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릴륨 금지 이후 8년,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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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릴륨 금지 이후 8년, 무엇이 달라졌나?
  • 하정곤 기자
  • 승인 2018.04.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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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작업 애로…본인만의 테크닉 익혀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은 2009년 7월 인체 유해성을 이유로 베릴륨 메탈 수입금지조치를 내렸다. 메탈에 포함된 베릴륨의 함량을 기존 2%에서 0.02%로 낮추고, 시중에 유통되던 베릴륨 메탈을 수입금지시켜 당시 큰 파장을 몰고왔다.  <제로>는 8년이 지난 지금 제품을 수입 및 판매하는 업체와 기공소 등 취재를 통해 메탈시장의 변화와 논베릴륨 시대에 적응하는 기공사들의 다양한 테크닉 그리고 향후 시장을 전망해봤다.

 

 
베릴륨, 작업자에 유해 금지

전통적인 골드외에 요즘 지르코니아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메탈은 세라믹과 결합하는 형태로 꾸준한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2009년 7월 식약처는 베릴륨을 주조하면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작업자(기공사)에게 발암물질을 유발시키고 알러지를 유발하는 등 인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입을 금지시켰다.
모 업체 관계자는 “당시 보건당국의 즉각적인 조치에 베릴륨이 포함된 메탈을 판매하는 치과업체와 사용하는 기공소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였다”라며 “각 업체에서는 논베릴륨 메탈로 대체하느라 정신없었다”고 회상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베릴륨이 포함된 메탈을 수입금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06년 국제기준이 예전 2%까지 허용하던 베릴륨 허용기준을 0.02%까지
낮춤에 따라 국내도 2008년 7월 고시를 개정해 0.02%로 바꿨으며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2009년 7월 사용금지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니켈 역시도 의료기기 기준규격 고시를 살펴보면 베릴륨, 카드뮴, 납과 함께 위해원소로 분류해놓았고,
0.1%를 넘으면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 베릴륨 메탈 장점 많아 선호

 
지금은 수입금지됐지만 베릴륨이 함유된 메탈은 작업하는 기공사 입장에서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러 장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작업의 편의성이다.
우선 캐스팅시 멜팅 포인트를 맞추기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주파 주조기를 사용할 경우 예전보다 멜팅 포인트를 맞추는 데 있어 어려움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불대로 작업하는 기공소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논베릴륨 메탈로 작업할 경우 멜팅 포인트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베릴륨 메탈은 산화막이 적절한데 비해 논베릴륨 메탈은 산화막이 많아 상대적으로 본딩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었다. 오버멜팅시 포세린 메탈은 롱브릿지(6개 이상)의 경우 재제작을 할 수도 있으며, 파샬 메탈은 클라스프 파절 우려가 있다고 한다.

 
포세린 메탈, 지르코니아로 대체되며 수요 줄어
파샬 메탈 ‘별다른 영향없어’
기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메탈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70년대 대명실업이 수입 및 판매하는 미국 Alba덴트의 Vera Bond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뒤이어 여러 업체에서 메탈을 수입해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2009년 베릴륨 수입금지 이후 현재 메탈시장 수요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취재 결과 파샬 메탈시장은 큰 영향이 없었다.
포세린 메탈은 기본에 베릴륨이 대부분 들어갔기 때문에 본딩력을 좋게 할 수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반면 파샬 메탈은 본딩력이 중요하지 않아 베릴륨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샬 메탈시장은 금지 조치 이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3년 파셜덴쳐, 풀덴쳐 보험이 실시되면서 소폭 시장이 확대됐다고 답변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포세린 메탈시장은 수요가 감소하며 시장 규모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7~8년 전에는 메탈을 판매하는 업체가 20여곳이었지만 수요 감소로 판매를 아예 중단한 업체도 5~6곳이었고, 3~4곳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 제품 라인업에만 올려놓고 요청이 들어오면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판매하고 있는 업체도 10곳이 조금 넘었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들도 과거와 비교하면 줄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2010년 당시 업체 메탈시장은 포세린과 파샬 메탈을 합쳐 연간 시장규모가 약 200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 밑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구체적인 매출액은 밝히기 꺼려했지만 포세린 메탈의 시장 규모가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4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대부분 관계자는 감소 이유로 지르코니아를 꼽았다.
10여년 전 등장한 지르코니아가 6~7년 전만 해도 기공소가 치과로부터 받는 가격이 12~13만원이라 포세린보다 비쌌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해마다 하락, 2~3년 전부터는 포세린과 비슷하거나 1~2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모 기공소 관계자는“가격 하락에다 CAD/CAM의 급격한 발전으로 지르코니아가 생산성과 인체 친화성 등 여러 장점으로 기존 PFM시장이 지르코니아로 급격하게 대체되었다”라며 “골드가격이 비싼 점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베릴륨 메탈 사용 기공소 일부 있어 논베릴륨 메탈로 전체적인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부 기공소에서는 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샬메탈은 본딩력이 중요하지 않아 베릴륨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는 기공소는 대부분 포세린 메탈을 제작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업체와 기공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들 기공소가 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는 이유는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작업의 편의성이다. 앞서 언급한 베릴륨 메탈의 장점대로 기공사 입장에서 작업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시간 소모도 덜 되는 부분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둘째 가격이다. 현재 베릴륨 메탈이 수입금지된 관계로 일부 외국에서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 기공소장은 “소장은 합법적인 논베릴륨 메탈을 쓰고 싶지만 실제 작업을 많이 하는 기공사들이 논베릴륨 메탈으로 작업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작업시간과 효율성면에서 베릴륨 메탈이 낫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기공소장은 “기공계가 논베릴륨 메탈에 많이 적응됐지만 예전 베릴륨 메탈로 수월하게 작업한 기공사들 입장에서 베릴륨 메탈은 달콤한 유혹”이라며 “기공사 입장에서는 작업하기 편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 업체 관계자는 “논베릴륨 메탈가격이 초창기보다 인하됐지만 음성적으로 들어오는 베릴륨 메탈보다는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는 기공소 때문에 피해가 적지않다. 식약처에서 수입금지조치만 하고 관리감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업체, 베릴륨 빠지는 대신 성분 비율 조정
식약처에서 베릴륨이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메탈을 금지시켰다면 각 업체에서는 베릴륨에 준하는 효
과가 있으면서 생체친화적인 다른 성분을 메탈 대신넣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포세린 메탈의
경우 메탈과 세라믹이 결합하기 때문에 본딩력이 중요한데, 이에 큰 역할을 하는 베릴륨이 빠진다면 기
공사 입장에서는 작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요 업체에 사용금지 이후 베릴륨 대신 다른 성분을 넣었는지 취재한 결과 대부분 업체는 베릴륨만 빼고 그대로 메탈제품을 출시했다고 답변했으며, 다른 몇몇 업체는 기존 성분의 비율 등을 조정했다고 답변했다.

소프트메탈 및 일대일 메탈 깎는 방식 등장
포세린 메탈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업체의 다양한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
다 기존 아날로그로 작업하던 PFM과정을 간편화하려는 것이다.
2014년 말에는 보원덴탈이 기존 포세린 메탈 과정을 생략한 소프트메탈을 시장에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메탈은 기존 작업과정에서 왁스업-주조-매몰과정을 생략, 포세린 작업만 할 수 있게 하는 등 작업편의성과 시간을 절약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훈 보원덴탈 연구소장은 “소재관련 개발을 하다 소프트메탈을 개발했으며, 기존 과정에서 70%정도 단축되는 대신 디자인 과정만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소프트메탈은 메탈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초창기에 반응도 좋았지만 국내 PFM단가가 낮아 어려운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대일로 메탈을 깎는 방식도 선보이고 있다. 해당 방식은 왁스업과 매몰, 주조에다 추가적으로 소결과정까지 생략했으며, 메탈전용밀링머신을 사용해 작업하는 방식이다.
메디파이온 양용석 대표는 “2012년 절삭가공용 메탈 M-3를 처음 선보였지만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수출에 주력해오다 2017년부터 국내 판매 및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라며 “제품 퀄리티는 일정하고 균일하게 나오면서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3D 프린터를 이용한 방식도 있다. 조각을 안하고 출력한 후 스캔-캐드캠-프린팅의 순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제조공정을 대폭 줄여 기공소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파샬 메탈은 덴쳐 보험화 시대에 맞춰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추세…기공계도 건강에 더 많은 관심 가져야
기공소에서 논베릴륨 메탈을 사용하면서 생긴 변화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비단 기공계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다루는 타 업종도 과거에는 유해성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웰빙추세
에 맞춰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환경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공소장들은 “기공소에서 작업자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이 한두개가 아니지 않느냐. 지금까지 별 탈없었다. 이런저런 부분을 다 따지면 기공일은 할 수 없다”라며 “담배 핀다고 해서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몸에 좋지 않은 화학물질이 당장 인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기간 체내에 축적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국내 기공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배 기공사들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선배기공사들의 역할이기에 지금보다 더 건강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와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식약처 역시도 유해물질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후관리 및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것이 업체 및 기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Interview
기공사마다 본인만의 ‘감’있어

 
양동희 다연심미치과기공소장

파샬 메탈은 덴쳐 보험화 시대에 맞춰 꾸준히 성장할 양동희 다연심미치과기공소장은 오랜기간 포세린 작업을 해온 베테랑으로 세미나 강연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양 소장은 “예전 대부분의 기공소장들이 베릴륨 메탈을 사용할 때는 상대적으로 작업하기 쉬웠는데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진 후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나 역시도 논베릴륨 메탈로 작업하면서 1~2년간 애를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기공소장들이 산화막이 많으면 샌드를 한번 더 치는데 나 역시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한다. 또한 디게싱을 상황에 따라 추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양 소장은 “고주파 주조기없이 불대로 캐스팅하는데 멜팅포인트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베테랑기공사들은 주조기 없이 기존 아날로그방식으로 작업하던 방식이 오히려 편한 점도 있다”라며 “경험있는 기공사들은 수많은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타이밍에 캐스팅하면 되는지 본인만이 제일 잘 안다. 한마디로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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