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조각도 브러시 그리고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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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조각도 브러시 그리고 마우스
  • 최범진 이사
  • 승인 2021.12.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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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캐리(Hard Carry)라는 단어는 원래 팀웍(Team work)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임이나 상황에서 승리의 주역이 된 플레이어 또는 팀장을 일컫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상황을 호전시켜 유리하게 만드는 역할의 주인공을 이야기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구성원이 되고, 친구나 지인들로 구성된 모임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동아리와 같은 공동의 관심사를 갖는 모임의 구성원이 되기도 하고, 사회에 나가서는 직장 안에 또 그 내부에 존재하는 팀의 팀원이 되기도 한다.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적어도 1개 이상의 집단이나 단체에 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팀 구성원으로서의 화합의 중요성과 그 역할이다. 대부분 사내에서 정해진 팀에 구성원이 되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화합과 조화는 팀 안에서 구성원들을 단단히 연결해주는 도구이자 목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다할 때 비로소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기공일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하드캐리는 우리의 일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습관적, 경험적으로 각 파트에서 일하는 모두를 하드캐리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체의 보철물 제작 프로세스를 고려한다면 모델작업부터 완성까지 매우 다양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과정마다의 업무가 있다. 또 업무의 중요도와 숙련된 치과기공사의 역량 부분을 감안한다면 특정 부분에서 하드캐리의 개념을 가지고 해석하기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치과기공사의 보철물 제작 업무에서 가장 처음 모델을 제작하는 업무부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요즘 한참 관심도를 높여가는 모델리스(Model-less)로 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철물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을 고려한다면 작업모형의 제작부터 완성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그리고 과거에도 항상 그렇게 이야기 했다. 작업모형 제작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의 숙련도를 고려한다면 타 업무에 비해 수련 과정의 기간이 다소 짧고, 약간의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다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거의 대부분은 치과 기공업무를 하는 초년생에게 그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던 부분은 사실이다. 계속 물을 만져야 하고, 차가운 겨울이나 뜨거운 여름이나 작업하기 쉽지 않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고, 석고를 만지는 일이라 늘상 손이 건조해지고 갈라지는 일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몇 개의 모델이라면 덜하지만 쟁반에 가득할 정도의 작업모형을 아침에 쏘잉(Sawing) 하고 나면 배가 고파서 쏘잉과 분류 작업이 끝나면 근처 편의점 냉장고 앞으로 갔던 기억도 난다. 
물론 요즘은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조각도나 브러시를 쥐고 있는 시간보다 마우스를 잡고 있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이미 우리의 업무는 Digital Dentistry의 흐름으로 바뀌었고, 그 추세는 더욱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보철물의 제작 프로세스가 디지털 장비 활용 중심으로 변하고 마우스의 활용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음은 이제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감성이 그리고 숙련된 테크닉의 기반이 조각도와 브러시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Digital Dentistry의 근간이 된 부분은 모두 알고 있다. 현재 마우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해도 그 근원에는 수시로 날을 세웠던 그리고 따뜻함을 유지하며 사용했던 조각도가 있었고, 혹여나 끝이 벌어질까 애지중지하던 브러시가 늘 곁에 있었다. 컴퓨터의 활용을 통한 보철물 제작의 도움은 우리 치과 기공사의 소위 몸으로 익힌 감과 테크닉이 그 기본이 되었다. 물론 모든 우리 치과기공사가 조각도나 브러시 대신에 마우스만을 이용해 소중한 보철물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조각도와 브러시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누군가는 마우스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공계의 과도기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도구와 장비를 사용하던 현재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환자와 술자가 모두 만족하는 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오늘날 하드캐리는 조각도와 브러시 그리고 마우스를 이용해서 보철물을 제작했던 그리고 제작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표면이 낡은 가죽주머니 안에 고이 놓인 조각도 몇 개와 브러시를 보며 잠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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