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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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선물
  • 박다령 여성회 국제이사
  • 승인 2016.12.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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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령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국제이사
과거 치과기공사중 다수는 남성이었지만 10여년 전부터 여성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공사라는 직 업이 섬세한 기공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여성 기공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않은 업무 강도와 출산 등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Woman Sense는 여성기공사들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담은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박다령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국제이사의 원고를 게재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수능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것 같다. 수능이 지나가면 국가고시가 다가온다. 국가고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그 때의 향수가 생각난다. 친구들과 서로 도서관 자리를 맡아주고, 같이 공부하고, 힘들 땐 수다를 떨며 훌훌 털어버리고, 국시의 압박에 힘들었지만 추억이 많은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국가고시를 치르고 난 뒤, 난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을 주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던 유럽으로의 배낭여행.
사회인이 되기 전, 그리고 대학생의 마무리인 이시점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유럽 배낭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함께 가고 싶다는 대학동기와 함께 먼저 다녀온 친구의 조언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준비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비였다. 방학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을 모두 모아도 항공권만 겨우 살 정도였다.
그러나 포기 할 수 없기에 ‘죄송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보자. 그리고 ‘앞으로 일해서 월급 받으면 꼭 갚자’라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말씀 드렸고, ‘넓은 곳에 가서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오라’는 부모님의 응원에 힘입어 꿈꾸던 나의 배낭여행은 이루어졌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던 나는 14시간의 비행동안 잠 한숨 안자고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유럽으로의 배낭여행이라... 너무나 낭만적인 단어들의 조합 아닌가?
첫 시작은 영국의 런던이었다. 공항에서 나서자마자 TV나 책에서만 본 곳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
슴 벅찼다. 벅찬 감격도 잠시 신고식을 치르듯 집시들의 작은 공격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고 비로소 나의 파란만장한 배낭여행기는 시작되었다. 캐리어와 배낭하나로 5개국을 한 달 동안 다닌 배낭여행은 단편집을 쓸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런던에서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을 보았다. 시선을 압도하는 큰 무대와 영어로 진행되지만 표현력이 충만
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런던의 필수 코스인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은 호두까기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영화에 자주 등장한 런던아이도 타보고, 말로만 들어봤던 옥스퍼드 대학교 탐방도 다녀왔다. 내 기억 속 런던은 신사의 나라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근엄하고 정리정돈이 잘된 곳이었다.
다음은 유로스타라는 영국과 프랑스 간 해저터널을 달리는 열차를 타고 너무나 가고 싶었던 파리로 움직였다. 자정이 다되어서야 도착한 파리에서 불어를 하나하나 맞춰보다 숙소가 있는 지하철역을 놓쳤다. 막차였기에 지하철역에서 쫓겨난 우리는 신문지가 굴러다니고 철조망이 쳐져있는 갱들이 나올법한 분위기의 길을 걸어가야 했다. 모든 짐이 있었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가야했다. 빛이 많은 우리나라의 밤과 너무나 다른 유럽의 밤거리는 무서움이 가득했다.
다행히 우리는 숙소에 잘 도착했고 파리에서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제일 보고 싶었던 파리의 상징 에펠탑, 명품의 거리인 샹젤리제 거리, 180° 어디서든 나를 보고 있다는 진품 모나리자, 초상화를 그린 몽마르트언덕 등 파리는 어느 곳을 가든 모든 곳이 화보 그 자체였다.
도시에 지쳐갈 때쯤 우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스위스로 갔다.
눈으로 뒤덮인 알프스 산맥의 하나인 리기산을 등산열차로 올라가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 선택!!
하지만 이내 후회했다. 안전장비와 안전요원이 전혀없는 산을 썰매 하나에 의지해 내려와야 하는 극한스포츠였다. 경사에 의한 속도를 제어할 수 없을 땐 눈에 다리를 꽂아야만했다. 하필 2인용을 선택해 가속도의 힘을 절실하게 느꼈다. 앞서 출발한 한 가족과 함께 서로 생사를 확인하며 산을 내려왔다. 아찔했지만 스위스에서의 시간은 말 그대로 힐링이었다.
또 다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체코로 간 우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된 프라하의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프라하성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멋있었다. 곳곳마다 사랑이 샘솟는 듯한 프라하는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유럽 배낭여행의 마지막인 독일,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꽤 했다는 자신감으로 선택한 곳인데, 역시 아름다운 추억은 그냥 그대로 두었어야 했다.
맥주와 소시지가 유명한 독일을 느끼기 위해 찾은 호프집에서 만난 금슬 좋은 노부부는 나의 노년기 롤모델로 충분하였다. 그분들의 따뜻함이 독일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이 난다.
이 글을 쓰며 그때를 돌이켜보니 10년이 되어 가는 데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게 행복한 순간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기억되는가 보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성, 그때만 가질 수 있는 생각... 어리기에 무모하지만 어리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에 너무 감사한다. 나도 올해가 가기 전 감사할 시간들을 만들어야겠다. 마지막으로,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모든 이에게 나에게 주는 선물을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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