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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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선택
  • 배은정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공보이사
  • 승인 2016.07.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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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과기공사들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업이 섬세한 기공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에 본지는 여성 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 Woman Sense를 게재한다.

 

 배은정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공보이사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예전에는 ‘그냥’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잠자리에 들면 매일 한, 두 권씩 읽어주셨던 엄마 덕분인지 성년이 되어서도 잠자리에 들기전에는 책 읽는 습관이 있었다. 석사과정 중에 학교에서는 무료로 다양한 책을 빌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권 정도의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일 년 동안 대출했던 책의 권수를 보니 100권이 넘었었다.
기공소에서 근무하면서도 독서 습관은 지속되었다. 출퇴근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다 보니 지하철
이나 버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도 있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그 행위 자체는 나에게 스트레스 해소와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책 속의 인물을 상상하며 그 인물이 가지는 감정과 생각을 나에게 적용시켜보기도 했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과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많은 경험을 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렇게 늘 내 옆에 있던 책들이 육체적인 피로감이 늘어나면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었고, 일 년에 한권도 정독한 책이 없을 정도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다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와 서울시치과기공사회에서 공보이사라는 직함을 맡게 되면서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공보이사라 하면 회에서 하는 각종 활동사항에 대하여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사의 원고를 작성하거나 홍보문구를 작성해야 하는 일들이 생겼다. 학위과정을 하면서 글 쓰는 일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나, 문제는 단어 선택이었다.
진중하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했는데, 탓을
하자면 나이를 먹어서인지 늘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어쩔 때에는 국어사전이라도 봐야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문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적절한 어법 그리고 문어체의 문장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책이 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의 독서는 이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책을 사서 보는 것보다는 빌려보는 것을 선호하여 도서관을 자주 애용하는데 마침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두께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집보다는 이동하면서 읽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무게가 부담되지 않는 정도의 책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빌린 책 중에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욕심이 꽤 있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탓에 늘 일을 안고 다니는 사람이고, 모든 것들을 해냈을 때 오는 성취감을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무엇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을 때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괴감이 커지면 슬럼프가 되어버린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일과 학업을 같이 병행하는 30대의 나는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살 정도로 정신없이 사는 사람이다.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길게는 6개월 가까이 아무것도 하고 멍하니 살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드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본 주변 지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으니 조금은 내려 놓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고, 포기했을 때 따라오는 기회 비용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는 책에서는 제목과 대비되게 안 되는 일을 놓아 버릴 줄 아는 것도 용감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즉, 내가 놓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집중을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포기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 책의 본문 중 일부를 적어보았다.

조금 살아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안 되는 일을 놓아 버릴 줄 아는 것도 용감한 선택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포기는 포기하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포기란 나의 한계를, 나의 평범함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고 초라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를 잘하면, 나를 괴롭히던 고집과 욕심과 허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조금 더 현명해진다.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중에서


나처럼 모든 걸 껴안고 낑낑거리면서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유하고 싶다. 책임과 의무에 떠밀려 오늘 하루치 행복을 미루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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