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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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3.07.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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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나폴리에는 조금 특별한 커피 문화가 있다. 바로 나폴리에 공짜로 커피를 주는 카페 문화이다.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 입구에는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라고 쓰여 있다. 거리의 노숙자나 부랑인들은 새벽 시간이나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이 문화는 ‘새벽에 커피 한잔을 공짜로 먹는다’의 의미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고작 커피 한 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이탈리아의 커피문화와 전통, 그리고 그들의 커피 사랑이 담겨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교도소에서 수감된 재소자들에게 커피를 제공할 정도로 커피 사랑이 남다르다. 일반 재소자와 분리 격리되는 독방 재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독방에서 모카포트를 뺏기고 커피를 못 마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이다. 그만큼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사람으로서 누리는 최소한의 인권으로 생각한다.
카페 소스페소는 누가 커피를 제공하는가 생각해보면 카페 주인이 노숙인을 위해 자선을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숙자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사람은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면서 두 잔 값을 내는 방식이다.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공짜 커피는 누가 마실지도 모르고, 커피를 제공받는 사람도 누가 제공하는지 모른다. 단지 바리스타가 기록해 두었다가 부랑인이나 노숙자가 오면 기부한 만큼 커피를 내주는 방식이다. ‘맡겨둔 커피’라는 뜻의 ‘카페 소스페소’, 기부함에는 손님이 남긴 거스름돈과 여분의 커피를 계산한 영수증이 담겨 있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문화적 해석으로는 이것을 ‘공동체의 연대’라고 해석한다.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며 나폴리에서는 커피가 기호품을 넘어 공동체 의식을 이행하는 매개체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이 한참이던 시기에 커피 한 잔의 나눔으로 시작한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치과기공사에게 나눔이란 보철물 제작을 위한 노하우의 전수와 전달해 주는 사람의 치과 보철물을 대하는 철학이 대표적인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유명 회사에 연수를 다녀와서 다양한 형식을 통해 배워온 최신 술식이나 테크닉을 국내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주로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유료로 또 어떤 분야에서는 무료로 진행됐고 그 방법과 형식은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었지만 정보와 지식 그리고 술식의 나눔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또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 시기에는 오프라인 세미나의 형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온라인 세미나 형식 진행 또는 아예 세미나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테크닉과 업무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갈망도 많았기 때문에, 대면 세미나가 진행되면 꽤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지식, 정보가 있다면 아낌없이 나눔의 실천을 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다양한 임상 케이스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여야 소위 환자와 술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모든 면에서 쉽지 않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비단 치과기공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종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정보와 지식의 나눔을 실천하고 그를 토대로 힘을 집중하여 쉽지 않은 현실을 이겨내야 하는 시기가 앞에 있는 것이다. 커피 나눔의 문화인 ‘카페 소스페소’처럼 그 나눔의 대상이 노숙자나 생활이 어려운 대상이 아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치과기공사 모두가 대상이 되는 것이다. 즉.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무료 나눔의 문화가 아닌, 지금 임상에서 열심히 본인의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무엇을 나누는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눔의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와 개인간 유대관계의 단단함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나눔의 미학을 통한 공동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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