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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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연습
  • 최범진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 승인 2018.01.29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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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센터장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언젠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던 시절 단체 동계 체력 단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기도에 있는 스키장을 갔다. 태어나서 처음 스키 부츠를 신어보고, 그전에 멜빵이 달린 스키복을 처음 입어보고, 스키를 장착시켜 고정해보았던 기억이 난다. 폴을 꼭 잡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동시에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자세로 슬로프 앞으로 간신히 이동하며 강습을 받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처음에 스키 타는 법을 배웠던 것이 바로 넘어지는 요령이었다. 넘어지지 않고 잘 미끄러져 내려오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시작이었다.  
지금 기억을 조금 더듬어 생각해보면 당황하지 말고, 앞이나 뒤가 아닌 옆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지라고 강습을 받았던 것 같다. 넘어져도 큰 부상을 입지 않고,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넘어지는 방법이었다.  
누구나 주어진 일을 하거나 주도적인 일을 하면서, 빈틈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과정을 거쳐 살펴보고 또 살펴보며 업무를 진행해도,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큰 벽에 부딪히거나 전혀 생각치도 못한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이럴 때 잘 피해가거나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시간적 그리고 금전적 여유가 없거나 또는 문제 해결 방법이 부족하다면 내가 입게 될지도 모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허둥거리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연습이나 수련을 통해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말고 바로 일어날 수 있는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치과기공일을 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가끔씩 발생하게 된다. 기공업무 자체 문제이거나, 거래처 문제 아니면 사업적인 진행과정 문제 등... 늘 작업하는 작은 인레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완성된 보철물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순간까지 크고 작은 어려운 상황이 발생될 소지는 많은 것이다. 제작 과정 중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결과물이 나온 상태에서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공부분 업무진행과정부터 결과까지도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하나의 큰 범주지만 치과 진료 과정의 시작부터 보철치료를 위한 인상채득 과정 등에서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거나 예상치 못한 착오와 실수로 인해 보철물의 셋팅 날짜가 돼서야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공업무 위험성 존재 
스키장에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높이 올라갈수록, 산 봉우리가 더욱 잘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면 슬로프의 경사는 급격하게 가파르게 된다. 예를 들어 중급자 코스와 상급자 코스는 출발선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 차이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내려오는 코스의 가파른 정도와 함께 내려오는 거리도 길어진다. 바람을 가르고 눈을 헤치며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미숙한 실력으로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 실수로 부딪쳐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오랜 연습을 통해 거침없이 스키를 타며 내려오는 사람도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실수로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것이 스키를 잘 타는 사람의 넘어지는 자세이다. 또한 넘어지더라도 오뚜기처럼 바로 일어나 다른 넘어진 사람을 도와주거나 자신의 짜릿한 느낌을 바로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이른바 ‘잘 넘어지기’인 것 이다. 위험한 자세로 넘어지게 되면 크게 다칠 수도 있고, 그로인해 두 번 다시 스키장 근처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한 걸음 물러나 화각을 넓혀 관찰하거나 이미 삶에 많은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또한 우리가 하는 치과기공업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넘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허둥지둥 하다가 다시는 혼자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결과를 얻기보다는 어쩌면 넘어질 때 다치지 않고 금새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넘어진 원인을 다른사람에게서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지 말고, 그것을 안전하게 또 금방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사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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