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Recharge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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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Rechargeable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3.01.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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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약 10여 전 전에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이 제기한 단어이다. 과거 계급, 봉건 사회나 산업화 사회에서는 영주-농노, 귀족-평민, 자본가-노동자 같이 소위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구분되어 있었지만 현대 사회는 옛날 소수의 착취계급에 의해 자신의 노동력과 능력을 이용당하던 시대가 아닌 스스로의 목적이나 목표 달성을 위한 능력의 최대치를 뽑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력을 하는 당사자가 착취자인 동시에 피착취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렇게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능력을 착취당할 때는 혁명이나 시위 등의 방법으로 저항을 했지만, 오늘날 스스로가 착취자이자 피착취자가 된 상황에서는 저항할 의지가 희박해지고 계속해서 자신에 의해 착취를 당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뽑아 쓰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어 ‘Burn-out’ 상태가 되어 피로감이 만연한 모습의 양상이 바로 ‘피로사회’라고 불리는 사회적 현상이다.

오늘날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성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직장마다 출근 시간도 다양해지면서 어느 회사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본격적인 업무를 하는 관계로 회사와 거래하는 해당 은행 지점도 일찍 문을 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신 퇴근을 오후 5시 이전에 해서 외국어 공부, 건강을 위한 스포츠활동, 취미활동 등 자기발전 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해야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직장도 있다. 
정말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긴 여정 같은 일과가 되는 것이다. 피로사회가 되면서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피로회복제 제품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판매량 또한 늘어나고있다. 더 나아가 힘이 나도록 돕는 에너지음료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대상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부분도 같은 맥락의 트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피로사회’라는 큰 트랜드의 영향력 범위 안에 있음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꽤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 부분에서 직장 내에서 근무시간이 길다는 부분과 유사한 보철물 케이스는 있을지라도 똑같은 케이스는 없다는 점, 그리고 수없이 많은 정신노동과 감정 노동을 하루에도 여러번 한다는 점을 보면 분명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부분은 일반 직장과 마찬가지로 피로사회의 틀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철물을 만드는데 육체적으로 큰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섬세함이 기본이 되는 핸드스킬과 치과 전문지식 그리고 케이스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해서 제작하는 과정, 환자 구강 내 세팅 후 문제없이 영구보철물로 사용되는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에너지음료와 피로회복제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전날 아무리 늦은 퇴근에 잠자리에 들었어도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과 자기발전을 위한 외국어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주말마다 쇼파에 누워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은 마음을 접고 세미나와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는 최고의 또 최대의 노력을 병행하며 에너지를 짜내어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목표하는 바를 이루거나 정말 가까이 갔을 때 얻는 희열이나 만족감은 그간 소진한 에너지를 다시 재충전해주는 큰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대되는 해석으로 목표가 있으니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노력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편의점에 가서 가끔 냉장고에 비치된 피로회복제나 에너지 음료를 사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한편으론 지금도 에너지를 쓰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에너지 음료 마시고 더 쥐어짜서 생활해야 하는지의 갈등을 하게 된다. 몸이 피로하다는 것은 쉼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한다는 몸의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적응해가면서 에너지의 근원이 배터리 용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라도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번에 크게 늘릴 수도 없지만 자신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연습도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인 활동에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정작 중요한 시점에서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급하게 충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긴 여정 중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휴게소를 만들어 에너지를 재보충하는 방법을 찾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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