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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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⑤
  • 이상효 기공사
  • 승인 2022.05.03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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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많은 기공사들이 해외 진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ZERO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치과기공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독일 진출 8년 만에 독일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
ZTM(ZahnTechnikerMeister) 자격을 취득한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이상효 기공사가 ZERO를 통해 독일행을 준비한 과정부터 
실제 독일에서 기공사로 일하며 느낀 점, 마이스터 자격을 준비하고 취득한 과정을 함께 공유한다.
김민경 기자 zero@dentalzero.com

어느새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추웠던 겨울도 지나가고 거리엔 개나리와 벚꽃이 피어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네요. 저에게는 지난 겨울과 이번 봄이 거의 10년만에 맞는 한국의 겨울과 봄이어서 굉장히 설레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독일도 사계절이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많은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는 치기공과 관련된 언급은 조금 줄이고 독일의 사계절과 그 생활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 독일에서의 생활

지난 2018년 가을, 마이스터를 위한 과정인 마이스터슐레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근무하고 있던 기공소에 나보다 1년 먼저 마이스터 코스를 시작한 동료가 있었고 소장 또한 마이스터가 된지 3~4년 정도 밖에 안된 젊은 마이스터였기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동료로부터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고 방문 예약을 하여 마이스터 코스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료를 받았다. 남은 것은 나의 결정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할지, 공부와 일을 병행할 것인지, 어디서 어떤 수업을 들을지 등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일반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어쩌면 그 이유가 가을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독일의 가을과 겨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상 약 15도 정도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만 본다면 한국보다 더 춥고 눈도 많이 오는 가을과 겨울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독일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지역도 있지만 내가 있었던 뒤셀도르프의 경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럼 한국보다 포근하고 편안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가을이 시작되면 해를 보기 힘들 정도로 우중충하고 흐린 날이 이어진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하는 날도 굉장히 많다. 그런 연유인지 최근에 지어진 집들 중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바닥난방을 사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창가에 있는 라지에이터를 통해 난방을 한다. 내가 경험해 본 결과 이게 난방이 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효율성이 낮다. 이 때문일까? 나에게는 독일의 가을과 겨울이 더욱 더 춥게 느껴진다. 추위의 정도를 따진다면 사실 한국이 훨씬 춥지만 그 추위의 종류가 다르달까.. 한국의 추위는 귀가 얼고 피부가 아리는 듯하지만 반면 독일의 그것은 몸 전체가 으슬으슬하고 뼈를 파고드는 느낌이다. 
또 해는 점점 짧아져 오후 4시만 지나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햇빛보기 힘든데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렇게 비도 추적추적 오며 흐린 날씨는 5개월이 넘게 이어지는데 이것은 사람의 신체와 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좋지 않은 날씨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몸도 처지고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게 되며 자연스레 생각 또는 걱정을 할 시간이 많아진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건지 나는 누구인지 평생 해본 적도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독일에는 칸트, 괴테, 니체, 쇼팬하우어 등 유명한 철학가와 작가들이 유난히 많은데 내 생각에는 분명 날씨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며 고민과 걱정을 한 끝에 4월 마이스터 코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결정한 뒤에는 어려울 것이 전혀 없었다. 가장 큰 문제인 학비와 비자의 경우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학비는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합격할 경우 대출금의 40%에 이르는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비자 또한 마이스터슐레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마이스터 준비 과정에도 봄이 온 것이다. 

 

독일의 봄은 굉장히 순식간에 지나간다. 지난 가을과 겨울 동안 이어진 흐린 날씨는 3월에 접어들며 점차 맑아 지지만 온도는 생각보다 쌀쌀하다. 하지만 일단 해가 길어지면서 햇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기뻐한다. 
그럼에도 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4월에 있다. 독일에서 4월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4월의 미친 날씨’라는 말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4월 한달 동안, 아니 어떤 날은 하루 안에 4계절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다. 상쾌한 공기와 맑은 하늘로 시작한 아침,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며 하늘에서는 우박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심지어 덥다. 그렇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오후가 되며 급격히 내려간 기온과 다시 흐려지는 하늘에서 이번엔 비가 내린다. 이런 변덕이 심한 날씨가 웃기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이게 정말 정상인가 싶기도 하다.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이라는 도시에는 서울의 윤중로정도는 아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벚꽃 명소가 있어서 봄이 되면 구경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벚꽃이 피는 4월에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벚꽃구경을 하기란 쉽지 않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맞물려 강한 비바람과 우박이 떨어지게 되면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전에 꽃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9년의 독일 생활 동안 단 한번도 본에서 벚꽃구경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집 근처에 공원이 많이 있어 벚꽃이 아니어도 다른 많은 꽃들과 나무들을 통해 봄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리 아쉽지는 않다. 이런 ‘미친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면 기온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덥고 해가 지면 쌀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카디건이나 스카프 등을 가지고 다닌다. 5월을 지나 여름에 가까워지고 점차 일조시간이 길어지며 날씨도 점점 더 더워지지만 독일의 여름은 한국에 비해 쾌적한 편이다. 한국은 여름의 무더위를 ‘찜통더위’라고 표현할 만큼 습하지만 독일은 상대적으로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볕이 드는 양지를 피해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겨울에는 난방이 문제였고 여름에는 냉방이 문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도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점차 높아져가면서 과거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냉방시설이 점차 필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건물이 오래된 독일에서 냉방시스템을 갖춘 건물이 흔치 않다는 말이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든 있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온 변화는 최근에 눈에 띄게 심해졌는데 7년을 선풍기 없이 지내다가 마지막 2년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선풍기를 샀던 나의 경험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건물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중교통이었다. 건물뿐만 아니라 가장 일반적인 대중교통인 트램이나 지하철도 오래된 것들이 많아 냉방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았다. 좁고 더운 곳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더 더워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 상황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땀냄새. 한국 사람은 땀냄새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장 적게 가지고 있고 아프리카와 유럽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는 뉴스의 내용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단점도 있긴 하지만 독일의 여름은 항상 기다려진다. 밤 10시가 돼서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퇴근 후 친구들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라인강에서 맥주 한 잔. 7월 중순이면 라인강변을 따라 설치되는 이동식 놀이동산. 한국과 같이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생활은 아니지만 소소하고 여유로운 그 삶의 즐거움이 항상 기대된다. 곧 다시 시작될 가을과 겨울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봄과 여름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적응을 하고 기대를 가지며 살게 된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 독일의 일년, 사계절을 돌아보며 새삼 해라는 존재, 빛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살면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할 일이 잘 없잖아요. 항상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길었던 코로나 펜더믹도 점차 그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은 요즘인데요, 하루 빨리 이 시기가 지나고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독일 혹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제가 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제가 한 경험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고대해 봅니다. 다음은 저의 마이스터 도전기의 마지막인 마이스터 코스의 시작부터 끝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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