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바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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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바람골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3.02.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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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단어 끝에 사람의 직업이나 전문적으로 하는 일에 영어 ‘~~(l)er’를 붙여 ‘~~하는 사람’ 또는 ‘~~하는 전문가’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들었던 예시 중 하나가 ‘일잘러(일잘ler)’이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해석을 하자면 ‘일 잘하는 사람’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주로 일하는 직장에서 
‘누구누구는 일잘러이다’, ‘OO선배는 회사 대표님께 인정받는 일잘러이다’라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일을 잘한다는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지만 누군가는 본인 앞에 놓인 그 날의 할당량을 잘 처리하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거래처나 판로를 잘 연결하거나 실제 계약으로 진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자신이 속한 부서나 파트에서 부서 책임자와 동료들과 갈등을 만들지 않고 윤활유처럼 매끄럽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직의 경우 자신의 업무에 완벽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도 일잘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회사의 대표는 그 대표로 잘해야 하는 일이 있고, 임원급은 임원급에 해당하는 전문 업무를, 직원의 경우는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나 깔끔한 일처리가 일잘러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회사와 달리 우리 치과 보철물 제작 업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치과에서 의뢰받은 보철물 제작의 경우 획일적인 모양이나 크기가 없고 대량생산의 개념이 아니다. 또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업무도 아니다. 다들 잘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특정 집단인 치과 또는 치과의사가 그 주된 1차적 대상이다. 제작하는 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똑같은 공산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모두 커스텀 형태의 제작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치과 기공사의 입장에서 일잘러의 영역을 분야나 파트별로 대입시켜 본다면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앞에 놓인 박스를 다음 연계 업무파트에 잘 넘긴다거나, 하루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형태로 크라운 디자인 또는 케이스 디자인을 평균 몇 개를 하느냐 또는 얼마나 쉐이드 매칭을 잘해서 보철물을 완성하느냐 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평가나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직책이나 직급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래처와 얼마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거래처에서 원하는 부분을 보철물에 반영하느냐 또는 얼마나 거래처를 잘 따오느냐 등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아날로그 업무가 주된 상황이었을 때는 하루에 몇 개의 크라운을 만드느냐 또는 하루에 빌드업을 몇 개 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일을 잘한다는 의미는 이처럼 시대나 시스템의 상황에 따라 그 평가나 해석의 척도가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바람골이다. 바람은 자연스러운 기압차에 의해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요즘 고층 빌딩이 많아지면서 도심 대기 문제와의 관련성이 언급되고 있다. 도심의 열섬 현상이나 미세먼지 등을 자연풍으로 해결되는데 자연풍 발생에 어려움을 겪어 영향을 받고 있다. 즉 아무리 튼튼하게 지은 돌집이나 콘크리트 건물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 즉 바람골에 위치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람골은 단순히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아니고, 열도 식혀주고 먼지도 걷어가는 자연풍 통로이다. 
우리의 업무와 관련해서 재해석을 해본다면 중독에 가까울 정도의 일을 하는 상황에서 시원한 바람을 통해 이미 가득 찬 정도로 쌓여있는 업무 스트레스나 기타 병적 요인이 될 수도 있는 복잡한 원인을 걷어내야 한다. 일 잘하는 것과 일 중독은 엄밀히 구분 되어야하고 Input이 있다면 그에 적절한 Output도 있어야 과열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그렇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열정을 넘어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업무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에 디지털 솔루션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이용한 치과기공 업무를 하고 있다. 
분주히 달려야 하는 시간이 있으면 잠시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아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오늘도 바람골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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