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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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 최주영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기자재이사
  • 승인 2016.06.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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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영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기자재이사
나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아주 좋아한다. 깊은 뜻을 품은 알듯 모를 듯 아주 매력적인 단어다. 열정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지칭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한 번쯤은 쓰여질 단어이며, 사람이 살아가고 성장하는데 있어 빠져서는 안 될 마법의 에너지라 생각한다.
치과기공의 다른 이름 또한 열정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은 아직 열정을 빼고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치과기공을 업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이들은 아니 치과기공이라는 직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이 열정과 맞닥뜨려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치과기공소에 실습을 다니고 졸업을 하고 치과기공일을 시작하면서 선배와 소장님, 주변인들의
모습 속에서 보고 느끼면서 그렇게 열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치기공과를 입학하게 된 동기는 아버지의 권유에서였다. 현재까지도 학생들이 치기공과에 입학하게 되는 이유로 주변인에 권유가 많은데 나 역시 대학의 전공에 부모님의 의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대학원서 낼 때에도 대학졸업 후 직업에 대한 장·단점을 꼼꼼히 짚어주시고 원서를 내도록 하셨다.
대학 합격 발표 후 몇 군데 합격증을 받았지만 아버지께서 치기공과를 적극 권유했던 이유는 여자가 기술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단독개설가능한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나름대로 자식을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치기공과를 입학하고 1학년 때 실습을 가고 싶어도 아는 곳이 없어서 학기 중에 수소문해 기공소를 소개받아 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겨울방학 때 첫 실습을 시작으로 나의 치과기공은 시작되었다.
기공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방학과 학기 중에도 실습을 다녔었다.
기공소에 취업 시 여자 기사를 선호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졸업 후 취업이 조금 어려웠기 때문에 국가고시를 본 후 빨리 취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을 하기도 전에 실습다니던 기공소에 취업하게 되었지만 IMF로 인해 실습비 정도의 금액만 받고 치과기공소에서 일하기로 하였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다녔고 저녁은 기공소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밥과 반찬을 해서 먹었다. 버스가 끊어지기 전까지 일을 했으며, 때로는 막차를 놓쳐서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정말 한 달을 다녀도 받는 돈을 차비와 용돈 정도였다. 요즘 말하는 열정페이였다.
기공소에서 해야하는 일은 다양했다. 청소, 치과에 기공물 배달, 시장보기, 식사준비, 장부정리, 핀작업을
비롯해서 폴리싱, 오펙 바르기, 아가 끓여 붓기, 복제모형 만들기, 샌드, 퍼네스 밀기 등 그 당시 1년차가 할수 있는 있은 전력을 기울여 해냈다.
하지만 이렇게 1년을 기공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나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미소를 잃었다. 기공소에서 일하다가 소장님의 불벼락에 화장실에 가서 울기도 하였고, 기공소에서 마치고 오는 길은 서글픈 생각에 또 눈물을 흘리곤 하였다.
 
지금까지 기공일을 하면서 그때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난 나의 마음엔 작은 씨앗하나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 같다. 오기가 생겼고, 나의 여렸던 마음에 굳은살이 베였다. 그리고 작은 씨앗은 무언가 해보고 싶고 더 커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고 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때 그 씨앗. 바로 열정이 아니었을까?
내가 만든 첫 싱글 포세린을 환자구강에 셋팅하던 날의 그 두근거림, 연차가 쌓여 포세린 팀장 자리에 앉게 된 그날의 기쁨. 학교에서의 첫 강의. 나는 그렇게 치과기공과 여기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나 이전의 시간에 기공일을 하셨던 선배님은 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치과기공과 함께 하셨을 것이고, 나와 동시간대를 지나온 기공사들은 모두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의 그 자리에 계시리라 생각한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시대를 만들고 어느덧 우리 삶의 한자리를 메우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치과기공도 현재 시간과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체계화된 치과기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으며, 몇 십년이 흐른 미래에 이 시대를 어떻게 이야기 하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 급변하는 치과기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분들의 노고에 응원과 위로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
열정을 가진 우리 치과기공사들 정말 멋있고 감사하다. 나침반 없는 길을 찾아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마음을 다하시는 대단한 분들이다.
내가 소속한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의 기공사분들도 너무나 열심히 여성기공사로 나아갈 길을 개척하고
안내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치과기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 또한 많이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세
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나라의 치과기공사만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또 있을까?
지금은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느라 힘들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나아진 치과기공사의 모습을 그리며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 열정이 치과기공을 바꾸었고 앞으로의 치과기공에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치과기공사로서의 삶,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서도 열정이 항상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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