋업 소프트웨어’와 ‘치아 이동 설계 노하우’라 할 수 있습니다.
술자가 하드웨어의 기전을 익히고 능숙해지는 데에는 비교적 단기간의 수련이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기전을 익히고 디지털 셋업을 일정 수준 이상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고된 훈련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별개의 것이 아니므로 술자가 양쪽 분야에 대한 이해와 실무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분야 간 상호 피드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최근 온라인 강의와 도서 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앞두고 계신 소감과 향후 계획은?
제가 2018년 두번째 저서로 [투명교정학]을 발간한 것은 디지털 투명교정 세계로 입문한 이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총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책을 발간한 이후 국내 컴퓨팅 기술 주도의 셋업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투명교정 전문 술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셋업 노하우’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기업의 소프트웨어 홍보와 마케팅을 맡아 치과의사와 치기공사를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회를 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 준비했던 강연 컨텐츠가 날이 갈수록 업데이트되고 추가되면서 그 내용이 무척 풍부해지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꽤 알차고 풍성한 이 강연 컨텐츠를 여러 장애 요인과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인해서 수강을 원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다 풀어낼 수 없게 되었고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같은 내용을 책이라는 정돈된 매체 형태로 펴내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곧 선보일 책이 바로 [투명교정 셋업 원론]입니다.
사실은 제로(ZERO)에 글을 연재하기로 하고 마감에 맞춰서 의무적으로 집필한 글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요. 책의 독자층이 물론 치과의사 선생님들이지만 이러한 컨텐츠를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는 주 독자층은 사실상 기공 파트의 술자들이기에 이 매체를 선택한 것입니다. 또한 지면 크기가 꽤 커서 글과 사진을 큼직하게 싣기에 부담 없고 넉넉하다는 것도 필자로서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머지않아 제 신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날짜가 다가온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지난 1년간 제 모든 열정과 시간을 오롯이 바친 값진 열매라 생각합니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오래 사랑 받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와 연동해서 제 첫번째 인터넷 강연이 덴탈세미온(Dental Semion)에 공개되어 많은 선생님들의 호응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강연수는 시리즈 형태로 3개인데 처음이라 말솜씨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명교정을 해보려는 술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내용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투명교정 시술 전 과정에 걸쳐 다채로우면서도 심도 있는 인터넷 강의를 연속해서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덴탈세미온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의 컨텐츠를 선보여서 많은 임상의와 치기공사들이 실전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는데에 탄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결국 ‘투명교정’은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가 함께 가야할 치과 교정 분야의 행복한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