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달란트
상태바
내 인생의 달란트
  • 김금향 이사
  • 승인 2015.04.20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금향 이사(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총무이사)
과거 치과기공사들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이 섬세한 기공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에 본지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 Woman Sense를 1월호부터 게재한다.

치과기공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어머니의 권유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주위의 말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고 이 일을 해온지도 15여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어느 직장이든 사회 초년병들은 일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야단도 맞는 등의 일이 다반사다.

그런 일들이 밀알이 되고 세월이 흘러 많은 경험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 같다.

특히 내가 일을 시작하던 90년대 중, 후반만 해도 여성기공사가 파샬, 덴쳐 파트를 하는 경우는 극소수였다. 그 이유인즉 힘을 쓰는 일이 많고 거친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더욱이 쉽게 접근하지 않았고, 그 때만 해도 여자는 빌드 업이나 좀 더 거친 일을 한다면 조각기사로 일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배 조언에 파샬, 덴쳐 파트 선택

하지만 내가 이 파트를 결심할 수 있었던 건 학교를 다닐 때 실습을 나간 기공실에 계시던 선배의 조언 때문이었다. 선배는 외국을 오가며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는데 해외에는 이 파트를 하는 여성기공사가 많이 있는데, 국내에는 많지 않으니 내 성향도 그렇고 한번 도전해 본다면 색다르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에 용기를 내서 도전했고,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파트 업무가 누구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손이 논바닥처럼 갈라져 피가 나기도 일쑤고, 끓는 물에 화상을 입기도 부지기수고, 디스크에 손이 다치고, 이리저리 무거운 것을 나르다 미숙해서 허리를 삐끗하는 등 여러 일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선택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의료봉사를 통해서 해외에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나 러시아에 있는 고려인들, 국내에 한센 환우들을 위한 구라 봉사 등 시간과 장비에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다른 파트에 비해 제작이 수월한 편이라 새로운 기능과 미적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국 4개 단체 여성의료인회에서 전국여성 치과기공사회의 소속으로 필리핀의 나보타스라는 해상빈민촌에 봉사를 갔을 때였다.

일반 주택이 아닌 바다위에 판자를 올려놓고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위생 관념과 치아 관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상태들이 좋지 않았다.

특히 매우 이쁜 18세 소녀의 경우 상악치아가 다 녹아 없어져 있었던 심각한 상태였는데, 풀 덴쳐를 하고나서 그 소녀가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에서 러시아에 가서 했던 해외봉사도 어려운 삶을 사는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을 위해서 값진 일이었는데, 여기저기 이주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느라 기반도 없고,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든 분들이다 보니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그 분들을 위해서 미력하지만 무엇인가 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좋고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뿐만 아니라 한센 환우들을 위한 구라봉사는 어떤 미사구도 필요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해외 봉사에서는 선교사들의 도움을 여러 가지로 많이 받는데, 그 분들은 우리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현지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특히 우리가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일이 이렇게 섬세하고, 여성들도 하는 일인 줄 몰랐다며 너무 좋은 달란트를 가지고 있어 부럽고 대단하다는 칭찬을 연신 들었을 때는 기공사라는 직업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미생 기공사, 아낌없이 도전하기를

달란 트가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몰라 여쭤보니 사람의 가진 재능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얼마나 현지의 어려운 이들에게 간절하고 필요한 일이지 모른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수차례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기공업무가 여자가 하기에 조금은 벅찰 수 있지만, 이 일이 익숙해져 생활이 되어갈 때 쯤, 이것이 나에겐 소중한 달란트임을, 그리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비해 많은 것이 변하긴 했지만, 지금도 기공과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하려는 여러 미생 기공사 들에게, 특히 여성기공사에게 힘들지만 아낌없이 도전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