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설화 속에 숨겨진 김삿갓의 실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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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설화 속에 숨겨진 김삿갓의 실체 ①
  • 권영국 베스트라인기공소 대표
  • 승인 2023.08.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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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예전에 정오시간만 되면 매일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김삿갓 방랑기’라는 방송이 있었다. 5분정도 되는 짧은 라디오 방송으로, 구수한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삼십년이 넘는 긴 세월 세태를 풍자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추억의 소리가 되었지만 김삿갓은 여러 분야에서 패러디 할 정도로 지금도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속칭 김삿갓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김병현. 그의 별명은 김삿갓 외에도 삿갓 ‘립’자를 써서 ‘김립’으로도 불리었다. 큰 삿갓에 죽장을 짚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시로 세태를 꼬집고 시대를 풍자했던 김삿갓. 지금도 전국을 유랑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김삿갓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삿갓은 우리에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중가요나 수많은 소설로도 너무 잘 알려져 있고 요즘도 그의 일화나 시 한,두 편쯤은 알고 있을 만큼 김삿갓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큰 벼슬도 또한 나라를 구한 위인도 아닌데 어찌 지금까지 그가 대중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는가. 이번 지면에서는 세상을 희롱하며 설화 속에 숨겨진 그 김삿갓의 한 맺힌 스토리에 대한 안내드려 보고자 한다.
김삿갓은 조선의 국운이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던 철종 때에 활약한 인물로 그의 선대 인물들은 대표적으로 병자호란 때 척화대신이었던 김상헌이 있으며 형조참판 김상중, 병마절도사 김시태 등 안동 김씨의 후손답게 대대로 벼슬도 많이 지낸 명문집안이었다.
김삿갓은 경기도 양주에서 아버지 김양근과 어머니 함평이씨 사이에서 삼형제중 둘째로 태어났다. 김삿갓은 출가 후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객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의 족보를 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첫 번째 부인 장수 황씨가 사망하자 다시 열 살 아래인 경주 최씨와 재혼을 했고 49살에 영규라는 아들도 두었던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김삿갓은 드라마틱한 출가 사건과 기이한 행적으로 신비감마저 느껴지기도 하지만 김삿갓은 실존인물이고 그가 출가했어야만 하는 동기가 있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1811년 교과서에서도 등장하는 사건인 임술 농민봉기로도 알려져 있는 홍경래의 난은 피폐해진 국정과 탈취로 살기 어려워진 민초들의 반란으로 그 규모가 대단했던 순수백성들의 봉기였다.
당시 그의 할아버지였던 선천부사 김익순은 반란군의 수괴인 홍경래에게 항복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때 김익순은 선천부사로 전관 되어온 지 서너달 밖에 되지 않았다. 싸우다 항복한 것도 아니고 신임지에서 그 지역 저명한 인사들과 잔치를 벌이던 중 새벽에 반란군이 쳐들어와 술에 취해 있는 김익순은 결박 당하고 항복을 한 것이다.
김익순는 참수를 당하고 가족들은 종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하였고 피신하던 중 아버지는 사망하자 김병현의 삼형제를 키웠던 것이다. 차남인 병현은 어려서부터 문장솜씨가 뛰어나 신동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 후 병현은 영월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20세의 나이로 장원을 하게 되는데 묘하게도 그 시제가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하지 않았던 정가산의 충성된 죽음을 논하고 투항한 김익순에게 하늘의 통탄함을 논하라고 하는 시제였다. 즉 자신의 조부인 김익순의 역적행위를 비판하라는 시제였으니 병현은 김익순을 두 번 죽어 마땅하다는 통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써서 장원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충격을 받아 부끄러워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출가를 하여 전국방랑을 떠나게 됐다. 이 내용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김삿갓의 출가 이유이다. 하지만 이와 상충되는  또 다른 의견이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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